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형식에서 벗어난 유튜브 크리에이터 콜라보 마케팅 전략 3
커피 한잔= 4분, 버스 요금 = 2시간, 스포츠카 1대 = 59년
영화 <인 타임> 속 화폐는 시간입니다. 하루를 보내는 데 필요한 모든 재화가 시간으로 환산되죠. 가상 세계의 이야기라 여겨지지만, 광고시장에는 이와 유사한 공식이 적용됩니다. 짧게는 5초부터 길게는 수십 분까지, 수많은 기업 광고가 소비자의 시간을 구매해요. 하지만 콘텐츠는 날로 넘쳐나고, 시청 주도권은 소비자에게 넘어간 지금. 아무리 큰돈을 들인다 하더라도 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기업은 더욱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 하죠.
이때 떠오르는 대안이 바로 크리에이터입니다. SKT 유튜브 채널은 유명 ‘크리에이터’를 스피커로 내세워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 수백만 명이 넘는 소비자의 시간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들은 확실한 캐릭터성과 매력적인 스토리로 소비자가 시간을 내서 콘텐츠를 보러 오게 하는 힘이 있거든요.
통신사인 SKT는 구매 혜택을 최우선으로 내세우기보다는, 제품 자체의 USP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대다수의 구매자가 통신사를 통해 개통하기 때문에 제품 구매 전환이 곧 시장 점유율 확보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갤럭시S22’는 매니아층이 탄탄하여 브랜디드 콘텐츠로 소개했을 때 자칫하면 특정 타겟에게만 인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SKT는 크리에이티브한 방향성으로 다양한 타깃에게 접근하고자 애니메이션 크리에이터 ‘장삐쭈’와 콜라보를 진행했습니다. 작화와 스토리는 ‘B급’, ‘병맛’ 코드로 통하지만, 천재적인 기획력으로 애니메이션 분야 중 가장 많은 구독자 수와 조회수를 보유하고 있거든요.
MZ세대는 어린 시절 디즈니부터 투니버스까지 만화와 가깝게 지냈습니다. 이는 인물 중심의 유튜브 시장에서 스토리 중심의 애니메이션이 살아남은 이유라고 해석할 수 있죠. 브랜드 입장에서도 애니메이션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분명하게 풀어내기 좋습니다. 실물 이미지나 텍스트로 담지 못하는 한계를 상상력으로 보완할 수 있으니까요.
SKT의 브랜디드 콘텐츠 <100년 후 전당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스마트폰이라는 존재도 희미해진 미래 세계의 전당포 주인은 갤럭시S22를 가진 사람을 발견합니다. 비싸게 살 테니 자신에게 팔아달라고 설득하죠. 그 과정에서 제품의 특장점뿐 아니라 ‘SKT 혜택이 좋아서 빠르게 단종되었으니 프리미엄 값을 붙여주겠다’며 마케팅 포인트를 확실히 녹였습니다.
해당 영상은 광고성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스토리로 유튜브 인기급상승 동영상에 높은 순위로 랭크되었으며, 같은 세계관을 차용한 시즌2까지 제작되었습니다. 한 명의 크리에이터로 260만 명의 시간을 5분씩. 도합 1,300만 분을 산 셈이죠.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가 중장년층 남성에게 인기가 많은 모델이기에 ‘Z플립’ 시리즈는 2030 여성으로 타깃 확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에 예쁜 디자인과 사진 촬영에 최적화되어있다는 점을 USP(Unique Selling Point)로 구축했죠. 하지만 2030 여성은 갤럭시 유저보다 아이폰 유저가 다수이기 때문에 일상 브이로거를 통해 제품 USP를 전달하는 건 메리트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진정성을 떨어트립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SKT는 주 구독자층이 2030 여성으로 이루어진 메가 크리에이터 ‘강유미’와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 타깃층에게 제품 인지도를 높이고 구매 혜택을 각인했습니다.
강유미는 112만 명의 구독자(2022년 9월 기준)를 보유하고 있는 롤플레잉 콘텐츠(RP, Role Playing) 전문 크리에이터입니다. ‘강남역 러쉬 알바생’, ‘영통 팬싸하는 아이돌’ 등 특정 캐릭터 RP로 큰 인기를 끌고 있죠. 뛰어난 현실 고증으로 ‘인류학자 강유미’라는 별칭도 붙었고요. 특히 광고 콘텐츠는 오리지널 콘텐츠만큼이나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독특한 컨셉으로 매번 화제를 일으킵니다.
SKT 브랜디드 콘텐츠 <인싸 브이로그>에 등장한 페르소나는 대학생 ‘유진’. 새벽 5시 미라클 모닝 모임을 주도하고 틱톡커로 활동하며, 팔로워가 1억 명인 인싸입니다. Z플립이 사진 촬영에 최적화되어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해당 제품으로 브이로그를 촬영하는 장면을 보여주었고요. ‘SKT에서 Z플립4 구매했더니 에버랜드 VIP 투어에 당첨되었다’며 인스타그램에 같이 갈 사람을 모집하는 등 SKT 혜택까지 유쾌하게 풀어냈습니다.
2022년 최고의 크리에이터 채널을 선정하라면 ‘숏박스’가 떠오를 겁니다. 누구나 경험해봤을 법한 상황 설정과 하이퍼 리얼리즘 연기를 보여준다는 것이 특징이죠. 올리는 영상마다 모두의 ‘격공’을 부르며, 200만 명이 훌쩍 넘는 구독자 수와 천만 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요.
이에 SKT는 T멤버십, 에이닷 등 일상생활에서 적용되는 혜택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숏박스와 콜라보 진행, 총 5편의 브랜디드 콘텐츠를 업로드했습니다. 서비스를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설명하기 보다는,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광고스러움을 최소화했죠.
T멤버십을 다룬 <우린 오늘 T멤버십으로 50억을 번 거야>를 살펴볼게요. 배경은 T멤버십 최다 사용처 중 하나인 ‘뚜레쥬르’. 결제 시 T멤버십을 제시하면 할인이 된다는 점에서 영상은 시작됩니다. 그리고 친구와 한 번쯤은 해봤을 망상 대화로 이어지죠. T멤버십으로 할인 받은 8천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50억이 되니, 부자가 될 수 있다면서요. 시청자들은 ‘평소에 친구들이랑 콘셉트 잡고 하던 말들이라 공감되면서 너무 웃긴다’, ‘뚜레쥬르 가면 이거 먼저 생각날 듯’이라며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앞서 소개한 세 영상에서 같은 댓글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런 광고라면 환영’. 브랜디드 콘텐츠에 있어 크리에이터의 역할은 분명합니다. 콘텐츠를 더 재미있고, 흡입력 있게 만드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크리에이터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캐릭터성을 놓치지 않아야 하고요. 장삐쭈가 특유의 B급 감성을 제대로 녹이고, 강유미가 유진이라는 RP 캐릭터를 만들었으며, 숏박스가 오리지널 콘텐츠와 동일한 섬네일 포맷과 연출을 유지한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