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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강 Sep 10. 2020

피아노 교재에도 성평등 감수성이 스며들었으면

좋아하는 티비 프로그램 중 하나인 JTBC <방구석 1열>에 좋아하는 배우 김희애님이 게스트로 출연한다고 하여 지난주 일요일 알람까지 맞춰놓고 시청했다. 올해 상반기 화제작이었던 <부부의 세계>, 그리고 영화 <윤희에게>까지 너무 인상깊게 보았기 때문에 티비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다고 하여 너무너무 기대하고 있었다. 

김희애님이 나온 편에서는 '벡델데이 2020'이라는 부제가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는데 영화계에서 성평등이 얼마나 실현되었는가를 테스트하는 벡델테스트에서 따온 말이었다. 자세한 설명은 링크를 참고하면 좋다.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67830

원장실 벽에는 링크 이미지에서도 보이는 상단 가운데에 있는 영화 <벌새> 포스터가 붙어있다. 정말 인상깊게 봤던 영화라 <기생충>과 함께 2019년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할 정도다. 다큐멘터리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한 여성의 청소년 시절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필름으로 남겨둔 듯 한 영화인데, 개인의 일상에서 시대가 읽혔다. 


영화 <윤희에게>는 여성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인데, 이런 작은 영화에 김희애님이 출연하시는 것부터 굉장히 신기하게 생각하고 봤다. 그런데 내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어서 더욱 놀랐고 이런 작품을 선택한 배우에 대한 신뢰감, 존경심까지 들었다. 

이 두 작품은 벡델테스트를 통과한 작품들이다. 링크를 보면 알겠지만 벡델테스트의 문항이 아주 까다롭다. 우리나라의 영화계가 많은 발전이 있었구나 하면서 보고있자니 가르치던 아이의 반주법 교재에 나왔던 동요가 떠올랐다.

<어른이 되면>이라는 노래였는데, 제목만 보고 무슨 노래인지 몰라서 가사를 따라 읽어보니 내가 어릴 적에 동요책에서 볼 수 있었던 정말 옛날 노래였다. 

가사가 현저히 지금 시대에 뒤떨어져서 순간 내 표정이 일그러졌다. 게다가 배우는 아이는 여자아이였다. 이 노래를 아이한테 굳이 가르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순간 동공지진과 엄청난 머리회전이 돌아갔는데, 왼손 반주와 노래 멜로디가 좀 복잡한 편이어서 노래 내용이 정말 별로였지만 해보기로 했다. 나는 아이들 동요를 가르칠 땐 옆에서 해당 노래를 부르면서 하는데 이 노래는 부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에게 '이 노래 정말 옛날 노래네. 가사가 진짜 별로다~ 요즘에는 엄마들도 일하고 행주치마 같은건 안입는데~' 라고 말했다. 

이 노래 뿐만이 아니다. 가끔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젠더감수성에 맞지 않는 가부장적인, 구식의 감성이 드러나는 노래들이 많다. 영화계에서의 노력처럼 아이들이 배우는 교재를 만드는 출판사 측에서도 좀 더 책임감 있게, 교재의 편집 구성을 섬세하게 해줬으면 한다. 세상에 얼마나 아름다운 노래가 많은가. 80, 90년대의 가부장제도의 분위기가 물씬나는 구식의 동요를 통해 아이들에게 손톱만큼이라도 불평등의 정서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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