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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minous May 27. 2020

단기 전업 아빠 분투기 4

부모님은 대단하다

한 이야기여서 적지 않으려고 했으나 이걸 안 쓰면 제대로 된 로그가 아니기에 남기는


아기가 태어난 지 4주가 지났다. 인간은 태생이 미생으로 태어나 불완전 설계가 된 것처럼 연약하다는 것이 지난 4주간의 느낀바이다. 머리를 가다듬을 수 없이 목은 연약하고, 손과 다리를 제어하지 못해서 버둥거리며, 의사소통 수단이라고는 울음밖에 없다. 조금만 잘못하면 망가져버릴 것 같은 이 생명체는 오분만 도움이 늦어져도 치명적으로 보인다.



정서적인 불안함

유년기부터 지금까지 기술이 패러다임이 계속 바뀌며 삐삐의 상용화에서 모뎀 통신과 핸드폰의 상용화, 그리고 스마트폰의 상용화와 사물인터넷의 상용화까지 확장되었다. 너무도 큰 패러다임 변화를 겪고 나면 그 이전에는 도대체 어떻게 살았는지 잘 상상이 안된다. 육아도 마찬가지다. 아니, 육아는 특히나 더 심하게 와 닿는다. 육아 장비들, 인터넷 카페와 유튜브, 블로그 글, 그리고 육아 앱까지 총동원해서 아내와 내가 둘이 달려드는 것도 모자라 주중에는 산후도우미를 부른다. 그래서 그나마 매일매일 나름대로는 성공적으로 순간순간 고비를 넘기고 있다. 다행히 번갈아 순차적으로 아내와 잠을 자서 체력 안배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만큼 아기는 연약하고 보살핌이 필요하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하기 시작한 건 정확히 우리 부모님의 세대이다. 1 가정 1 전화기와 주공 아파트의 보급으로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전세와 담보 대출과 함께 집을 마련하며 할아버지 세대로부터 독립을 하거나 또는 여자가 시집살이를 하는 게 보편적인 정서로 알고 있다. 살림과 요리야 곁눈질로도 충분히 배울 수 있겠지만 아기를 낳고 키우는 과정은 도대체 어떻게 학습을 하였길래 우리 부모님은 나를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 경우 인터넷 카페에서 출산 준비 체크리스트가 있고, 유튜브에 육아 노하우가 쌓여있으며, 저렴하게 육아용품을 구매할 수 있는 손쉬운 서비스가 있었으며 지금은 편하게 아기 일상을 기록할 수  있는 앱이 있음에도 하루에 몇 번씩 내가 맞게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부모님은 육아 서적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전화 너머 할머니에게 의존하며 키웠을 텐데 얼마나 불안한 마음으로 우리를 키웠던 걸까. 아기가 분수토를 한 날 아내는 하루 종일 인터넷을 찾아보며 불안감과 죄책감에 시달려했다. 아내에게서 보였던 어머니의 단편적인 모습에 우리 어머니가 똑같이 겪었을 과거와 불안감에서 오는 정서적 힘 가늠할 수 없다.



육체적인 고통

내가 아기를 키우며 느끼는 건 육체적인 힘듬이 강도에서 오는 게 아니라 빈도에서 온다는 것이다. 보이는 일과 다르게 손이 가는 일은 더 많기 때문이다. 우선 신생아는 2시간에서 3시간 간격으로 수유를 반복하지 않으면 영양실조에 빠진다. [한번 사용한 젖병은 꼭 소독을 해야 한다] 수유를 하고 꼭 트림을 시켜주지 않으면 분수토를 하며 먹은걸 다 게워낸다. [트림을 시키는데 기술이 없으면 30분도 걸리고 중간에 아기가 잠들면 역류방지 쿠션에 뉘었다가 다시 트림을 시켜야 한다] 밥을 먹고 나면 보통 3번의 2번꼴로 대변을 본다. [대변을 치우고 기저귀 갈이대에서 기저귀를 갈고 바운서에 눕혀 잠을 다시 재우는 데까지는 아기 마음이라 복불복으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럼 길게는 1시간 반에서 짧게는 10분 정도 다시 잠에 든다. [아기가 잠든 동안 남은 집안일들을 처리하고 재빨리 끼니를 해결하고 볼 일을 봐야 한다. 이 시간이 언제 또 올지 모르기에] 이게 2시간에서 3시간 간격으로 계속 반복되며 100일 동안은 지속된다고 들었다. 옛날 드라마를 보면 어머니로 나오는 배우들은 판에 박힌 건 마냥 천기저귀를 갈고 젖병을 열탕 소독하면서 동시에 등에는 갓난아기를 매고 손으로는 첫째를 안으며 아기를 키우는 모습이 나오지만 막상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힘든 것 대한 묘사인지 내가 겪기 전까지는 와 닿지 않았다.  정도야 벤치 워밍업 무게도 안되는데 할만하지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금에서야 그 힘듬이 빈도에서만 오는 것으로도 부족해 강도도 동반했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부모님이 골병에 시달리는 게 어찌 보면 당연했구나.



사회적인 인식

사회적으로도 육아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옛날이기에 남성은 육아 참여가 어려웠던 제도들과 산모케어를 하기 부족한 시스템이 맞물려서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주 6일을 근무하는 게 당연했고, 월-금은 평균 10시 퇴근에 토요일도 6시까지 근무를 하지 않으면 회사에서 살아남기 힘들었던 그 시절의 20대의 아버지는 갓난쟁이인 우리를 돌보며 맥이 빠져가는 어머니를 보며 어떤 기분이셨을까. 마찬가지로 남편을 보내며 아기를 혼자 맡아서 집안 살림까지 해내야 했던 20대의 어머니는 과연 어떤 기분이셨을까. 얼마나 미안하고 얼마나 절망스러웠을까. 그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중에 우리 아기도 우리 부부를 보며 같은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지금의 솔직한 마음으로는 아기가 컸을 때는 육아가 조금 더 편해지거나 아기를 안 가지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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