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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on de Madame Saw Oct 07. 2021

나를 위해 쓰는 당신을 향한 글.

일 년 전 내일이 당신의 생일이자 기일입니다. 그동안 묻고 싶었던 것도, 하고 싶었던 말도 많지만 감히 털어놓지도, 여쭤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일 년을 지내니 이젠 그때의 복잡했던 감정도 무뎌졌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전 대체 뭘 그리 진지하게 기리고자 이런 글을 쓰는지. 참 우습지요? 이제 와서 뭐가 더 남은 건지요. 그렇습니다. 저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단지 명복을 빌고 싶은 마음에 이런 글을 쓴다는 위선은 떨지 않겠습니다. 저는 지금 당신이 아닌 저 자신을 위해 이 글을 씁니다. 마음속에만 묻어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더군요. 일 년이 지난 지금, 저는 이 정도면 이런 글을 써도 더 이상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지 않을 거라고, 당신께 죄송스럽지 않아도 될 거라고 애써 믿으며 단지 내 마음을 가볍게 하기 위한 이 글을 씁니다.


저는 아직도 당신이 왜 돌아가셨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그전부터 모든 게 의문 투성이었지요. 제가 당신에게 느꼈던 것, 그러니까 당신이 저에게 보여줬던 것과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은 당신이란 사람은 많이 달랐으니까요. 그때 배신감 같은 걸 느끼지 않았다고 말은 못 하겠습니다. 저는 어떤 게 진실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알고 싶어서 제가 더 다가갔었는데 다행히 절 만나주셨네요. 저는 그날, 라이터를 사는 돈이 가장 아까워 항상 두 개씩 가지고 다닌다던 당신이, 항상 라이터가 없던 저에게 그동안 하나씩 주었던 라이터 중 하나를 돌려드렸었죠. 당신은 그렇게 섬세한 사람이었습니다. 뭐가 어떻게 됐건, 너무 궁금했고 아직도 모르겠지만 바로 그런 점이 죽음으로 까지 몰아갈 정도로 당신을 괴롭게 했을 거라고 저는 결론을 내립니다.


누군가를 좋은 사람 또는 나쁜 사람이라 딱 잘라 정의 내릴 수는 없어요. 진실을 알건 모르건 당신을 그 두 가지 중 하나로 기억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당신은 저에게 먼저 말을 걸어 주었고, 제가 우산이 없을 때 우산을 빌려주었고, 섬세하면서도 기발한 입담으로 항상 공기를 색다르게 만드는, 여리지만 약하지 않고 의문이 많으면서도 남들로 하여금 의문을 갖게 만드는 사람이었습니다. 단지 그뿐이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끝나지 않는 의문 때문에 저는 계속, 하루는 당신을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또 하루는 나쁜 사람으로 만들며 원망 아닌 원망을 합니다. 좋은 사람이었다면 왜 살아서 더 좋은 사람으로 남아있지 못했는지, 나쁜 사람이었다면 왜 더 나쁘지 못하고 그렇게 스스로를 타버리게 놓아두었는지. 단지 살아있다는 이유로 그 의문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런 글을 씁니다.


글을 쓰다 보니 그날이 돌아왔네요. 그날 말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생일 축하한단 말을 처음으로 합니다. 그리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 모든 걸 조금 더 일찍 말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는 저를 위해서 이 글을 씁니다. 저는 당신을 잊지 않겠지만 그 슬픔은 이제 잊을 겁니다. 막연히 더 강해질 거라는 약한 마음가짐 보단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다는 더 강한 마음으로 살 겁니다. 말하지 못했던 분들께 가볍지 않지만 또 너무 진지하진 않게 고맙다는 말도 할 겁니다.


그 해 봄, 여름, 가을, 겨울 같았던 네 사람 중에서, 봄과 같았던 당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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