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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경찰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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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색림 Sep 30. 2022

고마운 나의 ‘깐부’ 강반장님

짧은 시간 많은 것을 가르쳐 준 내 인생의 귀인

서로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었어도 내가  년에  번씩은 연락하고 질척거리는 대상이   있다. 우리 강반장님은  리스트에서도 단연 탑이다. 대학 선배지만 선배님이라 부를 생각은  번도 안 해봤다. 최신 직함인 대장님이라는 호칭도  쓴다. 예전에 같이 일했을 때의 낡은 직함을 여전히 고집하는 이유는 아마도  반장님이란 호칭에 고마움과 미안함과 약간의 응석이 녹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철없이 한창 패기 발랄하던 스물몇 살짜리 나에게 본청 일을 가르치는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기보단 꼬치꼬치 따지고 톡톡 쏘며 덤비는 애를 설득하고 달래 가며 데리고 일하기 얼마나 번거로웠을지, 어린 주임이 계장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바람에 대신 계장에게 사무실 중간에서 큰소리로 깨지는   얼마나 짜증 나는 일이었는지 내가  길은 없다. 시간이 흘러 지금의 내가  당시 반장님 나이 또래가 되어 어렴풋이 짐작만 해볼 뿐이다.


분명한 건 지금의 나보다 그때의 강반장님이 훨씬 아량도 넓고 인내심도 많고 관대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인 정글 같은 본청에서 혼란스러워하던 나를 가장 잘 이해해준 사람은 아마도 강반장님일 것이다.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숨 막혀 죽을 것 같고, 출근길에 차라리 버스에 치여버리고 싶었던 그 시절에 반장님은 내 옆자리에서 가끔 나랑 사회 이슈에 대해 토론도 벌였고, 근처 카페에서 밀크티도 사주시고, 가끔 어쩌다 나가는 외근을 빌미로 맛집도 데려가 주셨다 (코엑스 카레우동 정말 맛있었는데).


그런 소소한 추억도 추억이지만, 현재 잘 써먹고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는 업무 스킬도 모두 반장님을 보고 배운 것들이다. 지금 생각해도 반장님은 일을 정말 잘했다. 보고서를 간결하고 쌈빡하게 쓰는 법도, 상사를 관리하는 방법도, 다른 부서와 협업해 일을 진행하는 것도,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도 모조리 그 당시에 반장님을 보며 습득한 것들이다. 이제는 그때처럼 큰 행사에 압도당해서 멘붕 상태로 멍을 때리는 일 없이 그때의 반장님처럼 착착 일을 해버린다.


하지만 이 모든 걸 떠나서 내가 반장님께 질척거리는 이유를 묻는다면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나에게 사람대접을 해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랫사람을 소모품 취급하는 쓰레기 같은 상사가 승승장구하는 썩은 곳에서도 반장님은 남의 불행을 짓밟아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지 않았다. 동료와 후배를 키워주고 끌어주고 잘하면 크게 칭찬해주고 부족하면 정확하게 피드백을 해주셨다. 자신의 무능함을 남에게 덮어 씌우고 남의 유능함으로 스스로를 포장하는 게 관행인 곳에서 능력 있는 반장님은 관행과 정반대로 일을 했다. 국회 담당자들과 지속적으로 만나 결국 매년 부족했던 부서 예산을 증액시켰고, 매년 했던 방식을 고집하기보다 양적 질적 개선을 도모해 결국 역대급 국제행사를 치러냈다. 그리고 옆자리 주임인 내가 직속 상사인 팀장을 성희롱으로 신고해 팀장 자리가 공석이 된 한 달여 팀장 직무대리를 하며 팀을 이끌었다. 팀장 없이 반장님이 이끄는 팀은 어찌나 화목하게 잘 굴러갔던지. 그 와중에 팀 회의에서 웃음소리라도 나면 다른 팀 팀장들한테 불려 가 한소리 들어야 했던 반장님의 심정을 나는 알 길이 없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한없이 죄송하고 감사하기만 한 일들이다.


반장님, 제가 길게 질척 질척 끼적였지만 요는 감사하고 죄송한 게 많다는 겁나다 :) 곧 뵈어요! #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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