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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작가 Aug 27. 2020

제09화. 대학생의 시험기간

처음 수강신청을 성공해서 듣고 싶은 수업을 듣는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대학생도 학생이고 수업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기에 지긋지긋한 '시험'을 봐야 한다. 지금까지 공부만 해오던 학생들에게는 정말이지 시험만큼 지긋지긋한 게 없다. 그리고 대학교에는 다양한 수업이 존재하듯 시험의 방식도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대학교의 수업에도 출석 점수가 들어간다. 전체 100점 중에 10점 정도로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 10점이 필요 없다고 출석을 하지 않으면 F, 즉 과락이 된다. 가끔 성적공시 기간에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이와 같이 출석을 안 해 F를 받은 학생들도 종종 보이기도 한다. 온라인 수업의 경우 반드시 강의가 업로드되는 날 수강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수강 기간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기간을 놓치게 되면 마찬가지로 출석이 되지 않는다. 내 동생도 첫 학기에 수업을 계속 빠져 대부분이 F 처리되었다.


시험은 중간고사 기말고사로 기존에 알던 방식과 같은데 객관식으로 출제되는 수업도 있지만 서술형 시험도 꽤나 많다. 그래서 때론 논리적으로 필요한 단어를 쓰고 말할 줄 아는 능력도 중요하다. 학과장님이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 있었는데 중간고사에서 핵심 없이 장황하게만 썼다고 거의 반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기말고사에서는 반대로 좋은 점수를 받아 어느 정도 만회는 했지만, 정말 식겁했던 건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또한 시험 이외에도 여러 과제가 존재한다. 어떤 수업에서는 일주일에 하나씩 레포트를 쓰기도 하고, 팀으로 과제를 수행하기도 한다. 레포트는 내용과 길이가 다양하기에 중간고사를 대체하기도 한다. 물론 시험을 대체할 정도의 레포트라는건 그만큼 중요하고 잘 써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새벽 2시경 학교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팀으로 하는 과제가 나와서 말하는데 팀 과제, 많이 들어봤을 '팀플'은 정말이지 고역이 따로 없다. 아무리 사람을 좋아해도 팀플 몇 번 하다 보면 사람에 대한 신뢰감을 잃고는 한다. 초, 중, 고등학교 학창 시절 까지만 해도 팀 과제라고 해봤자 같은 반 친구들과 하는 게 전부였다. 같은 반 친구와 한다는 건 다시 말해 그동안 친분을 쌓아왔다는 것이고, 앞으로도 친분을 유지해가려면 팀 과제를 하면서 서로 불편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반 안에서 괜히 이상한 소문이라도 돌지 않으려면 팀원 모두가 열심히 참여를 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학교의 팀플은 이와 전혀 다르다. 애초에 수업 자체를 같은 학과 동기들과 듣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전공수업이라면 그나마 낫지만 교양수업의 경우, 존재 자체를 몰랐던 타 학과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듣는다. 즉 그동안 쌓아온 친분이 없다. 또한 특별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친분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버스 탑승'을 노리는 사람도 있고 막 학기라서 그저 학점 채울 용도로, 그냥 귀찮아서, 기타 등등의 이유로 참여를 하지 않는다. 


결국 4인 1조로 구성되더라도 실직적으로 2명이서, 심지어는 혼자서 준비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다 보니 팀플을 대학생활의 사회악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계절학기 수업을 들을 때 수강을 한 교양 수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4명이 1조를 이루었는데 나를 포함해 졸업예정자, 중국인 유학생, 프로지각러가 그것이었다. 졸업예정자분은 나름대로 잘 참여해주시긴 했는데 프로그램을 잘 다루지 못한다며 자료 조사를 한 뒤 그 링크만을 보내주셨고 중국인 유학생은 영어 수업이었는데 영어를 잘하지 못하셔서 대본에 작성한 영어문장을 중국어 발음으로 바꾸어 말하셨다. 그분 덕분에 당시 처음으로 중국의 구글과 비슷한 바이두 사이트를 들어가 봤다. 프로 지각러는 항상 지각을 해서 예정된 시간을 넘기기 일 수였다. 다 짜증 나.


또한 교수님 별로 수업 중간에 예고에도 없던 퀴즈를 보시는 분들도 계시고 단순히 책을 보고 공부하는 걸 수업태도를 반영하시는 분도 계신다. 그만큼 본인이 지금껏 겪어오던 평가방식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다양한 것을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와중에 비슷한 게 있다면 대학생들도 고등학생들이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해 내신을 챙기는 것처럼 학점을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새벽에도 불이 켜진 도서관과 학교 강의실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 웅장한 게 느껴진다.


그래도 지금까지 그래왔듯, 많은 학생이 그러하듯 그 와중에 나는 공부보다는 맨날 놀고는 했다.

(P.S. 팀플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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