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귀현상을 겪었던 포켓몬빵에 비인기상품을 끼워파는 소위 '인질 마케팅'처럼, 나 역시 내가 진짜 쓰고 싶은 비주류의 이야기보다는 우선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써왔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는 플랫폼이지만, 결국 브런치는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닿아있는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듯이 자연스레 계속 글을 쓰면서도, '발행'을 누르기보단 '작가의 서랍'에 넣는 글이 훨씬 많은 이유도, 언젠가 지인이 내게 건넨 "좀 가벼운 이야기를 짧게 써보면 어때?"라는 말이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남아서 내가 쓴 글을 자체검열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지인의 핑계를 댔지만,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내 안에서 '이런 글을 나 말고도 또 누가 관심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제 책(외모지상주의자의 극사실 결혼생활)을 읽으신 분의 감상평처럼 저는 때론 '너무 밝아서 읽는 사람이 피곤할 정도'의사람으로 포장하는데 능숙하지만, 대부분의 모습은 '마음속 흙탕물이 일렁이는' 사람으로 흙탕물을 조용히 가라앉길 바라며 글을 쓰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렇게 탄생한 글이 "항상 웃고 있지만 정신과에 다닙니다 1, 2"이고요. 그래서 사실 제 마음속 제일 애착이 가는 글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소 무겁게 생각하는 주제임을 알고 있음에도, 이 글을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은 끊임없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포켓몬 빵에 비인기 상품을 끼워파는 '인질 마케팅'처처럼 대다수의 사람들이 농담처럼 나눌 수 있는 '후천적 비혼주의자의 극사실 결혼생활'에 대해 글을 계속 써오면서 간간히 '정신건강의학과 및 심리상담'에 대한 이야기를 끼워 쓰는 '인질 글쓰기'를 해왔던 것이지요.
[ 글을 올리지 못해서 임시휴업상태인 브런치에, 갑자기 조회수가 늘어났다. ]
그런데 오늘은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거의 고장 난 듯 조용히 지내는 제 휴대폰 알람이 계속 울려서 봤더니, "항상 웃고 있지만 정신과에 다닙니다 2"에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분들을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글로 조회수가 300 가까이 되는 일은, 정말이지 뭉클한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외모지상주의자의 극사실 결혼생활"이란 글 하나는 지금까지 20만 명이 글을 읽어주셨고, 글을 올렸던 당일에도 지금보다 더 많은 분들이 즐겨주셨던 것을 기억합니다.(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오늘이 더 감격스럽니다. 아직까지는 이런 일들이 누군가에게 헐뜯기기 좋은 약점이 되는 것을 알기에 현실에서는 굳이 드러내지 않는 게 더 좋은 일이지만, 이런 모습 또한 역시 저의 일부분이기에 용기를 내어 쓴 글들이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긴 터널을 지날 수 있었고, 어쩌면 저처럼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분들에게 미약하나마 힘이 되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시간이 많이 지나서는, 이런 글이 그렇게 무겁지 않게, 그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평범하고 가벼운 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다시 한번,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독자분들이 있기에,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낼 용기가 납니다. 힘내란 말 대신, 마음을 다해 응원하겠습니다. 오늘도 평온한 하루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