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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림 Aug 10. 2024

빈집

자작시

빈 집


   한상림


  저녁 찬거리로 국내산 우렁이살 한 팩을 샀다 팔순 노모의 젖꼭지 닮은 꼬득꼬득한 

알맹이를 바락바락문질러 된장에 버무린다 뚝배기에서 팔팔 끓이는 우렁이 된장조림, 알맹이 한 알 잘근잘근 씹어본다 뭉툭잘린 몸통이 씹힐 때마다 수렁 속을  더듬었을 

촉수, 단단한 껍질에 새긴 나선탑,  느릿느릿 기어왔을 진흙길, " 내 살을 먹고 어서 

자라거라." 부화하는 순간까지 어미를 뜯어 먹는 우렁이들, 집 떠나는 새끼를 위해 바람 삭이며 바라보는 어미의 빈집, 평생 논밭에 엎드려 육남매 키운 어머니의 집, 

보내 주신 무농약 쌈채에 넣어 먹는 우렁이 저녁 만찬, 울컥 슬픔 한 덩이가 씹힌다





19년 전인 2005년도에  쓴 시이다.

당시 시어머님을 생각하면서  썼던 시이다.

이젠 어머님 가신 지 3년 째,

시댁에 가봐도 계시고 그야말로 빈 집만 덩그마니 남아 있다.

곧 나도 아이들에게 빈 집으로 남겨질 터인데..

인생이 이렇게 무상하고, 시간이 빨리 지나고 있음을 

요즘은 하루하루 더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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