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슬 Nov 19. 2020

연대의 가치 [스포트라이트]

연대는 전염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



Q. 인생 영화가 뭐예요?

A. 스포트라이트요.


왓챠 평점이 5점이고, 인생 영화 리스트에 들어가는 영화는 많다. 하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스포트라이트다. 3년째 변함없는 사랑이다. 영화관에서 보지 못한 걸 두고두고 아쉬워하는 중이며, 나 혼자 재개봉을 소망하고 있다.




일상이 버겁다고 느껴질 때면. 스포트라이트를 본다. 코미디도 아니고, 청소년의 성장 영화도 아닌, 실제 기독교 신부의 아동 성폭력 사건을 소재로 한 언론 영화를 본다. 이 말을 꺼내면 많은 질문을 받는다. 마크 러팔로 팬이야? 네가 언론인 희망자라서 그런가? 실화 영화를 좋아하는 건가? 그럼 한공주나 박화영 영화도 좋아해?


익숙한 질문들에 답하자면,

나는 언론인을 꿈꾸며 실화 바탕의 영화를 좋아하기는 한다. 하지만 마크 러팔로 팬은 아니고, 한공주와 박화영 모두 (완성도와 무관하게)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 대답들은 내가 왜 몸과 마음이 무거워 침대에 가라앉는 기분이 들 때면, 침대에서 일어나 이불을 개고 책상 앞에 앉는 게 무척이나 힘이 드는 날이면 불 꺼진 거실에서 조용히 영화를 결제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한 번 설명해본다.

내가 왜 이 영화를 그렇게나 좋아하고, 추천하는지.




연대의 힘을 믿는다. 직접적인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연대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전달되는 것도 연대라고 생각한다. 연대는 무궁무진하게 뻗어나가 사람들의 마음을 데우고, 작은 변화를 만든다.


스포트라이트는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비가시화된 아동 성폭력 사건을 취재한다. 이 과정은 쉽지 않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명단을 작성하는 것도, 피해자를 인터뷰하는 것도 쉽지 않다. 911 테러가 발생하여 기사 발행도 연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가해자 신부 리스트를 작성하기 위해, 신부 명단 전체를 분석한다. 사무실과 도서관, 집에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이름들을 훑는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지난한 취재 과정에서, 이들은 서로에게 의지한다. 분노하고, 어이없어하고, 거절당하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연대하는 타인들이 계속 나온다. 피해자, 학자, 상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들에게 손을 내민다. 그래서 이들은 꼭 기사를 내겠다고 사람들에게 약속한다. 스스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성폭력 영화, 언론 영화에서 쉽게 등장하는 자극적인 장면이 없다. 플래시백으로 성폭력 장면을 회상하지도 않고, 현재 피해자의 망가진 삶을 폭력적으로 연출하지도 않는다. 기독교와의 긴장감 넘치는 신경전과 압력도 가볍게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자극성이 아니다. 아동 성폭력 사건의 자극적이고 어이없는 상황에 주목하지 않는다. 이들과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 어떤 식으로 이 범죄에 접근해야 할지를 고민한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범죄의 심각성이 나타난다. 모두에게 가닿을 수 있는 진심 어린 연대의 가치다.




연대는 전파된다.

영화 속 연대가 스크린 밖까지 전해진다. 


스포트라이트는 내게 좀 더 살아갈 힘을 준다. 좋은 어른이 되겠다는 소망을 더 선명히 그린다. 우리 사회의 폭력에 대해 더 예민해져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침대에 누워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고 오지 않을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현재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스포트라이트를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인이를 보면, 용기가 생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