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어 모지민 Dec 05. 2024

털 물 (에코)

털 난 물고기 아이들의 모임 (이하 에코)

이천이십 년 사월오일


등장인물

모어 다애 봉미 도미


오후 5시 30분 도미의 집


1. 랑데부


이날 모어는 아침 댓바람부터 청담동과 여의도를 오가며 벚꽃 엔딩 촬영하다

집채만 한 분홍색 드레스 자락을 질질 끌고 연희동 도미집에 간신히 당도했다

털 난 물고기 모어의 지친 숨소리


모어: (하염없이 연약한 음성) 아아아~~~


여장하고 나 타단 모어의 후질그레한 모습을 보고 놀란 도미


도미: 어머나 (화들짝) 모어님, 이게 무슨 일인가요


그 와중에 연희동에 여장 남자? 출몰한 광경 놓칠세라 폰으로 영상 포착하는 도미의 집요한 촬영 근성


모어 : (쓰러지기 일보 직전)  도미야 나 힘들어 디져. 내 짐을 부탁한다. (꺼이꺼이 숨 넘어가는 모어)

도미: (순종적인 도미) 네


모어는 도미 집으로 들어와 의상을 해체한다

고단한 저승에서 평안한 이승으로 환승 거실 바닥에 대자로 드러눕는다

이어 에코들 한 마리씩 등장

봉미 식량 바리바리 들고 문 사이로 빼꼼히 면상을 들이민다


모어 : 봉 오랜만이야 잘 지냈니

봉미 : 어머머머 (특유의 끼스러움 물씬 풍기며) 모어님 잘 지내셨죠?

모어 : (화장 지우다 만 얼굴) 보다시피?


그때 다애, 양팔에 봉지 두 개 들고 미간 사정없이 찡그리며 도착


다애: 여기 오르막길 대체 무슨 일! (짜증 섞인 목소리)

모어 : (다애의 그런 성질 머리를 처음 목격한 모어는 당혹스러웠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니들이 고생이 많다. 오늘 못 올 뻔했는데 너네 보러 이를 악물고 왔어.


모어의 생색은 늘 어지간하다


에코, 일제히 오랜만에 이산가족 상봉에 흡족해한다


모어: 뭐 좀 조질 거 없니? 내가 여태 밥을 못 먹어서


봉미와 도미는 음식 만들기에 분주하다

모어, 지글지글 익어가는 김치전을 보고 두 손 거들어 주방으로 간다


모어: 아, 이 냄새! 봉미야 내가 할게

봉미: 네


연약한 모어 그 고운 한 손으로 프라이팬 번쩍 들어 공중으로 김치전 던져 뒤집기 기술을 선보인다


다애 : 꺄~ 아트!


도미는 입고리를 올리며 영상 찍기 바쁘다


봉미: 모어님 저도 한번 해보겠어요


평생 그런 허드레 일 해본 적 없는 공군 출신 봉미의 시도는 죄 없는 김치전을 두 동강으로 만들었고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모어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딱한 김치전을 보며


모어 : (발성 맥스) 니미 씨발!!! (모어의 김치전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이 하늘을 찌른다)


에코들 모어의 창자에서부터 뿜어져 나온 기갈진 니미 시발 소리에 박장대소


에코 : 푸하하하하, 푸하하하하!


오늘의 음식

김치전, 막걸리, 봉제비, 간장, 도미 (도미의 대전 세련 어머님이 보내 주신)의 매실 냉수 등등


저녁 6시 언저리


모어 다애 도미 준비된 만찬과 더불어 기나긴 대화의 포문을 연다

봉미는 여전히 민들레 홀씨되어 부엌 한편에서 쓸쓸히 수제비를 뜨고 있다


모어: (그런 봉미를 아랑곳하지 않으며 김치전 쑤셔 넣기 바쁘다) 삼겹살 들어간 김치전은 머리털 나고 처음이다. 너무 맛있는데?

도미 : 이게 지방식인가 봐요

에코: (일제히) 너무 맛있다

모어: (젓가락을 불끈 쥐며) 한 입도 놓치지 않을 거야


이윽고 봉미의 수제비 완성


에코: (탄성) 와!!!

