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콘텐츠로 직접 판매를 할 수 있다면?
소셜 미디어가 서로의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는 플랫폼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은 이미 오래 된 이야기입니다. 이미 우리는 소셜 미디어에서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의 거래가 오가는 ‘크리에이터 커머스’에 익숙해졌죠.
그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가 ‘공구’인데요. 이는 ‘공동 구매’의 줄임말로, 여러 사람이 모여 단체로 물건 등을 구매하는 것을 뜻합니다. 많은 소비자들은 대량 구매로 인한 특가 혜택, 혹은 공구 기간 한정 판매 등의 이점 때문에 공구에 참여합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공구를 전문으로 하는 유저를 ‘인플루언서’라 칭하며 하나의 직업으로 여길 정도로 성행하고 있고요.
검색 한 번이면 전세계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 소비자들은 이전에 비해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제품의 원재료나 성능 등을 꼼꼼하게 비교하고,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을 찾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선뜻 크리에이터 커머스에 지갑을 여는 이유는 단순히 가격 측면에서 이점이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공구로 대표되는 크리에이터 커머스는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마케팅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살펴봅시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판매하는 크리에이터의 라이프 스타일을 함께 경험하고자 합니다. 선호하는 크리에이터에 대한 호감과 신뢰가 실제 소비로도 이어지는 것인데요. 2022년에 ‘#공구’, ‘#공동구매’ 해시태그로 업로드된 콘텐츠를 분석한 결과, 공구가 가장 많이 진행된 품목은 효소였습니다. 그 외에도 콜라겐이나 유산균을 비롯한 건강 기능 식품류의 인기가 높았고요.
이는 크리에이터가 가진 외적인 매력이나 자기관리에 철저한 모습 등을 활용해 판매하기에 유리한 카테고리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크리에이터들이 공구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제품을 직접 사용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노출하기도 하죠. 즉, 소비자들은 크리에이터 콘텐츠 소비의 연장선으로써 크리에이터 커머스를 소비하는 셈입니다.
우리는 이처럼 오락적 기능의 소비를 즐기는 소비자들을 ‘Refresh Consumer’라고 정의합니다. 마치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면 새로운 정보가 화면에 나타나는 것처럼, 콘텐츠를 볼 때 즉각적으로 새로운 니즈가 발생하는 겁니다. 이들에게는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감상하고, 관련 제품을 실제로 구매하는 것까지가 콘텐츠를 즐기는 하나의 여정인데요. 그렇기에 구매 의사를 불러일으키는 촉매제로써 콘텐츠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레거시 미디어에서 이러한 역할을 유사하게 수행했던 것이 홈쇼핑입니다. 쇼호스트들은 소비자들이 판매 방송을 하나의 콘텐츠로써 시청하도록 유도하고, 구매까지 이어지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요.
이때 상품을 직접 착용하거나 시연해 보이며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만큼 재미를 주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판매 방송을 지속해서 시청하도록 하려면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어야 하니까요. 생방송의 특성상 방송을 이끄는 쇼호스트의 능력이 판매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스타 쇼호스트’가 생기기도 했죠.
하지만 아직 기성 홈쇼핑은 예능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한 쇼호스트가 홈쇼핑 방송에서 욕설을 사용했을 때 ‘예능처럼 봐달라’고 말했던 것이 이슈가 되기도 했던 것처럼요. 방송 심의 등의 여건을 고려했을 때 재미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를 보완해 예능적 측면을 더 강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어떨까요?
기존 공구 콘텐츠는 외관을 매력적으로 강조하거나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요리하는 등, 제품 USP에 직관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 자체에 매력을 느껴 구매하기보다는 크리에이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구매까지 이어지는 것에 더 가까웠죠.
