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반드시 해야 할 지붕 투어
너무나 멋진 산티아고 대성당 지붕 투어 한국어로 미리 공부해 가세요
순례길을 마치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입성한 뒤 무언가 의미 있는 관광을 하고 싶다면 나는 산티아고 대성당의 지붕 투어인 ‘Decks and Carraca's Tower’를 추천하고 싶다. 역사 깊은 산티아고 대성당의 지붕에 올라가 특별한 뷰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탑 중 하나인 카라스 타워에 올라가 오브라도이로 광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순례자는 10유로, 일반인은 12유로인데 이 가격에는 성당 안에 마련된 박물관 관람도 포함되어 있어서 나름 알찬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좋은 투어의 한 가지의 단점이 있으니 그건 바로 투어 진행이 오직 스페인어로만 제공된다는 것이다. 역사 깊은 성당의 지붕 위를 거닐 수 있는 거라 시간당 소수의 정해진 인원이 가이드의 인솔하에만 올라갈 수 있는데 아쉽게도 언어가 통하질 않는다! 적어도 영어로라도 해준다면 알아듣겠는데 어쩌겠나,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제공을 안 해준다는데 말이야. 그래도 스페인 가이드가 영어도 유창해서 개인적인 질문이 있으면 영어로 물어봐도 대답을 잘해주긴 하지만 이것저것 물어볼 시간이 없다. 이 가이드는 계속 스페인어로 정해진 투어를 마치셔야 하니까 살짝 이동할 때 단순한 질문 한두 개 정도를 할 수 있는 게 다니 많이 아쉬웠다. 산티아고 대성당의 탁 트인 지붕에 거니는 것도 너무 신기하고 타워에 올라가 내려다보는 오브라도이로 광장도 예쁜데 남들은 다 알아듣는 스페인어 가이드의 내용을 놓친다는 게 조금은 불공평하다고 느껴졌는 건 나만 그래? 우리 같은 돈 내고 올라가는 거잖아, 근데 누군 상세한 역사 가이드를 받고 우린 그냥 길 안내만 받는 정도이니 안타까워도 많이 안타까웠다. 적어도 영어로 적힌 안내책자나 번역본이라도 주면 좋을 텐데, 아니면 박물관 오디오처럼 미리 녹음된 거라도 들을 수 있으면 정말 좋지 않을까. 아마 조금씩 시스템을 바꿔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뭐 아직까지는 희망사항 일뿐이다.
내가 올해 마흔 번째 생일에 이 투어를 꼭 하고 싶어서 올라갔을 때 번역기 도움을 받아가며 가이드 옆에서 몇 마디 정도는 번역해 들으려고 노력했었다. 미리 생각하고 올라가질 못해서 처음에는 그냥 따라다니다가 중간부터 번뜩하고 번역기를 돌릴 생각이 나는 게 아차 싶더라고, 진작에 할 걸 말이야. 그래서 산티아고에서의 2주간의 봉사활동이 끝나던 마지막 날 ‘내 번역기를 잘 돌려가며 투어 전체를 다 알아들으리라.’ 각오하고 다시 산티아고 대성당 지붕투어를 들으러 갔고 열심히 때를 잘 맞춰가며 번역을 해내었다. 혹시나 내 주위에 순례길을 간다고 하는 친구가 생기면 공유하려고 아주 열심히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번역을 해왔어!
우리 예비 순례자분들, 그리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지붕 투어를 하시려는 분들! 가이드의 안내 내용을 한글로 번역해 보았으니 우리 한 번이라도 읽고 가서 조금이라도 더 알아듣는 매끈하고 알찬 투어 시간으로 만들어보자고!
산티아고 대성당 지붕 투어 가이드의 안내 한글 번역
투어는 대성당 안 1층에서 가이드와 예약 시간에 만난 뒤 시작해 조금씩 계단을 올라가며 중간중간 이어진다. 성당 안 박물관 사진은 찍지 말라고 해서 지붕 올라가기 전 내부 설명들은 사진을 찍지 못했다. 가이드가 설명하듯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번역하려고 했으니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너그럽게 봐주시고, 기본 정보 정도로만 참고하시길 바란다.
투어 가이드 : 산드라 (영어 잘하고 영어로도 질문에 대답 잘해줍니다)
1.
