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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림 Dec 10. 2024

호박 두 덩이

-자작시

호박 두 덩이



한상림



기모바지와 체크남방을 사서 내미는 여자에게

습관처럼 핀잔을 쏟아내는 남자

못마땅한 건 옷이 아니라 여자다


여자는 이왕 사온 것 한 번 걸쳐나 보라며

옷가지를 내민다


줄어든 바지 길이와 패인 목 사이즈까지

줄자로 잰 듯 안성맞춤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엇나가는 결

목수의 대패질로도 다듬어 낼 수 없다


그저 눈 딱 감고 35년 째 묵묵히

까다롭게 늙어가고 있는


거실 이 켠 저 켠에서 익어가고 있는

늙은 호박 두 덩이




표지 이미지 네이버블로그 https://blog.naver.com/cam8180/222460699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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