모어 : 이 시원 칼칼한 국물에 모진 하루의 피로가 녹는구나

세봉 : 북어까지 우려 넣었어요. 맛있다니 다행이네요

모어: 봉미야. 수제비집 차려라

세봉 : 제 애인이 이 요리가 봉제비라나 뭐라나 (뿌듯해하며 턱을 쳐든다) 냐하하

다애 : 재료비는 엔빵 합시다

모어 : (뜬금없는 년! 속으로 지껄인다)

도미: 옳아요


빈손으로 온 모어 염치없이 그저 꾸역꾸역

에코 모두 맛있는 음식에 말을 아낀다. 허기진 배를 채우는 시간


모어: 인생에서 먹는 행위가 사라지면 얼마나 지루할까?

도미: 그럼 안 살죠


입을 크게 벌려 한입 두 입 자근자근. 그렇게 털 난 물고기 아이들의 아름다운 밤이 찾아오고,,,


2. 모어의 ‘도미 유학’ 설명의 시간


모어 : 너네 도미유학 모른다고?


에코 그저 어리둥절


모어 : 미국으로 유학 가면 도미 유학이라고 하잖아. 모른다고?

봉미: 아 도미유학 들어 본 거 같네요

다애 : 그거 넘 옛날 말 아닌가

모어 : 도미가 도미 유학 간다. 나만 웃긴가 (혼자 웃고 자빠진 모어)

에코 : (애처로운 눈빛으로 모어를 바라보며) 아 ~~~ 어렵다

다애 : 도가 무슨 도지?

봉미: 건널 도!!!

모어 : 역시 S대, 길도 아닐까?

에코: (좌중웃음) 꺄루루룩

모어 : 봉미아 그동안 왜 연락 안 했어?


내 앙칼진 눈빛과 면도칼 씹은 입술에 놀란 소심한 공군 출신의 봉미 잠시 망설이며


봉미 : 전  모어님 팬으로 남고 싶어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기로 하고,,, (모어의 눈을 연약하게 쳐다보며) 여하튼 그랬습니다

도미 : 내가 봤을 땐 지금 모어님한테 말려서 아무 말 내뱉는 듯


모어는 봉미의 머릿속에 앉아 그녀가 그래야만 했던 진실을 꿰뚫어 본다


모어: 진숙이야?

봉미: (저한테 왜 이러세요) 네 에에에 에


이어 봉미는 회사 모든 사람들과 함께 용하다는 무당한테 점 본 사연을 풀어놓는다 

급 화제전환하는 봉미 당시의 아이폰 실황 녹음 파일을 들려주며


봉미: 무당이 저한테 여자가 있네 없네 어쩌고 저쩌고 하길래 제가

저 사실 남자 사귀어요! 하니까 무당이 소스라치며 놀라는 거예요

저의 급 아웃팅에 놀란 무당이 눈깔 뒤집혀서 몸을 부르르 떠는 척하더라고요

그때 마치 들러붙은 귀신이 증발하는 연기처럼 보였어요

저한테 말려 들었는지 막 이말 저말 말을 얼버무리는 거예요

웃겨 죽는 줄

그 무당 용하다고 해서 갔는데 완전 서삼이었지 뭐예요 (죽인지 된장인지 모르는 사람)

모야: 네가 무당을 이겨 먹었네

다애: 너무 서삼이다


도미는 그저 쳐 웃기 바쁘다


모어: 나 올 초에 LA댁이 신내림 받는다고 날 초대한 거야.

인천까지 가서 신내림 직관 했잖아. 영화감독까지 불러서 촬영했는데 줴냐도 궁금하다며 따라왔었어

뉴욕에서 만난 아인데 글쎄 LA에서 내 공연 보러 오겠다고 뉴욕까지 왔잖아

LA에서 뉴욕까지 끝에서 끝인 거 알지?

봉미: 대단하네요

다애: 근데 왜 인천에서 굿을?

모어: 신은 바다를 건널 수가 없대. 그래서 한국 와서 신 받고 다시 LA로 돌아가 신당을 차려야 한다나 어쩐다나 뭐 그렇대

도미: 그거 저도 들었어요

다애: 도미 빠삭 세련!

모어: 역시나 결국 신내림은 돈지랄에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걸 알아 버린 사연.

나 굿 보고 나서 며칠간 유튜브로 신내림의 모든 걸 파해쳤잖아.

점은 사주 입문 귀문 논문 등 통계를 내어 말 빨로 지나가는 소리 씨부리는 건데 대부분은 그 말발에 속는 거지. 하도 말을 잘 지어서 하니까. 꼭 사실인 거처럼


그 유명한 말 있잖아


무당: 집에 나무 있죠?