지금 우리는 셀미레스 궁전에 있습니다. ‘Pazo’라는 단어는 갈리시아어에서 궁전을 의미하며, 셀미레스는 첫 번째 대주교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집을 일터인 대성당 옆에 짓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목적은 집이 대성당과 연결되면서도 순례자들이 사용하는 출입문과는 다른 자신의 전용 출입문을 갖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건물은 12세기에 지어졌으며, 주로 두 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1층에 있으며, 이곳에는 주방, 식당, 작업실 등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무기실’입니다. 이러한 방들은 매우 단순하게 디자인되었으며, 보시다시피 장식이 거의 없습니다. 벽에 걸린 그림들은 현대적인 전시물로 이 방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 방들은 주로 작업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넓고 편안하며, 추위를 막기 위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아름다움보다는 실용성을 우선시하여 만들어졌습니다.
그중 하나의 예가 바로 문입니다. 보시다시피 문이 굉장히 큰데요, 이 문이 이렇게 큰 이유는 화려한 입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사들이 말을 타고 이곳으로 들어오기 위함입니다. 실용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이죠.
이제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2층은 귀족층으로, 대주교가 살던 곳입니다. 그곳에서는 대주교의 방, 서재, 욕실 등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비교를 위해 우리는 먼저 연회장에 잠시 멈출 것입니다. 이후 바로 지붕으로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짧은 여정이 될 것입니다.
2.
지금 우리는 연회장에 있습니다. 이곳은 잔치와 연회를 위한 공간으로, 그래서 장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천장을 보시면, 십자 모양을 이루는 볼트 구조가 보입니다. 그리고 오른쪽을 보면, 잎사귀, 꽃, 자연의 요소들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왼쪽을 보시면, 그쪽은 잎사귀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오른쪽이 부유한 사람들, 즉 귀족들이 앉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장식은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반면, 왼쪽은 중요도가 덜한 사람들을 위한 자리였고, 그래서 장식이 더 단순합니다.
여기 보이는 것들은 ‘역사적 메솔라’라고 부릅니다. 이 구조물들은 천장을 지지하는 데 필요하지만, 동시에 당시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도 사용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연회가 열리면 음악가들을 초청해 저녁을 즐겁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왼쪽을 보시면, 악사나 음유시인들이 보일 텐데요, 이들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밤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춤을 추었겠죠. 12세기나 지금이나 잔치는 다 비슷합니다, 제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자, 이제 자유롭게 전시나 이 방을 더 둘러보고 싶으신 분들은 천천히 구경하셔도 됩니다. 저희는 여기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내려가실 때는 이곳에서 마무리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지붕으로 올라가겠습니다. 계단 70개를 한 번에 올라갈 예정입니다. 위에 도착하면 잠깐의 자유 시간이 있을 것이고, 쉬면서 사진도 찍으실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함께 이야기하며 산책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편안하게 즐기시길 바랍니다. 자,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3.
본격적인 지붕투어를 시작하겠습니다. (사진 촬영 가능)
산티아고 대성당의 이야기는 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요. 바로 그때 사도의 무덤이 발견되었죠. 여러분이 지금 서 있는 이 자리는 성당 위인데, 당시에는 이곳이 산이었고 로마 시대의 묘지가 있던 곳이었어요. 그 묘지에는 여러 개의 무덤이 있었지만, 특히 한 무덤이 다른 것들보다 눈에 띄었어요. 바로 사도의 무덤을 위한 '마우솔레움(영묘)'이었죠.
자, 9세기 어느 날, 사람들이 이 무덤을 발견하고, 청소도 하고, 정리하면서 우리가 지금 이렇게 방문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당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이 무덤이 발견된 후 이리아 플라비아의 대주교와 연락이 닿았다는 점이죠. 이 지역은 오늘날 ‘파드론’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을 거예요. 그 대주교가 이곳을 성스러운 장소로 선언한 이후, 이 무덤을 중심으로 더 큰 건축물들이 세워지기 시작했어요. 당연히 기독교적 성격을 띠는 교회들이었겠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순례자들이 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 무덤을 보려고 몰려들었죠. 그때부터 순례자들을 맞이하기 위한 더 큰 공간이 필요해졌어요. 그래서 알폰소 3세의 대성당이 건설되었고, 그 덕분에 순례자들이 더 편하게 무덤을 볼 수 있었죠. 도시도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순례자들이 오면 당연히 그들에게 먹을 것도 주고, 숙소도 제공해야 했잖아요? 그렇게 도시도 조금씩 현대화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이제 성당을 더 크게 짓기로 결정했죠. 이번에는 대주교뿐만 아니라 왕실도 힘을 보탰어요. 성당의 건축이 1075년에 시작되었는데, 저기 중간에 보이는 탑이 바로 대제단이에요. 그리고 저 앞쪽에 보이는 저 정면은 오브라도르 광장으로 향해 있는데, 1211년에 완성되었답니다. 성당을 완성하는 데 130년이나 걸렸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부분은 내부가 아니라 외부였어요. 여러분이 보고 있는 이 지붕도 보세요! 기와가 아니라 돌로 덮여 있죠? 이건 방어용 지붕이에요. 혹시라도 정치적 또는 종교적 갈등이 있을 때, 사람들이 피신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였던 거죠.
