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 고객•구매 고객•충성 고객에 맞는 타깃별 전략 3
아이폰, 출시 전부터 품절 대란
매년 가을쯤 애플의 신제품 소식이 들려올 때면 모두의 촉각이 곤두섭니다. 특히 아이폰의 경우 사전 예약 시기부터 눈여겨보지 않으면 정식 출시 전부터 품절 소식을 듣게 됩니다. 2007년 세상에 나와 2022년 '14'라는 버전이 될 때까지, 제품의 인기가 식기는커녕 매년 열기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제품에 대한 증명이라기보다는 애플의 브랜딩에 기댄 보증에 가깝습니다. 20여 년간 애플이 펼쳐온 브랜딩이 크리에이티브하고 모던한 제품 이미지를 만든 거죠.
그래서 '브랜딩은 매출과 직결되지 않는다'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그 목적은 매출 증대가 아닐지라도 결국에는 매출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으니까요. 소셜 미디어 마케팅 시대에 들어서며 타깃별 브랜딩이 가능해졌는데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전방위적 브랜딩을 넘어 잠재 고객, 구매 고객 그리고 충성 고객에 따라 상이한 콘텐츠와 전략으로 고객을 관리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습니다.
건설업은 소비재 브랜드와 달리 시장 내의 규모감, 전문성 등 기업 가치가 중요한 산업입니다. 그렇기에 기업의 인지도를 높이고, '업계 선두 주자'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게 중요하죠. 최근 대림그룹은 사업 구조의 다양화, 시장 점유율 확대 등의 목적으로 ‘DL(디엘)’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DL이앤씨’는 대림산업의 새 이름이고요. DL이앤씨는 이러한 변화를 알리고 잠재 고객층인 20대에게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유튜브 시리즈 ‘길거리 퀴즈쇼’를 활용했습니다.
길거리 퀴즈쇼는 길에서 만나는 시민들에게 DL이앤씨와 관련된 퀴즈를 내는 웹예능입니다. 전문엔터테이너가 아닌 실제 직원을 MC로 설정하여 진정성 있는 티키타카 요소를 녹여냈고요. DL이앤씨에서 착공하는 주거, 캠퍼스, 문화, 대교 등 다양한 장소에서 고객층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있죠.
이들은 해당 콘텐츠 속에 20대를 타깃으로 하는 여러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먼저 타깃이 밀집한 대학가에서 퀴즈를 진행했어요. 또한 퀴즈의 정답은 모두 DL이앤씨이지만 취업, 아이돌, 예능 프로그램 등 20대가 가지는 관심사로 문제를 만들었고요. 퀴즈를 푸는 게이미피케이션 요소와 실제 임직원을 만나는 경험이 참여자와 시청자가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인지하는 데 힘을 실었습니다.
인지도도 높였겠다, 구매층도 생겼겠다. 단순한 구매 고객을 정기적인 구매자로 만들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제품 판매 이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큰 그림이 필요합니다. 브랜드는 이들과 감성적 공감대를 구축하며 마인드 셰어를 차지해야 하죠.
파스퇴르는 분유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며, 예비 부모 혹은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를 타깃층으로 삼고 있는데요. 최근, 산모를 주인공으로 한 ‘만삭화보 메이크오버’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가 평소에 해보지 못한 스타일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만들고, 개개인의 스토리를 화보 속에 녹여냈어요.
사실 대다수의 산모는 임신 후 변한 자신의 외형적인 모습이나 제한적인 활동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지곤 하죠. 이에 파스퇴르는 해당 캠페인을 통해 ‘이 세상의 엄마들이 바로 주인공이다’라는 감성적인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소비자에게 ‘아기뿐 아니라 엄마를 생각하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각인한 셈이죠.
‘2:20:80 법칙’이란 브랜드 전체 고객의 2%에 달하는 충성 고객이 매출에 직접 기여하는 비율은 20%, 이들이 지인에게 브랜드를 추천함으로써 발생하는 매출은 80%에 육박한다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수많은 브랜드가 충성 고객을 유치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서포터즈는 소비자가 브랜드 로열티를 갖게 하는 최적의 수단입니다. 협찬과 달리, 서포터즈에 입단하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브랜드에 애정이 있는지 증명해야 하고 직접 기획, 제작, 확산에 관여하기 때문에 나름의 주인의식을 갖게 되니까요.
초콜릿 브랜드 밀카는 ‘밀카 플래닛에서 파견된 사절단’이라는 콘셉트 하에 밀당 크루라는 서포터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밀카를 이 땅에 널리 알리자는 미션을 부여받고 자신의 관심 분야를 활용해 제품을 소개하는 UGC를 제작합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더 깊게 브랜드를 경험하고, 서포터즈라는 특별함은 큰 애착을 키우죠. 이는 콘텐츠에 진정성을 불어 넣게 되고, 결과적으로 온라인 채널 내 브랜드 언급량을 늘리는 선순환으로 이어집니다.
브랜딩을 통한 고객 관리는 고객 정보를 관리하고 활용하는 CRM(Customer Relation Management) 마케팅과 차이가 있습니다. CRM 마케팅은 충성도 확보라는 명확한 목표 아래 펼치는 공격적인 마케팅입니다. 반면 이번에 살펴본 사례 속 브랜드는 '주력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고객은 누구인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소통을 통해 완성하고 싶은 이미지는 어떤 것인지'를 먼저 고민했습니다. 이를 통해 찾은 답을 적합한 채널과 콘텐츠를 통해 풀어가고요. 여유 있고 느슨해도 견고하고 탄력적인 관계가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