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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다움 Feb 07. 2023

눈물이 먼저, 슬픈 노래가 나중.

나의 마음관리 루틴 : 나도 몰래 쌓여간 감정은 물로 배출한다.

  그런 날이 있다. 아침부터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예쁘며, 겨울인데 날씨도 따뜻하다. 아이들 깨우지 않아도 알아서 일어나서 스스로 옷 입고 밥도 잘 먹는다. 특별히 문제 될 것도 없고 그냥 무난하고 심지어 객관적으로 괜찮게 시작하는 하루.


  그런데 질긴 고기를 몇 번 안 씹다가 넘겨서 명치끝에 턱 걸린 기분, 그런 주관적인 느낌이 지속된다. 체기가 있을 땐 일부러 손을 따서 피를 보듯이, 슬픔이 고일 땐 눈물로 흘려보내야 맘이 좀 편해진다. 그런데 도무지 눈물을 흘릴 객관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슬픈 노래를 일부러 듣는다. 사실은 눈물이 먼저고, 슬픈 노래가 나중이다.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가 멋적은 날에는, 눈물을 흘릴 대외적 명분으로 노래를 이용한다.  


  속으로 삼켜야 하는 것들, 티 내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다. 게다가 이제는 언어의 장벽에 부딪혀서 그저 쉽게 뱉던 말들도 한번 더 생각해서 짧은 말로만 뱉어야 한다. 그렇게 배설되지 못한 것들이 내 안에 쌓여서 그렇게 슬픔이 고여간다. 고인 물은 썩듯이, 내 안에 고여있는 감정들은 차곡차곡 쌓여서 날 조금씩 갉아먹는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울어본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는 최고다. 효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슬픈 노래를 틀고 더 크게 울어본다.


  언젠가 심리상담선생님이 나에게 해준 말이 떠오른다.


"눈물이 날 때는 지금처럼 숨죽여서 울지 말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크게 울어요. 물에 빠졌을 때 놀라서 버둥대면 오히려 더 가라앉기 쉬워요. 되려 그 바닥의 끝에 발끝을 대면 그 반동으로 다시 튀어 오를 수 있어요. 감정의 끝을 따라가 보세요."



  하지만 살다 보면, 어디 그리 간단하고 명쾌한 일만 있을까. 감정의 끝을 따라갈 여유조차 없이, 나도 모르게 미뤄놨던 것들이 와르르 쏟아질 때가 있다. 옷장에 대충 박아둔 옷들이 문을 열자마자 그대로 옷폭탄으로 쏟아지듯이 말이다. 그럴 땐 어쩔 수 없다. 바닥을 다 덮어버린 옷들이 귀찮아도 한 번은 정리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내 안에 가둬두고 처리 못한 감정들은 한 번은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옷을 잘 개서 차곡차곡 분류하듯이, 외면했던 내 감정들을 다독이며 이름을 붙여주고 바라봐준다. 그리고 잊지 않는다. 그 감정이 곧 나 자신은 아님을, 그냥 나의 일부임을. 내가 붙잡지 않으면, 이 역시 또 지나갈 것이라는 것을.

   

   첫 소절만 들어도 눈물이 또르르 나오는 감성적인 목소리와 애절한 가사말에 실컷 '눈물'을 흘렸으니, 이젠 또 다른 감정 배출방법인 '땀'으로 내 안에 엉켜있는 것을 배출해보려 한다. 주관적으로 감정을 정리해 줬으니, 객관적으로 몸을 움직일 차례다. 너무 무겁지 않게, 그저 배고프면 밥 먹듯이 그렇게 눈물도, 땀도 흘려본다. 그렇게, 나도 몰래 쌓여간 감정은 물로 배출한다.


덧. 배출 후에는 그만큼 다시 채우는 것을 잊지 않는다. (대낮부터 치즈케익 한조각에 샹그리아로 채워볼까? 샹그리아는 과일로 만든거니 몸에도 좋으니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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