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일 오전 4시 언저리에 일어나야만 한다. 더 일찍 잠자리에 들 수도 있었건만, 출퇴근 오가는 길에 책을 좋아하는, 글쓰기에 진심인 주인공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어쩐지 글자 한 자 한 자 꼭꼭 씹어 삼킨지 오래되어 점점 바보가 되어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버린 게 화근이었다. 친구에게 선물 받고 시간이 꽤 지났건만 올해 초에 손 닿는 곳에 두고 짬짬이 읽다가 다시 소파 한 귀퉁이가 제자리가 된 에세이집을 펼쳤다.
오늘 읽은 내용 중에 옷차림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웃는 자에게 한 방 날리지 못하고 자리를 떠난 이의 사연이 있었다. 누군가 내 눈앞에서 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만행을 저지른다면 나는 뭣이라고 할까, 잠시 생각해 봤다. 나는 앞으로도 평생 그런 옷차림을 하지는 않을 테니 아마도 그 언사의 대상은 내가 아닐지라도 그 순간 그 인간의 저질스러움을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으니 뭔가 말하고만 싶을 텐데 나는 뭐라고 말할까.
“너는 쳐다보는 눈깔이 문제인 건지, 놀리는 혓바닥이 문제인 건지, 도통 모르겠다. 이 미스테리한 새끼야.“
이게 결론이었다. 음, 썩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기억하려고 이렇게 남겨둔다. 이런 걸 미리 구상하지 않아도 재수 없는 인간 앞에서 술술 풀어낼 수 있는 그런 인간이 되면 좋을 텐데,라는 바람을 품으며 그러니 앞으로 책을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다짐으로 하루를 닫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