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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다움 Nov 19. 2023

뜻밖의 기쁜 소식이 찾아오는 타이밍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가 되었습니다.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 찾아온 산소 호흡기처럼, 삶의 의욕이 다 말라버린 찰나에 매번 기회가 찾아왔다. '글쓰기'란 막연한 바다에서 헤엄치다가 이제는 그만 포기해야지 하고 나오려는 순간 새로운 튜브가 툭, 내 앞에 떨어진다. 다음 브런치 스토리가 내겐 튜브였다.

<나에게 튜브가 되준 브런치 스토리 /이미지 출처: iStock>

  처음 브런치스토리 작가신청할 때부터 그랬다. 인사만 나눈 직장동료에게도 말할 수 있는, 워킹맘으로서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육아이야기를 써봤으나 작가승인이 나질 않았다. 2번의 고배를 마시고 점점 대담해졌다. 친한 이들 몇 명만 아는, 당시 번아웃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기 시작한 이야기를 제출했고, 브런치 스토리작가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글쓰기에 물꼬를 트고, 어떤 공간에 글을 써서 올리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그런데 글을 쓰던 날들이 점점 쌓여가자 익숙해졌고, 낯선 설렘은 뻔한 당연함으로 바뀌어갔다. 게다가 점점 조여 오는 현실을 애써 소화시켜서 글을 쓰는 것조차 버거운 날들이 이어졌다. 흐르는 눈물이 베개에 차곡차곡 쌓여서 더 이상은 감당하기 어려운 어느 날 밤, 신변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메일을 열어 뭔가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던 날이었다. 그곳엔 기적처럼, 내가 정신의학과를 다니며 썼던 '항상 웃고 있지만 정신과에 다닙니다'란 글을 누군가 추천했고 그 추천글로 인해 멜론 브런치라디오에 소개되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내 글을 추천해 주신, 푸른국화 작가님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전하고싶다>

  나의 아픔과 슬픔이 담긴 글이 모르는 누군가에게 닿아서 위안과 공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상처가 나서 쓰라린 내 마음에 밴드가 되어 돌아왔다. 그렇게 다시 힘을 내서 글을 쓸 수 있었고, 나를 버티게 해 준 글 들이 쌓여 출판의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좋은 일이 그 끝까지 좋지만은 않았다. 감사하게도 책을 읽어본 이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셨지만, 인지도가 없는 평범한 내가 운 좋게 낸 책은 생각보다 판매율이 저조했다. 결국 출판사에서 많은 재고량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상당량의 책을 폐기하겠다는 통보를 했다. 한 권의 묵직한 책으로 내 글이 서점에 진열되었다는 기쁨이 컸던 만큼, 반대로 누군가에게 닿지 못한 채 쓰레기사라져 간 내 책을 생각하니, 마치 내 자식을 먼저 보내는 심정이 들었다.

   그때부터였던 거 같다. 나 혼자만 보는 일기장 같은 글 말고, 타인에게 닿았을 때 어떤 형태로든 울림을 주는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강해졌다. 욕심이 커질수록 오히려 한 문장 쓰는 일조차 버거워졌고, 그 부담감에 글을 안 쓰는 날이 더 많아졌다. 브런치스토리에서는 일정 기간 글을 안 쓰면 '글발행 안내'알림이 뜨는데, 사실 그날 아침도 글쓰기 독려 알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응원하기] 스토리크리에이터선정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문장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또 한 번 글쓰기란 바다에서 가라앉고 있었던 내게, 또 한 번의 튜브가 내 앞에 떨어진 순간이었다.

   작가명 밑에 조그만 글씨로 '에세이분야크리에이터'라는 문구가 붙은 것을 보고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줄 알았던 나의 아픔의 과정과 그 시간을 담은 에세이가 누군가에게 닿고 있다는 응답인 것만 같아 가슴이 뭉클해졌다. 마치 캄캄한 바다에서 등대가 홀로 빛을 계속 내보내고 있었지만 적막한 침묵에 등대 스스로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품다가, 지나가던 한 척의 배의 기척에 힘을 얻은 것 같았다. 계속해서 글을 써보라는 독려의 응답인 것만 같았다.

  


  '에세이분야 크리에이터'가 되었다고 해서 뭔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간의 과정을 통해 잘 안다. 기대와 설렘보다는 부담과 책임이 좀 더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서 기쁜 소식을 듣고도 바로 글을 쓰지 못하고 며칠간 머릿속에 얽혔던 실타래 같은 생각을 풀어내고서야 노트북을 켰다.

   제일 먼저 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어쩌면 세상밖에 나오지 않을 뻔한 이야기들이 이렇게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에게서 받은 공감과 위로 덕분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이라서, 또는 수치스러워서 등등의 이유로 내 마음바닥으로 흘려보내 가둬지고 썩어갈 것들이 글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순전히 브런치 스토리라는 공간과 그 글을 읽어주는 독자의 힘이 있어서 만들어진 결과였다. 정말 고맙습니다.

   동시에 나 자신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쓰는 쓸모 있는 글도 물론 좋지만, 조금 더 가볍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좀 더 친절해지라고 말이다. 지금처럼 본질은 유지하되, 또 다른 방법으로 멈추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나아가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난 수영을 수차례 배웠지만 여전히 맨몸으로 수영하지 못한다. 튜브등과 같은 도구의 도움을 받아야만 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몸에 힘을 뺀 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없었다면, 글을 쓰지 못했을 텐데 이처럼 글을 쓸 수 있는 공간, 계기, 그리고 그렇게 쓴 글을 읽어주는 독자분들이 있었기에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다. '에세이분야 크리에이터'라는 또 하나의 튜브를 획득해서 또 한 번 앞으로 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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