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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태 Nov 24. 2023

'하이퍼리얼리즘' 말고, '진짜 리얼' 콘텐츠

스토리보다 강력한 캐릭터를 가장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



근래 콘텐츠 시장을 관통했던 키워드 중 가장 영향력 있는 것을 꼽자면 단연 ‘하이퍼리얼리즘’일 겁니다. 플랫폼이나 콘텐츠의 길이 등을 가리지 않고, 현실을 더 현실처럼 구현한 콘텐츠들이 큰 인기를 얻었죠. Think with Google의 2022 한국 YouTube 트렌드 결산에서 하이퍼리얼리즘을 그 해의 주요 트렌드로 선정하기도 했고요.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는 주로 현실을 정밀하게 묘사한 코미디의 형태입니다. 작위적이지 않도록, 대본 속 캐릭터가 마치 실재하는 인물과 상황인 것처럼 제작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시청자가 콘텐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캐릭터와 사건을 직관적으로 설정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컨대 ‘아내를 위해 당근마켓 거래에 대신 나온 남편’처럼요.


▲ YouTube 'M드로메다 스튜디오'


한편,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콘텐츠들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청소광브라이언>은 1화가 업로드 된 지 1달 만에 2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달성했을 정도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결벽증으로 유명한 브라이언 본인의 캐릭터를 살린 콘텐츠입니다. 게스트의 불결한 모습에는 불같이 화를 내고, 청소에 열심을 다하는 장면 등은 연기가 아니기에 몰입감을 높여주죠.


<청소광브라이언>처럼 대본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를 살린 콘텐츠를 ‘Real Reality’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하이퍼리얼리즘이 사실을 철저하게 묘사하는 방식이라면, Real Reality는 묘사가 아니라 현실 그 자체를 콘텐츠에 담습니다.


이러한 콘텐츠 전략의 핵심은 팔로워와의 관계 형성입니다.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시청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인데요. 일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서로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공유하며 관계의 깊이를 확장하는 과정과 비슷하죠. Real Reality를 통해 일회성 시청자가 아니라 ‘팬덤’을 모을 수 있는 콘텐츠 전략을 알아봅시다.




A lot more real | 라이프 스타일의 콘텐츠화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는 크리에이터가 유저의 일상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유저들의 일상에 동화된 콘텐츠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죠. 한편 Real Reality는 반대로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유저가 이에 공감하거나 호감을 느끼는 방식인데요. 짜인 각본이 아니라 실제 크리에이터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될수록 그 효과는 배가 됩니다.


Real Reality의 주제가 결벽증처럼 독특한 특성만을 포함하는 것은 아닙니다. 브이로그를 비롯하여 개인의 일상을 담은 콘텐츠가 꾸준히 사랑받는 것처럼, 크리에이터 본인의 사소한 정보도 콘텐츠의 키워드로 만들 수 있는데요. 이 경우 주로 비슷한 특성을 공유하는 유저 집단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점차 타깃을 넓혀갈 수 있습니다.


▲ YouTube '리쥬라이크 LIJULIKE'


<리쥬라이크 LIJULIKE>는 2011년도에 TV 예능 <얼짱시대>에 출연해 인기를 얻은 유혜주의 브이로그 채널입니다. 결혼 준비 과정부터 결혼 후 신혼 생활, 그리고 자녀 출산 후 가족들이 함께하는 일상까지 크리에이터 본인의 삶을 구독자들과 밀접하게 공유하고 있는데요.


사실 유혜주라고 하면 많은 대중들은 ‘얼짱’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릴 겁니다. 과거 외모로 주목받으며 형성된 ‘얼짱’ 캐릭터를 활용해 피팅 모델 활동을 했고, 현재는 그 경험을 살려 직접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고요. 결혼과 출산 후에는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조금 더 진솔하게 드러내며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가고 있죠.


▲ YouTube '융나YoongNa'


<융나YoongNa>는 미국에 거주 중인 크리에이터로, 미국 스타벅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음료를 제조하는 쇼츠를 통해 유명세를 탔습니다. 거주지가 미국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아르바이트, 대학 생활, 룸투어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고요.


이처럼 Real Reality 콘텐츠에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크리에이터 본인의 특성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평범할 수 있는 일상 콘텐츠라도 미국이라는 배경 때문에 지리적 특성, 혹은 문화 차이 등이 드러나기에 크리에이터 고유의 개성이 쉽게 두드러지는 것입니다.




Real Reality | 크리에이터의 개성을 살린 IP


콘텐츠의 흥망성쇠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를테면 스토리 진행 방식, 등장인물의 수, 자막 디자인, 배경 음악처럼요. 그중 최근 콘텐츠 트렌드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캐릭터’입니다. 크리에이터로서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콘텐츠 IP를 구축했을 때 하나의 브랜드로서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 YouTube '탁탁 TAKTAK'


<노빠꾸탁재훈>의 경우 탁재훈이라는 셀럽 고유의 이미지를 크리에이터 캐릭터로 활용했습니다. ‘수사 반장’이라는 캐릭터를 설정해 솔직하고 거침없는 입담이 부각될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형사로서 게스트들에게 민감한 질문도 직설적으로 던지는 ‘노빠꾸’ 캐릭터가 큰 호응을 이끌어냈는데, 이 캐릭터는 <노빠꾸탁재훈>에서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게스트에게 질문을 던지는 캐릭터와 포맷은 <탁재훈의 압박면접>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노빠꾸탁재훈>이 형사 콘셉트였다면, <탁재훈의 압박면접>은 면접관을 콘셉트로 했죠.


