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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슬 Aug 29. 2020

이러다 죽을 것 같아서 시작한 운동

살면서 처음으로 '날씬함'이 아닌 '체력'을 신경 쓰다

이제야 30분 유산소가 가능해졌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간절하게 살을 빼고 싶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살을 빼고 싶었다. 사실 '고등학교 1학년 때'라는 말은 붙이지 않아도 된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늘 살을 빼고 싶었다. 초등학교 때는 정말로 비만이긴 했다. 어쨌든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나는 늘 더더더 날씬해지고 싶었다. 1n년 동안 나는 다이어터였다.


다이어트를 성공한 건 총 3번이다.

중학교 때, 수능이 끝난 후, 22살 때.


중학교 때 살을 빼고 싶었던 이유는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수학학원에 가기 전 순두부 한 팩을 먹고, 돌아와서 배고프면 묵을 먹으며 지냈던 것은 선명하게 기억한다. 몇 달 동안 저녁을 거의 안 먹고 지냈다. 잘 먹고, 잘 자야할 시기에 나는 먹지 않았다.


수능이 끝나고 체중계 위에 올라갔을 때, 소리를 질렀다. 거의 70키로에 가까운 몸무게. 그 후로 두 달 동안 고구마와 샐러드만 먹으면서 15키로 넘게 감량했다. 수영도 잠깐 다녔다. 플랭크, 마일리 사이러스 하체, 티파니 허리운동은 매일 했다. 혹시 이소라 다이어트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 초등학교 때부터 나의 다이어트를 책임져 준 비디오다.


22살 때는 글쎄, 그냥 살을 뺐다. 구체적인 이유는 역시 기억이 안 난다. 매일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을 돌았고, 다이어트 도시락까지 만들어서 학교를 다녔다. 짜계치(짜파게티+계란+치즈)를 먹는 친구들 옆에서 나는 고구마를 먹었다. “턱선이 달라졌는데?”란 얘기를 수없이 들었던 걸 보면, 꽤 많이 감량했었다.


늘 살을 빼고 싶었던 구체적인 이유가 기억이 안 나는 이유는 결국, 만성적인 목표였기 때문이다. 언제나 더 날씬해지고 싶었고, 그래서 늘 다이어트를 했다. 조금만 살이 찐 것 같으면, 엄마에게 "나 살찐 것 같지 않아?"라고 물었다. 엄마는 내 질문이 이제는 지겹다고 했다.

나는 정말로, 평생 다이어트를 했고 실패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는 거겠지




두 달 전, 120만 원이 넘는 거금을 주고 3개월 헬스와 pt 20회를 등록했다. 나름 홈트 장인으로 불릴 만큼, 헬스장만큼은 가지 않았던 내가 피티까지 끊은 이유는 단순하다.


운동하지 않으면, 이러다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작년 가을, 크게 아팠다. 별안간 찾아온 이석증, 만성적인 저림 현상, 목과 허리 통증, 일상생활조차 힘들 만큼 떨어진 체력 등등등 말 그대로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었다.


밥맛도 없어서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그나마 맛있게 느껴진 게 수미칩이었고, 몇 주동안 밥 대신 수미칩만 먹었다. 그리고 자고, 누워있고, 자기의 반복이었다.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석증이 재발했다. 이석증이 시작되면 단번에 침대가 아틀란티스로 바뀐다.


그러다 겨우 체력이 회복됐고,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늘 컨디션이 안 좋으면 팔과 다리가 저렸고, 근처 대학 병원에 찾아갔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득한 신경과 복도에 이십대 여자 혼자서 앉아있었다. 병원에 갈 때마다 꽤나 우울해졌다. 나는 왜 벌써 여기 앉아있지?


신경과, 재활의학과를 돌아도 병명은 알 수 없었다. mri를 찍어봐야 알 것 같다는데, 교정 중이라 찍지도 못했다. 그나마 엑스레이로 완벽한 일자목, 일자허리, 약간의 척추측만증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도수치료에 1nn만 원을 쏟아부었다.




건강검진도 했다. 충격적인 인바디 결과지를 받았다. 근육량은 18kg, 체지방률이 39%. 인바디의 그 어떤 부분도 정상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비실해 보인다라는 소리까지 종종 들었던 나는 알고 보니 체지방률이 39%인 비만이었다. 기초대사량은 1100대였다. 누워있는 것밖에 할 수 없는 몸이었다. 일상을 마치고, 침대에 누워있는 게 당연했던 몸.


그래서 pt를 시작했다.

이러다 정말 죽겠구나 싶어서.



처음으로 유산소 25분을 뛰었던 날


그리고 며칠 전, pt 20회가 끝났다.

아직 인바디를 재보지 않아서, 수치적인 변화가 얼마나 있는지는 모른다. 체감하는 변화가 있다면? 어깨가 조금 펴졌다! 불쌍하리만큼 굽어져 있던 라운드 어깨가 이제야 좀 펴졌다.


이거 말고는 드라마틱한 변화는 느끼지 못했다. 체력이 미친 듯이 좋아졌다거나, 배에 복근이 생겼다거나, 사는 게 편해졌다거나 등등. 다들 pt 20회가 끝나면, 인생이 바뀐 것처럼 말하던데 나는 아니다. 물론 살이 좀 빠지긴 했다.


사실 의지보다는 돈으로 산 체력


트레이너쌤은 두 달 전, 내게 몇 번을 강조해서 말했다.



3개월 후에 뭐가 크게 달라지진 않아요. 세 달 동안 몸을 준비시키는 거지. 그 후에 꾸준히 해야 체력이 늘어요.


운동 꾸준히 해서, 후회하는 사람 못 봤어요



그래서! 피티는 끝났지만 운동을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태생이 게으르고, 정해진 스케줄 없이 하루를 꾸려나가는 게 버거운 내가 할 수 있을지 확신은 없다.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쓴다. 꾸준히 기록이라도 하면, 이걸 위해서라도 운동을 할 것 같아서.


앞으로 나는 죽을 것 같아서 시작한 운동 일기를 쓸 것이다. 아주 아주 평범하고, 체력이 약하고, 의지도 약한 사람의 운동 일기. 아마 맛있는 닭가슴살 요리법도 종종 올라오지 않을까. 혹은 여성에게만 가해지는 정형화된 미의 기준에 대한 비판글도 예상해본다.


어쨌든, 운동을 했고 앞으로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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