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릴 때
나는 내가 미래에
작가가 될 줄 알았다
내 작은 세상에 아직
오글거린다는 말도
능력 있다는 말도 없이
그저
잔디 위에서
시를 짓던 때
세상 사람들이 모두
가장 잘하는 것
혹은
가장 좋아하는 것
혹은
가장 이루고 싶은 것
꿈이라 부를 수 있는 아스라한 것들
그런 것들을
벗 삼아 사는 줄 알던
때
시간이 흘러
미래의 내가 점점
변호사
과학자
선생님
의사
그리고
회사원
내가 알던 것과
다른 무언가로 바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는 내가
작가가 될 줄 알았다
조각 같은 낱말들이
머릿속을
끊임없이 부유하는 게
문장 하나를
수십 번 곱씹고도
이내 마음이 울렁이는 게
그런 게
작가라 할 수 있다면
나는 내가 작가가 될 줄 알았다
결국 이렇게
되어 버릴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