손님: 없는데요

무당: 있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이거 내 책에도 썼잖아


다애: (혀를 처며) 서삼

모어: 결국 없는 신을 모셔 놓고 염병 뚜드럼병 짓하는 거야. 무당학교도 있는 거 알지?

봉미: 어머머머

도미: 저 알아요

다애: 도미는 다 알아

모어: 진짜 신이 와서 하는 무당은 극소수래. 신이 세상 모든 무당을 다 선택해서 찾아갈 순 없지. 신은 바빠 디져

봉미: 진삼은 어디에

모어: 이 좁은 땅에서 무당 인구만 백만이 넘는대. 나는 그런 거 안 믿는다.  돈 주고 그걸 왜 봐?

에코 : (나를 뺀 에코 전원 점을 본 경험) 재미로

봉미: 끼로서

모어 : 엔간!


3. 모어의 니미 씨발! 가르치기


모어: 얘들아 따라 해 봐. 니미 씨발! 니!!!!!!!!!!!!!!!!!!

에코:니

모어:니미

에코 니미

모어: 잠깐만 여기가 중요해. 복식호흡해라. 씨발!!!!!!! 씨에 엑센트!!! 씨!!!

에코: 씨이 이 이 이이 발!!!

모어: 얘들아 가슴에 칼을 꽂아

에코: (입을 찢으며) 씨이발

모어: 더 찢어!! 씨발!!!

에코: 똥 싸는 시늉을 하며. 씨발

모어: 그걸로는 안 돼야. 더 쥐어짜. 씨발!!!!

에코: 창자를 비틀며. 씨발

모어: 택도 없어야. 가슴에 한을 품어야 한다 (모어 바닥에 개거품 물며 한없이 씨발을 외친다) 씨발! (득음하기 일보직전)

에코: (목창 갈라지는 소리) 씨이 이 이이 발!!!

모어: 얘들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해야 돼

봉미: 전 안 돼요 포기할래요

(도미와 다애도 헐떡이며)

도미: 모어님 그만하면 안 될까요

모어: 너네는 절실하지 않구나. 그래. 관두자.

나 혼자라도 해야지. 니미 씨발!!! 


에코 지지치 않는 모어의 행위를 눈 동그랗게 뜨고 지켜 보며 본다


모어: 씨!! 에 엑센트가 있어 씨!!!!!!!!!!!!!!!!!!!!!!!!!!!!!!!!!!!!!!

얘들아 한 번만 더 해봐

에코 :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며) 씨이 이이익,,,,,,,,,,,,,,,,,


너무 지쳐버린 에코 피를 토해가며 애쓰는 모어를 보며 저게 뭐라고 저리 목숨을 거는지

털 난 물고기 모어의 득음 쇼에 혀를 찬다


4. 다애 결혼 이야기


새로운 등장인물: 신 엄마 (보이지 않는 인물)


모어 : 일단 결혼 축하해

다애: 도미가 사진 찍어주고 모어님이 쇼해주시기로

봉미: 나는 시다로서

다애 : 식장은 크라운 호텔 싸서 거기로 잡았다는

모어: 기대가 된다

봉미: 저도 나중에 결혼하고 속리산으로 귀농하려고요

모어 : 너 내려가면 나도 따라간다

다애 : 나 결혼하면 회사 관두고 남편이랑 밀라노로 유학 갈려고 하는데 갈 수 있을까. 코로나까지 웬 말이야. 

모어 : 뜬구름 잡지 말고 일단 젠몬 그만둔다 말하지 마. 아님 그때 가서 일 엎어지면

대표님 없던 걸로 하고 다시 다니겠습니다. 서삼 치던지


신엄마 : 유학 가라고 다애의 등을 떠민다


다애: 근데 이렇게 안 하면 영원히 못 갈듯

모어 : 우리의 희망은 봉미


신엄마 : 봉미는 꽃과 잎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


모어: 너는 우리의 꽃과 잎이다. 너만 믿는다

봉미 : 아니에요. 이러지 마세요

모어: 나 너 결혼식에서 양희은의 봉우리로 쇼할 건데 그때 너 신랑 낭심 만져도 되니?

다애 : 배종수 그런 민망 쇼 못 참을 듯. 물어는 보리

세봉 : 드랙쇼는 해학이 있어야 제 맛!

