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들은 손이 참 보드랍죠?“
……
”이젠 내 손도 충분히 보드랍죠?”
서래의 대사를 듣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러므로 똑같은 장소, 똑같은 일상이더라도 사랑 전과 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다시 보니 영화에서 사랑의 증거를 참 많이도 곳곳에 남겨놓았구나.
나 역시 가사도우미라 손이 매우 거칠다. 일할 땐 장갑을 끼는 게 좋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손이 매우 작아서 장갑을 꼈다간 작업 속도가 두 배로 느려지기에 맨손으로 일하는 걸 선호하는데 그 때문에 세제를 직접 만지는 오른손은 거칠어지다 못해 까져서 피가 날 정도다. 음악 하는 사람들은 대개 손톱깎이를 늘 가지고 다니며 관리하지만 내 손톱은 늘 물에 젖어 찢어지기에 난 그럴 필요도 없다. 바로 전에 만났던 분이 좋은 약을 처방해 줬었는데 무슨 연유인지 매일 발라도 도무지 낫지를 않았다.
생각해 보니 무언가를 건네다가 실수로 손을 잡힌 적이 있었다. 그것이 유일한 물리적 접촉이었다. 안타깝게도 의식하기 전이라 또렷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그때 내가 건넨 손이 왼손이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