그러나 소비자들이 오락적인 소비를 즐기게 되면서 콘텐츠 자체의 매력이 중요해졌습니다. 콘텐츠로써 재미가 있어야만 관심있게 콘텐츠를 시청하고, 이것이 구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크리에이터 중심의 커머스는 콘텐츠가 제품과 직접 이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크리에이터가 기성품을 대량으로 매입하는 역할만 수행했다면, 이제는 브랜드 협업으로 직접 제품을 만드는 것처럼요.
한 예시로 패션 유튜버 <세임디퍼런스(samedifference)>는 의류 브랜드 라퍼지포우먼과의 공동 개발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출시 전 직접 팔로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고객 니즈를 확인하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죠.
또한 콘텐츠와 커머스를 직접 결합하기도 합니다. 이는 콘텐츠에 PPL을 추가하는 형태가 아니라, 커머스로서의 기능에 중점을 둔 형태인데요. 바로 유튜브 쇼핑의 제품 태그 기능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제품 태그는 특정 제품의 판매 페이지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탭을 생성할 수 있는 기능인데요. 영상에 등장하는 제품을 태그하여 콘텐츠 시청 후 바로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연결해줍니다.
CJ ONSTYLE은 3040세대를 타깃으로 한 웹드라마 시리즈 <눈떠보니 라떼>에서 이러한 전략을 활용했습니다. 영상에서 주인공들이 착용한 옷과 악세서리 정보가 모두 태그되어 있고, 영상 내에서 CJ ONSTYLE 앱 화면을 직접 보여주며 추천 제품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물론 영상에서 추천한 아이템 또한 태그 기능을 통해 바로 CJ ONSTYLE 홈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고요.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콘텐츠에서 상품을 접했다면, 구매까지 이어지기 전에 여러 정보를 추가로 탐색해 보는 과정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 광고로 로봇 청소기를 접했다고 생각해 볼까요. 아마 대부분의 유저들은 추가적인 정보를 필요로 할 겁니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다른 제조사의 상품을 살펴보거나, 다른 고객들의 후기를 찾아보는 것처럼요.
그런데 제품 태그 기능은 콘텐츠를 접한 후 바로 구매 페이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여 구매 여정을 단축시킵니다. 번거롭게 다른 페이지를 켜지 않아도 즉시 제품 상세 페이지에서 제품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리뷰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이를 통해 고객에게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함과 동시에 전환율도 높일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 선행되는 것은 콘텐츠로써의 재미입니다. <눈떠보니 라떼>는 3040 타깃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신혼 부부 에피소드, 워킹맘 에피소드 등을 재치있는 웹드라마 형태로 풀어냈는데요. 이로써 영상이 단순한 판매 방송이 아닌 콘텐츠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재미가 있어야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끝까지 시청하고 구매로까지 이어지도록 할 수 있으니까요.
빠르게 변하는 고객 니즈와 트렌드에 맞춰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까다로운 일입니다.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 동안 트렌드는 계속해서 흘러가니까요. 캠페인 집행 중에 유행이 지나버릴 수도 있기에,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고객의 마음을 선점하는 일이 항상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기존에 존재하는 크리에이터의 캐릭터와 서사, 즉 Human IP를 활용하는 것은 꽤 매력적인 전략입니다. 이미 유저와의 친밀도를 쌓은 크리에이터를 내세워 Refresh Consumer와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죠. 예컨대 소비자들과 친근하게 소통해왔던 크리에이터가 커머스 특화 캐릭터를 만들어 기존 콘텐츠의 맥락을 잇는 것처럼요. 이러한 전략으로 판매 채널이라는 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거부감은 낮추고, 재미는 더 확실하게 충족시킬 수 있죠.
기존의 크리에이터 캐릭터를 활용해 화제성을 쉽게 모을 수 있는 것 또한 Human IP의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팬덤 파워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합니다. 물론 크리에이터 시장에서 팬덤은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팬덤이 형성될 만큼의 파급력을 가진 크리에이터는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IP가 될 수 있죠. 그렇지만 팬이 아닌 유저도 구매하고 싶을 만큼 충족감을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지향점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