모어 : 키치를 뺀 드렉쇼 대체 무슨 소용이니

도미 : 어르신들 괜찮을까요?

다애 : 그건 모르지. 되려 좋아할지도

모어 : 옳아. 근데 진짜 괜찮겠지? 축하쇼 해주고 나 바로 쇠고랑 차는 건 아니겠지?

다애: 안사람이 허락한 거니까 법적으로 합당한 거라 무사. 배종수한테 묻고 말고 하다 결국 못하니까 그냥 말하지 말고 냅다 해버려요.

모어: 그래 그렇다면 만지리. 그리하여 나는 식장에서 신랑 고추 만진 최초의 인물! 냐하하

에코: (깔깔깔) 역시 프런티어!

도미: 진짜 레전드!!!

모어: 그 역사의 현장을 우리가 함께하는구나. 얼마나 아름다울꼬. 벌써부터 흥미진진 쇼!


에코 모두 어여 그 아름다운 역사의 날이 오기만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잔을 '쨍그랑' 부딪힌다


5. 성생활 이야기


모어: 나 이제 자위도 안 해. 몽정도 끝났어. 노 모어 몽정 자위 그리고 섹스!!! 나 비로소 갱년기야

다애 봉미: (서로 성욕 없다고 탄식한다) 휴

도미: 저는 매일 꼴려 디져요 (성생활 안 하는 우리 이해 안 간다며 고개 절레절레)

모어 : 부럽다. 도미는 복도 많지. 그러고 보니 너네 집 고추밭 아니니? 자지가 매주 걸리듯이 널렸네


모어는 부러운 눈초리로 우리 중에 그걸 누릴 수 있는 건 영계 백숙 도미 뿐이라며 치켜세운다


봉미: 엔간!


에코에서 막내인 도미는 그 사실을 인정하며 어른들 업신여기는 눈빛을 뽐낸다


모어 : 라떼는 말이야. 나도 한때는 귀엽고 해서 좋다는 남자도 더러 있었는데

어쩌다 외길 인생 쇼걸이 되어가지고 이젠 이 끼스러운 날 누가 감히 좋아해 주겠니? 무서워서 너도 나도 줄행랑쇼!

제냐가 아니었다면 나 평생 곰팡이만 피우다가 죽어서 염장이가 내 곰팡이 닦아주며 애처로운 고추 만져줄 듯.

이것이 드렉의 숙명이라면 쓰라리지만 받아들여야지.

이고 저야 할 어쩌면 나 같은 끼순이의 한탄할 업보!!!


모어는 힘없이 잔을 들이켠다


도미: 저는 해도 해도 또 하고 싶어요


성생활 이야기로 털물의 깊고 푸른 야심한 밤이 찾아오고


모어 : 물고 빨고 대체 언제까지. 나는 그만 졸업


에코 잔을 부딪히며 위로한다


6. 바깥사람 이야기


세봉 : 줴냐는 잘 지내요?

모어 : 씩씩해 , 여즉 포켓몬 잡으러 다니고. 시시 하다고 담배도 끊었어

에코 : 여즉 포켓몬에 금연까지요?

(좌중의심 진삼인가 서삼인가 )

세봉 : 한 갑 피웠나요

모어 : 대체 네 갑 미만

에코 전원 폐 썩어가는 개탄 비탄 통탄

세봉 : 줴냐는 포켓몬 쪽에서는 최강자 이겠네요

모어 : 참 특이해, 볼 때마다 새롭고 즐거워 , 흡사 러시아 코미디언

세봉 : 줴냐랑 어때요?

모어 : 우린 튼튼해. 흔들리지 않는 나무야. 대지. 평야. 아프리카.

영원 불면 단단!!!

세봉 : 아름답네요

모어 : 이십이 년 썩어 문드러진 사랑이야. 숙성된 고려 은단, 청자 도자리  솔담배

에코 : 말모

모어: 근데 너네 샤워 얼마동안해?

도미 : 드라마 한 편 보고 나온다

세봉 : 십분

다애 : 20-30분

모어 : 나는 후다닥이야

세봉 : 3분?

모어 : 디지버져. 여기 신엄마가 알려주디?

