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유도 경기 동메달 쟁탈전에서 패배한 선수가 남긴 한마디가 심금을 울린다.
브라질의 선수 파라사 피멘타가 승리한 뒤 주저앉아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때 이탈리아의 오데데 주프리다가 경기에서 지고도 오히려 이긴 선수에게 “그리스도 안에서 승자와 패자 모두가 이길 수 있다.”는 명언을 남겼다. 반면에 북한의 선수가 고의로 관절을 꺾는 반칙으로 8강전에서 패배한 인도 여자 레슬러가 분통을 터트렸다.
무더위로 밤잠을 설치면서, 올림픽 기간 내내 우리나라 선수들을 응원하느라 열대야도 잊었다. 동안 열심히 훈련해 온 선수들 모두가 자랑스럽다. 하지만 모두 메달을 딸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최선을 다하여 연습해 온 실력을 한순간 평가로 메달리스트가 되고. 그것도 금·은·동으로 갈라진다. 사실 금메달이나 은메달이나 동메달의 실력은 열심히 땀 흘려 얻은 노력의 결실로 별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정치 상황에서 견주어 볼 때, 정치인들의 메달 경쟁은 진정 무엇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올림픽 정신은 ‘Faster(더 빠르게), Higher(더 높게), Stronger(더 강하게), Together(다 함께)이다.
승자와 패자가 순간의 실력으로 평가를 하면서 국가별로 경쟁하면서, 이 순간만은 다 함께 TV 앞에서 자국 선수들을 응원한다.
선의의 경쟁으로 패배하고도, 경기를 마친 후 서로 어깨를 끌어안거나, 손을 잡고 악수를 하면서 웃으면서 인사를 나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경기에서 졌든 이겼든 참 뿌듯한 장면들이 오히려 경기 내내 팽팽했던 긴장감을 벗어나 ‘세계는 하나‘라는 올림픽 정신으로 다져진 인간애가 눈길을 끈다.
반면에 22대 국회는 개원한 지 2달이 넘었는데도 안건 처리도 제대로 못하고 정쟁만 거듭하고 있다. 여당과 야당은 당연히 정치의 경쟁 상대이고, 상대 당을 견제하면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을 위한 정쟁은 뒷전이고 오직 자기 당을 위한 플레이만 거듭한다. 일보의 양보도 배려도 없다. 목적은 오직 하나, 당권만을 빼앗기 위한 거다. 정치의 양극화에 따른 국민의 피로도와 분열은 아랑곳없다. 심지어 가족 단톡방에서조차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반반 갈려서 한 치 양보도 없이 지적질까지 하고 서로 옳다 그르다 주장만 내세우는 현실이다. 참으로 가족애마저 양분화되어 정치에 대한 말거리만 나오면 내심 곪아 터진 갈등이 발생한다. 물론 정치적인 성향은 개인의 몫이며 권리이니, 가족이든 부부 간이든 서로 존중해 주고 관여할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갈등의 씨앗을 조장하는 곳이 바로 국회다.
정치 뉴스를 보다 보면 양쪽 모두 주장하는 면이 타당성이 있는 발언도 많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 억지 주장을 하면서 마치 탄핵 병에 걸린 야당의 행위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거대 야당으로 구성된 22대 국회는 늘 시끄럽고 여당의 동력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어렵게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통쾌한 해결 소식은 없으면서 막말을 내뱉는 몇몇 의원의 모습을 보면 그들의 속내가 훤히 읽힌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 그들의 말이다. 마치 목표를 미리 정해놓고 이렇게 저렇게 꿰어맞추어 그럴듯하게 포장된 말로 국민을 속이려 든다. 하지만 속내엔 이기적인 꿍꿍이가 담겨 있다. 그런 점을 국민이 모른다고 착각하면 절대 안 된다. 국민은 국회의원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빤히 들여다보면서 나름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자기가 지지하는 당에 맹목적으로 손들어주면서 상대 당을 혹독하게 비판하고 갈라치기 하는 국민성이다. 결국 여와 야의 대치가 극점에 달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22대 국회 역시 시작과 동시에 여와 야의 화합은 갈수록 어렵고 더욱더 심각해질 게 뻔하다. 회기 내 어느 정도 협치할 점은 협치하도록 서로 양보하고, 현 정부는 탄력받은 동력으로 순항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여당도 야당의 거슬리는 목소리를 무조건 거부하지만 말고 타협점을 찾아서 맞춰야 한다. 국민은 어느 정권에서 국정을 이끌어가던지 그저 평화롭게 살고 싶은 마음 하나다. 제발 남은 3년 임기 동안만이라도 적절한 견제와 양보와 배려로 서로 타협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고 싶다.
올림픽 경기에서 패배한 선수가 승리한 선수를 격려해 주고 감싸주는 명장면 한 컷을, 국회의원 배지를 단 왼쪽 가슴에 담아주고 싶다. 제발 좀 당리당략만을 위한 정치를 하지 말고, 상대의 입장도 받아줄 수 있는 아량을 베풀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 당의 대표 역할이 중요하다. 과연 신임 한동훈 대표와 이재명 대표 두 사람의 활약을 믿고 기대해도 될 까?
학교 운동회날, 빠지지 않는 종목 중 하나가 ‘2인 3각’ 경기이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안쪽 다리를 묶고 “하나, 둘, 하나, 둘” 구령에 맞춰서 반환점을 되돌아오는 것이다. 정치 역시도 양당은 서로 생각은 다르지만, 목표인 22대 국회 반환점까지 잘 마쳐야만 둘 다 승리할 수 있다. 서로 발을 맞추지 못하면 자기주장만 강하게 내세우면 둘 다 넘어지고 만다.
고집만 각자 내세우다 보면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면서 둘 다 패배하고 만다.
그렇듯, 여와 야의 협치하는 모습으로 22대 회기를 잘 마칠 수 있기를 바란다.
서로 상대를 향한 맹목적인 비판만 하지 말고, 배려할 점은 배려하고, 선의의 경쟁자로서 오로지 국민만을 위한 참된 정치인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