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인칭관찰자 Oct 02. 2020

우리는 지구부터 바라봐야 한다.

사설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인간을 덮쳤을 때, 거꾸로 인간에게 병들어왔던 지구는 차츰 회복되기 시작했다. 대기오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는 감소했고, 도시의 각종 소음들도 사라졌다. 교통혼잡이 잦아든 거리에서는 자동차 사고가 절반으로 줄었고, 비행기가 사라진 하늘에서는 새들이 충돌 걱정 없이 마음껏 날아다녔다.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격리를 택한 지금, 지구와 자연이야말로 산업화 이후 가장 살만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 좋은 시절(?)도 차츰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인간이 점점 코로나를 극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때 7%에 육박했던 치사율은 절반인 3%로 떨어졌고 완치율은 70%에 이르렀다. 백신도 내년 말이면 상용화가 되리라 전망하고 있다.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사람들은 전염을 무릅쓰고서라도 외부 활동을 늘여간다. 이런 추세라면 경제 활동 역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코로나로 막심한 피해를 입은 인간은 이제 그간 잃은 것들을 되찾기 위해 분투할 것이다. 떨어진 국내총생산을 올려야 하고, 중지된 무역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관광지를 활성화시키고 고용을 창출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더 많은 상품을 제조해야 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그에 따라 화석 연료 사용량은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고, 여행객들을 실어 나르는 비행기들이 무수히 하늘을 가로지를 것이며, 익숙한 소음과 혼잡이 도시를 다시 메울 것이다. 그때쯤 환경보호 운운하는 이들은 따가운 눈초리를 받을지 모르겠다. ‘일단은 인간부터 살고 보자.’라는 논리 앞에 우리는 지구가 다시 병드는 과정을 마냥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까?



*



원인이 불확실한 코로나의 탄생은 제쳐두고서라도 코로나의 감염과 확산은 오직 인간에게만 죗값을 물을 수 있다. 인간은 그렇게 스스로 지은 죄의 대가를 1년, 내년까지 이어진다 해도 고작 2년 정도밖에 치르지 않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보상을 지구를 병들이고 자연은 파괴하면서 얻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사실은 인간 때문에 지구가 지난 200년간 아픔을 겪어왔다는 것이다.


바다에 떠다니는 마스크 (Operation Mer Propre 페이스북 캡처)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지구의 평균 기온을 상승시켰다. 따뜻해진 극지방의 빙하는 자연의 섭리보다 빨리 녹았고, 그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했다. 해수면의 상승은 저지대를 침수시키고 태풍이나 폭풍, 해일에 더 큰 피해를 입게 만들었다. 적도 부근에 해발고도가 낮은 섬나라들은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고서도 가장 큰 피해를 감당할 사람들이다. 그들의 아름다운 섬들이 높아져가는 바닷물에 잠길 위기에 처해있다.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바닷물을 산성화 시킨다. 높아진 산성도로 인해 해양 생태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어류 자원은 감소한다. 해양 생태계의 근간이 되는 산호초의 백화현상은 이미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지구의 온도가 지금보다 2도 더 올라간다면 산호초는 절멸할 것이다.


생물의 다양성 감소는 바다 아래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인간이 토지와 천연자원을 얻기 위해 자연을 마구잡이로 파괴하면서, 오늘날 생물 종의 멸종은 매년 100 만종당 100종 이상을 웃돌고 있다. 그렇게 사라진 종은 인간의 과학기술로는 영원히 되살릴 수 없다.


곡물 수확량을 늘리려 뿌리는 비료의 질소와 인이 호수나 바다로 흘러들어 생기는 적조, 녹조현상. 인간이 버린 쓰레기만으로 만들어진 태평양의 쓰레기 섬. 외래종의 침입으로 사라지는 토착 동, 식물. 이 모든 것들이 인간이 지구에게 가한 끔찍한 행위이다.



인간이 생태계의 질서를 파괴할 때, 지구는 기후변화로 인간에게 경고한다.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인간들은 심각한 지구온난화를 탄생시켰고, 지구는 그런 인간에게 극심한 호우와 가뭄으로 응답했다. 100년 만에 가장 큰 물난리였다는 중국 쓰촨성 홍수도, 호주 전체 숲의 14%를 반년 동안 태운 산불도, 원인은 결국 지구온난화였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대한민국은 올해 긴 장마와 빈번한 태풍을 겪었다. 장미-바비-마이삭-하이선으로 이어진 태풍은 영남 지방 전역에 큰 피해를 안겼다. 태풍은 지구의 에너지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 발생한다. 적도지방의 뜨거운 에너지를 태풍이 북반구로 옮기는 것이다. 그래서 적도지방의 기온이 상승할수록 태풍은 더 강하게, 더 자주 발생한다. 올해가 유독 운이 나빴던 것이 아니다. 지구의 기온이 상승할수록 우리나라의 태풍 피해가 점점 늘어가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https://youtu.be/jeTRrveO0k0


태풍들이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간 뒤, 미국의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는 유래 없는 이상기온 현상이 발생했다. 낮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다 하룻밤 사이에 기온이 30도가량 떨어지며 다음 날 폭설이 내린 것이다. 이 현상의 원인은 지구 반대편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었다. 태풍의 압력을 받아 캐나다 북부에서 찬 공기를 가두고 있던 제트기류가 덴버 지역으로 강하게 유입되면서 불과 하룻밤 만에 계절이 여름에서 겨울로 뒤바뀐 것이다. 인간은 장롱 속에 넣어둔 옷을 꺼내 입으면 된다지만, 자연 생태계는 오로지 맨몸으로 이러한 급변을 감당해야 한다. 해마다 재앙에 가까운 기후변화 앞에 자연이 멸종과 도태를 선택하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



지금 인간은 훨씬 더 멀리 뛰기 위해 더 웅크리고 있는 용수철 같은 상태다. 그래서 코로나가 사라지기만 간절히 바라는 인간은, 그 날이 왔을 때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행하고, 더 많은 가지려고 노력할 것이다. 인간이 발전과 진보에 더욱 몰두할수록 그 부작용의 크기도 비례해왔음을 숱한 역사적 사건들이 증명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코로나 이후의 희망만을 말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희망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무엇이 희생되고 터부 되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지구, 자연, 환경은 그중에서도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것이다.



미세먼지를 오로지 중국 탓으로 일관하기 전에, 그것이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구매하는 중국제 제품들을 만들면서 생겨난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간 참아왔던 해외여행을 들뜬 마음으로 떠날 때, 우리를 태운 비행기가 만든 구름들이 심각한 온난화 효과를 일으키는 것도,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농작물 생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에게 미래에 어떤 부담으로 다가오는지도 알아야 한다. 오늘 새벽 집 앞에 배달된 배송 박스 속 비닐과 포장지들이 얼마나 빨리 쌓여가는지를 우리는 알아야 한다. 결국, 코로나가 사라진 미래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가치는 바로 지구인 것이다.


이미지 출처 : https://flic.kr/p/2hYH6rP



참고문헌 


조천호(2019) [파란하늘 빨간지구], 동아시아

홍희정(2020) [미국 덴버, 폭염 다음 날 폭설…"마이삭·하이선 영향"], JTBC

곽노필(2020) [인간을 격리했더니…가려졌던 지구 모습이 복원됐다], 한겨례신문사

매거진의 이전글 난 그저 아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