좌중웃음

모어 : 줴냐는 한 시간해

도미 : 핸드폰만 뺏어도 시간 절약됩니다. 해보세요

모어 : 내가 콧구멍이 두 개라 숨 쉬고 산다

에코: 저런 에구구구


7. 곧 세상에 나올 대망의 영화 "모어" 이야기


모어의 영화 소회 시간 (흡사 여교수)


줴냐를 친정에 데려간 사건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 중에 하나로 길이길이 기억될 명장면이다.

언젠가는 꼭 해치웠어야 할 일인데 어쩜 영화가 아니었다면 세월아 네월아 시간만 저 세상으로 갔겠지.

진작에 못한 게 너무 한스럽다. 이제라도 한 것에 감사하다.

아빠가 모는 경운기에 나 괴물(드래그) 분장하고 러시아 키다리 아저씨 셋이서

가을이 한창인 전라도 끄트머리 논밭을 지나는 컷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영화 모어!

이런 걸 두고 마스터피스라고 할 것이다.

누군가는 내가 하는 일에 돈이나 벌어라 애쓴다 하겠지만 나는 이 짓이 아름답고 소중하다.

그게 중요하기에 뼈가 부러져도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영화 초반에는 내 욕창의 구더기를 보여주지 않고 에둘러 말하려 했다.

다 보여주지도 못할 거면서 얻다 대고 감히 영화를 찍겠다고 설레발이었더냐.

영화를 찍으면서 차츰 인생을 배워간다.

아주 절실한 깨달음의 매를 크게 얻어맞았다.

내 삶의 시궁창을 보여주지 않으면 결코 성립될 수 없다.

그건 부모님 산소 찾아가서 오열하는 티브이 프로그램 인생 다큐 마이웨이 꼴이다.

그런 영화라면 너무 쉽고 애진작 서울 한복판에 그저 그런 영화로 출산.

남은 여생 최선을 다 하지 못한 것에 개탄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 생에 돈은 글렀으니 이름이라도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했다.


(무거운 정적이 흐른다)


영화 모어는 김치다. 파스타는 쉽다.

김치를 말해서 아름답다 감동이다가 되어야 하는 것.

나는 날것의 창자를 서슴없이 꺼내 보여주겠다.

역작은 호락호락하지 않기에 이만 저만 힘에 부친다.

똥구멍 힘주고 코로 숨 쉬며 끝내 이루리라!

이루리

오르리

그리하여 봉우리!


다애 : 나 그거 보면 울듯

모어: 나 영화 찍다 원형탈모 현재 구멍 다섯 마리!


모어의 한숨이 바닥을 사정없이 친다


봉미: 모어님 얘기 들으면 우리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거 같네요

모어 : 아가야. 이게 그냥 나오는 게 아니란다. 여의도 벚꽃 아래서 하염없이 염병 뚜드럼병 해야 되는 일이란다.

봉미 : 모어님이 죽어서도 백 년 이백 년 후에도 이 세상에 영화가 남겨져 있을 거란 생각 하니 너무 감동이네요

에코 : 말모



1:30 am


털물 끝물 에필로그


모어 초장에 전 뒤집다 봉미한테 니미 씨발!!! 토악질한 영상 보고 도미 눈가에 눈물 그르렁.


모어 : 뒷북 디지 버져! 도미 너의 취향 이제 알겠다.

도미 : (우는지 웃는지) 저 이런 거 한 달 가요


뭐가 그리 재미난지 도미는 그저 깔갈깔!

인스타 스토리 올리기 바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지러지다

2am

각자의 카카오택시로 삐삐


택시에 탐승한 모어 털물 단톡방에 문자를 남기고 천근만근 눈을 감는다.


"밤새도 모자라 아쉬워! 못 잊어!"


새벽 3시

역촌동에 도착한 모어는 부리나케 샤워하고 기나긴 사지절단의 하루에 마침표를 찍는다.

아름다운 털 난 물고기 아이들과의 감동으로 뚜드러진 랑데부가 그렇게 저물었다.

 

그리하여

따사로운

꿈속으로 


이천이십 년 팔 월 십오일

모어는 예정된 계획대로 그 무서운 변장을 하고

세상 모든 하객들 앞에서 신랑의 아담한 고추를 만졌다.

후에 들은 얘기로는 너무 주눅이 들어서 한없이 작아졌었다고 한다.


그 다음 해


이천이 십일 년 팔 월 십오일

털 난 물고기 아이들은 이다애 결혼 1주년 기념으로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일영리 모어의 집으로 찾아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