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내 이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nx Jul 19. 2023

명약사 우리 동네 구약사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 온 지도 벌써 5년이 넘었다. 나의 경우는 집에 들어오면 밖을 잘 나가지 않는 스타일이라 집 주변 술집 외에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 코로나를 겪으며 동네 병원, 약국 등을 알게 되었다. 바로 집 앞 병원을 다녔는데,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으면 병원 아래 있는 약국의 약사님이 지어준 약을 먹고 병이 호전되는 경우를 여러 번 겪었다. 와이프와 아이들도 이구동성으로 우리 동네는 약사님 처방이 의사님 처방보다 좋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해서 정기적으로 처방받는 혈압약 이외에 갑자기 감기 기운이 있거나 어디가 아프면 병원보다 약국을 먼저 찾게 되었다.

내가 가는 약국의 약사님은 나보다 10살 정도 연배로 예상되는 여자 약사님인데 성은 구 씨다.(해서 나는 그녀를 구약사로 부른다) 이런저런 처방을 받으려고 몇 번을 드나들게 되었는데, 약을 처방해 주고 꼭 내게 하는 말이 있다.

"술 드시지 마세요! 기름진 거 드시지 마세요!"

그렇다고 안 먹을 내가 아니지만, 대답은 해야 했다.

"네".

그러면 구약사님은 다시 한번 강조한다.

"술, 기름진 거 절대 드시면 안됩니데이!"

급기야는 강렬한 눈빛으로 강조하기에 이른다.


그녀도 알 것이다.

본인이 아무리 떠들어도 저 인간은 술을 마실 것이고 기름진 것을 먹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하는 한 마디 두 마디에 양이라도 조금 줄이겠지.


어쨌거나 저쨋거나 나는 우리 동네를 떠나지 않는 한, 명약사 우리 동네 구약사님께 처방을 받을 것이고 그녀는 또 나에게 강조할 것이다.

"술 드시지 마시고, 기름진 거 드시지 마시고!"


매거진의 이전글 미스틱 리버와 그 친구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