이러한 확장이 가능한 이유는 크리에이터 본인이 가진 고유의 캐릭터를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노빠꾸’ 캐릭터가 대본상에 만들어진 설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정성을 확보하고, 수사와 압박 면접이라는 콘셉트의 설득력도 높일 수 있었고요.


▲ YouTube '짠한형 신동엽'


<짠한형 신동엽>에서는 신동엽의 ‘주당’이라는 캐릭터를 활용했습니다. 기성 방송에서는 베테랑 방송인으로서 프로페셔널한 MC의 모습을 보였다면, <짠한형 신동엽>에서는 편안하게 술을 마시는 모습으로 친근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또한 실제 친분이 있는 게스트를 섭외함으로써 허물없이 대화하는 분위기를 극대화했죠.


이는 시청자가 ‘주당’ 캐릭터에서 기대하는 바, 그리고 음주 콘텐츠에서 충족시키고자 하는 니즈를 모두 만족시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는 간단한 콘셉트만으로 많은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채널 개설 약 두 달 만에 8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모으고, 강력한 IP를 확보할 수 있었고요.




브랜드의 ‘리얼’ 보이스 | Real Reality로 소비자와 소통하기


‘Real’, 즉 진정성 있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은 브랜딩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전략입니다. 브랜드가 일관성 있고 정직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으며, 이 신뢰가 고객 충성도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브랜드 보이스를 전달할 때 Real Reality 콘텐츠는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무기가 되어줍니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진실된 브랜드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 자체 매체를 만드는 것을 ‘브랜드 저널리즘’이라고 부릅니다. 특히 기업 뉴스룸을 만들어 언론사 등 타 매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자체 미디어를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Real Reality를 접목한다면 어떨까요?


▲ YouTube '쿠팡 뉴스룸'


<쿠팡 뉴스룸> 채널에서는 입점 셀러가 직접 출연하는 콘텐츠를 통해 쿠팡의 브랜드 가치를 드러냈습니다. 셀러가 직접 출연해 자신이 쿠팡에 입점하며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성공 스토리 등을 직접 이야기하는 것인데요.


이는 브랜드에서 재직 중인 임직원을 인플루언서로 내세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임플로이언서’와 맥락이 유사합니다.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브랜드를 경험한 이들이기에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요. 전문 방송인이나 인플루언서를 섭외한 브랜디드 콘텐츠보다 친근하게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 YouTube 'MUSINSA TV'


한편, 브랜드에 대해 타깃이 가지는 기대감을 충족시킴으로써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무신사의 경우 자체 유튜브 채널인 <MUSINSA TV>에서 <출근룩> 콘텐츠 시리즈를 지속해서 발행하고 있는데요. 해당 콘텐츠에서는 무신사 임직원들이 자신이 착용한 옷, 가방 등을 직접 소개합니다.


일반적으로 ‘패션 회사 직원’이라고 하면 ‘트렌디함’, ‘패셔너블함’ 등의 캐릭터를 떠올리실 겁니다. 패션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회사 직원들이 직접 구매하고 소개하는 아이템이라면 믿고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 것이죠. 무신사는 콘텐츠를 통해 이러한 기대감을 충족시킴으로써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구독자를 ‘친구’로 만들기


마케팅에서 공감대 형성은 너무나 중요해서 새롭게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소비자의 니즈에 공감하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마케팅의 필수 요소이고요. 꾸며진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며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Real Reality는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한 전략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야 한다면 상당히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시청자 입장에서 어떤 캐릭터가 매력적일지, 그 캐릭터로 어떤 스토리를 이끌어갈지, 주변 인물은 어떻게 설정할지 등을 섬세하게 고려해야 하죠. 그런데 크리에이터 본인이 가진 캐릭터를 활용한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크리에이터가 가진 여러 캐릭터 중 어떤 것을 부각시킬 것인지 선택하고, 이를 더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구성과 게스트 등을 설정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신규 캐릭터 구상이 초면인 사람과 0부터 관계를 쌓아 올리는 것이라면, Real Reality는 이미 대략 알고 있던 사람과 조금 더 친밀한 관계를 쌓아가는 것과 같죠.


콘텐츠 시장은 계속해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매일 새로운 크리에이터가 등장하고, 지난주에는 반응이 좋았던 콘텐츠가 이번 주에는 외면당할 수도 있죠. 그만큼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탄탄한 콘텐츠 IP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야 구독자와 ‘그냥 지인’이 아닌 ‘친한 친구’ 사이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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