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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작가 Aug 28. 2020

제10화. 야, 바다가자

대학생은 성인이다. 그 말은 어떠한 행동이라도 본인이 책임을 진다면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부모의 동의가 없어도 물건을 사고 팔 수가 있고 일을 할 수 있다. 숙박업소에 묵을 수도 있으며 마음대로 여행을 다녀도 된다. 비록 안전 등의 이유로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법적으로 문제될 일은 없다.


그 날도 학교에서 과제를 하다가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야 뭐하냐"

같이 노는 친구 재영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뭐 기숙사 가고 있지"

"아니 뭐하냐고"

"뭔 소리야 기숙사 간다고"

"아 그래? 바다갈래?"

전혀 계획에도 없던 이야기였기에 당황함과 동시에 거절했다.

"야 무슨 갑자기 바다야"

"아 가자니까"

"무슨"

"아 빨리 나와 가자"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안 갈 이유는 없지 않을까? 하고. 못 갈 이유도 없고 말야.

"그럼 갈까?"

"그래 어차피 갈거면서 뭘 또 튕기냐"


그렇게 나는 옷만 갈아입고 바다를 향해 떠났다. 시내버스를 타고 버스터미널에갔다. 원래 처음의 계획은 대천해수욕장에 가려고 했지만 밤에 가는 버스가 없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강릉에 가기로 했다. 밤에 타는 버스는 처음이었다. 아니 애초에 이런식으로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리라는건 생각도 못했다. 계획을 거창하게 세우는건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렇게 갑자기 출발했던적은 처음이다. 밤에 타는 버스는 나름 운치가 있었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홀로 달리는 버스. 탑승한 승객들은 모두들 잠에 빠져들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뿐이다.버스 안에서 숙소를 예약하고 창 밖을 바라봤다. 어두운 실내에서 환하게 빛나는 스마트폰은 자정을 넘어 다음날이 되었음을 가르켰고 이내 나와 친구도 잠시 잠에 들었다. 


뜬금없는 제안이었지만 덕분에 신기한 경험이었다. 맨 우측은 당사자 재영이.

그렇게 몇 시간을 달리고 도착한 강릉버스터미널. 나도 재영이도 허기가 져서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가 간단하게 라면을 먹었다. 새벽에 아무도 없는 고요한 거리를 바라보며 라면 먹는 것도 처음이었다. 터미널 앞에 있던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그냥 잠만 자려고 했던 허름한 공간이었는데 처음에 안내해주시는 분이 안계셔서 당황했었다. 아무튼 그렇게 방에 짐이랄 것도 없는 가방을 던져두고 바다를 보러 나갔다. 


굉장히 깜깜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가게는 모두 문을 닫았다. 아까 편의점에서 라면 먹으면서 산 크루저를 한 병씩 마시면서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들었다. 사실 다음날이 휴일이어서 더 편하게 간 부분도 있겠지만 지금껏 이렇게 자유롭게, 생각지도 않게 어딜 가본적이 없어서 더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원래는 걸어서 수산시장까지 가려다가 너무 오래 걸리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영업하시는 가게로 들어갔다. 뭐였더라 꽃게였나? 기억은 안나는데 잘 안먹는 스끼다시만 많이 주셔서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또 웃기는게 우리도 나름 말빨이 센 편이라 사장님과 협상해서 가격을 많이 낮췄는데 주방이모가 지나가면서 사장님한테 너무 싸게 받았다며 소리를 지르셨다. 우리 지금 먹고 있는데요 사장님.


아마 앞으로 절반의 대학생활을 하면서 또 이런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하니 또 갑자기 떠나봐야겠다. 이번엔 내가 주동자가 되어 마찬가지로 친구 하나를 꼬셔 갑작스럽게 가봐야겠다. 그게 취업준비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요즘의 대학생이 이전처럼 누릴 수 있는 몇 안되는 낭만 중 하나가 아닐까.


"야 여행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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