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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Apr 15. 2024

생각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3개월의 휴직을 시작하며

언젠가 유독 힘들었던 날이다. 나를 지켜봐 왔던 한 친구한테 푸념했다.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러자 그 친구가 말했다. “그 생각을 안 하면 돼.”

충격적인 대답이었다. 우문현답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지 골몰하는 것은 내가 지금 행복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끊임없이 되새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생각은 하면 할수록 불만족을 발견하게 만들 뿐이다. 혼자 내면으로 파고들면 들수록 우울해질 뿐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 이후로도 한동안 그 친구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내 주변에 많았다. 내가 끊임없이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해 신경을 쓰고 분석하려 하는 것을 보고, 나보고 너무 쓸데없는 생각이 많다고 했다. 그들에게 나의 그런 성격은 피곤한 성격이 되었다. 친구의 정의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을 선별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에, 내가 나 스스로를 외롭게 만드는 거라 했다. 그런 말들이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인 걸 알았다. 그래서 나는 그 조언을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보다 몇 년씩 더 이 일을 하고 있는 선배들에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들은 별생각 없이 주어진 일을 묵묵히 최선을 다해서 할 뿐이라고 말해주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지? 나도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애초에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만 회사를 오래도록 잘 다닐 수 있는 건지 의아했다.

어쨌든, 그 모든 조언에도 불구하고 나는 생각을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람의 사고방식은 뉴런의 연결 방식이든 뭐든 어쨌든 타고나는 형질일 테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해서 내린 결론은 불만족스러운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파트장님께 휴직하겠다고 말했고, 그런 내가 염려스러웠던 파트장님은 진심을 담아 한 마디 조언을 해주셨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힘들어. 굳이 생각을 많이 하지 마.”

지금껏 계속 들어온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확신이 있었다. 그게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확신이었다.

굳이 걱정을 사서 하지 않으면 편할 거라는 걸 안다. 그렇지만 나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나에게 뻔히 보이는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말라는 말은 그냥 눈 가리고 아웅 하라는 말과 다를 바 없었다. 파트장님의 조언은, 여기에서 오래오래 계속 같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조언일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끊임없이 생각해서 해결책을 찾는 게 더 속 시원한 사람이라서,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럼 나는 아마 여기에 오래 남을 수 없는 사람일 거다.

휴직을 하고 지난 2주는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정말 즐거웠던 만남도, 반가웠던 만남도 있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만남은 생각을 즐기는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본인이 생각이 많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계속 끊임없이 생각을 하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리고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확신을 얻어서 마음이 후련해졌다.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지금 다시 묻는다면, 계속 그 방법을 찾으려고 고민하면 된다고 답할 것 같다. 나의 행복을 방해하는 요인을 찾아내서 제거하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끊임없이 생각해서 그렇게 살아가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그 일련의 사고 과정이 좀 재밌는 것 같다. 생각하는 게 즐겁다. 지금 이 순간도 나는 행복한 것 같다.


아마 나에게 주어진 3개월의 시간 동안 내가 해야 할 것은 치열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서 내 안에 엉켜있는 것들을 풀어내는 것다. 휴직하고 뭐 할 거냐는 질문에 나 자신한테조차 답하지 못했던 것을 이제는 할 수 있다. 저는 단지 생각을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글을 쓰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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