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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다움 Jan 27. 2023

미국에서 2년 살기, 기록을 시작합니다.

부제:무급 육아휴직자가 육아와 살림을 덜 하기위한 공식적 명분으로서 기록

   한 번쯤 내가 살던 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집에 반신욕기가 필수인 맥시멀라이프가 일상인 사람이, 낯선이와 웃으면서 대화를 잘 이어가지만 알고 보면 3일 치 에너지를 미리 끌어 쓰는 극내향형인 내가 외국에, 그것도 미국에 가서 2년동안 살게 될 줄이야, 거기에 아들 둘과 함께, 어머님 아들과 같이!!! (날 매우 잘 아는 지인들은 제일 마지막 부분을 가장 걱정해 주었다, 언제든 한국에 오고 싶으면 자기 집으로 오라는 말을 각자 하면서. 하하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미국에 오는 준비를 한 것이라곤 중력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나의 피부를 위한 마스크팩을 500개(종류별로 다양하게) 가까이 사는 것만 미리 하고, 나머지는 뭐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미국에 도착했다.(미국에 도착해서 짐을 풀다 보니 새삼 깨달았다. 총 12개의 박스를 가져왔는데, 그중 내 화장품만 2박스였다... 신랑이 세관에서 화장품 도매업 하는 줄 알겠다며 원래는 3박스였는데 1박스 줄인 것 가지고 투덜거렸는데, 막상 미국에 와서 짐을 풀다 보니 새삼 지나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랑 고생했어. 대신 돌아갈 땐 1박스만 싸볼게. 하하하)


   사실 난 영어도 잘 못한다. 물론 초, 중, 고, 대학교를 다니며 영어를 배우긴 했지만 영어로 프리토킹이 쉽게 되지 않는다.(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를 많이 하고 오면 어김없이 낮잠을 2시간 정도 짜줘야 한다.) 그런데 우리 집 4명 중에선 내가 영어를 제일 잘하기에(?), 난 우리 집 대표 통역사를 맡고 있어 임무가 막중하다. 게다가 나의 아들은 각기 어린이집(Preshcool)과 초등학교(Elementary school)를 다니고 있는데, ABC 노래만 부를 줄 안다. 그래도 알파벳 정도는 다 아는 줄 알았는데 알파벳 노래 순서대로는 알지만 그 고유의 순서가 바뀌면 알파벳을 모르는 줄은 첫째가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며 받아쓰기 한 노트를 보고서야 알았다.


    그렇다고 우리가 마냥 2년 동안 놀다 가자, 이런 마인드를 가지기엔 우리의 타이트한 경제사정이 가만 내버려 두지 않는다. 한국보다 비싼 물가에, 집값에, 기타 등등을 헤아려보면 미국에 있는 동안 무언가 여기서만 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게다가 경제적으로 그리 풍족하지 않기에 화분에 꽃대신 대파를 심고, 미국에 와서 제일 먼저 개시한 취미가 중고거래이다. 심지어 난 무급 육아휴직자로서 육아와 살림을 주로 해야 하는데 굉장히 하기 싫다, 회사 가는 것만큼이나. (주말에 집에서 24시간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내가 직장인 체질이었음을 새삼 깨닫기까지 한다.)


   그래서 생각한다, 앞으로 2년 동안 미국에서 무엇에 방점을 두고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특히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육아와 살림을 공식적으로 안 할 수 있는 명분이 있고 실제적으로 나만의 자유시간을 확보하면서, 어쩌면 마지막일 2년의 선물 같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가끔은 나 자신만을 생각하며 이기적(?)으로 내 시간을 확보하리라 다짐해 본다.(물리적으로 그게 안 되는 게 현실이지만, 최대한 노력해보려 한다.) 그렇게 대한민국 평균이하의 영어실력을 가진 내가 아이들과(어머님 아들 포함) 함께 미국에서 극 생활형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앞으로 남겨보려 한다. 이것은 나 자신을 위한 기록이자 다짐이다.  동시에 바람이 있다면, 누군가 나와 같은 환경에서 미국에서 잠시 살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혹은 그럴 생각을 하는 분들에게 조그만 팁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 이렇게 부제를 달고 시작하려 한다.

 "이상주의자의 극사실 미국생활(미국에서 2년 살기)"

2년이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낯선 미국에서 살아보며 한국에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동시에 미국에서 만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고 기록할 예정이다. (벌써 반은 했다, 시작이 반이니까.  하하하) 그렇게 그저 흘러가버리기 쉬운 나의 하루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보겠다. 최소한 이 글을 쓰는 시간 동안만큼은 무급 육아휴직자가 아닌 그저 '나다움'으로 있는 시간일 테니까. 기다려라 미국아, 내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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