여러분, 이 돌이 무슨 돌인지 아세요? 맞아요! 우리가 이미 얘기한 바로 그 돌이에요. 아주 정확하게 맞추셨네요!
왜 하필 화강암일까요? 다른 돌이 아닌 이유는 뭘까요? 바로 여기 있는 것 때문이에요. 맞았어요! 첫 번째 이유는 갈리시아에 화강암이 아주 많기 때문이죠. 흔한 돌이고 쉽게 구할 수 있었어요. 중세 시대에는 도시 밖에 채석장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곳이 다 소진되었죠. 또 다른 이유는 내구성입니다. 역시 맞아요! 이 돌은 발로 밟기 위해 설계된 거예요. 첫 번째 방에서 봤던 기사들 기억하시죠? 그 기사들이 여기서 일했어야 했어요. 이 돌은 사람들의 무게뿐만 아니라, 만약 그들이 무기를 사용해야 한다면 그 무게도 견뎌야 했죠. 그리고 마지막 이유, 바로 갈리시아의 상징, 비 때문이에요! 비가 많이 내리잖아요? 그래서 이 돌은 쉽게 젖지 않고, 금방 마르며 미끄럽지 않게 설계되었어요. 비가 와도 기사가 미끄러질 걱정 없이 우리를 지켜줄 수 있었던 거죠.
자, 이제 좋은 바닥은 마련됐으니, 그 주위를 어떻게 둘러싸야할까요? 바로 방어용 탑들로 둘러싸는 겁니다. 처음에는 8개의 탑이 있었지만, 지금은 3개만 남아 있어요. 하나는 여기, 또 다른 하나는 여러분이 올라온 곳,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저쪽에 보이죠? 그리고 이 아래 보이는 저 부분들, 그건 ‘알메나’라고 불리는 방어용 구조물이에요. 몸을 숨기고 공격할 수 있는 곳이었죠. 그래서 중세 시대의 대성당은 바깥에 돌바닥, 방어용 탑, 그리고 알메나가 있었어요. 뭐랑 닮았나요? 맞아요! 성이죠. 성과 같았어요.
물론 교회로서의 미적 감각은 조금 떨어졌을지 몰라도, 중요한 문제를 해결했죠. 시간이 지나고 이 지역에서 종교적인 갈등이 줄어들자, 사람들이 ‘이제 더 이상 필요 없겠네?’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18세기에는 8개의 탑 중 5개가 철거됐어요. 이제는 필요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남은 3개의 탑을 보면, 그 아래 아치형 구조가 보이시죠? 그 부분은 중세 시대에 만들어진 거고, 그 위는 18세기에 더해진 거예요. 높이를 더해서 성당이 더 웅장해 보이도록 하려는 계획이었죠. 그리고 아래에 있던 알메나는 다 없어졌어요. 오늘날 우리가 보는 알메나는 20세기에 복원된 것들로, 관광객을 위해 재현한 거예요. 이제 남은 것은 이 돌바닥뿐이죠.
나중에 복원 작업에 대해 말씀드리겠지만, 지금은 18세기로 돌아가서 상상해 볼게요. 18세기에도 이 돌바닥은 그대로 남아 있었어요. 왜냐고요? 바로 그 이유는, 돌을 유지하는 게 훨씬 어려웠고, 건축이 매우 복잡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어요. '근처에 채석장이 있었는데 왜 비싸죠?'라고 물으실 수 있는데, 성당 전체가 내부와 외부 모두 화강암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걸 다 교체하는 건 돈 낭비였어요. 그래서 18세기가 끝날 무렵, 성당 외관을 새로 짓기로 결정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포르티코 데 라 글로리아'라는 이름의 정면이 있었어요. 이 정면은 중세 시대 스타일로 당시에는 아주 현대적이었죠. 하지만 18세기에 와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여겨졌어요. 그래서 새롭게 다시 지으려 했는데, 첫 번째 정면을 완전히 허물기는 아까웠던 거예요. 그래서 그 정면을 보존하면서, 그 위에 마치 '작은 집'처럼 덮어버렸어요. 여러분이 보시는 저 사각형과 지붕 보이시죠? 그 안에 '포르티코'가 그대로 남아 있는 거예요. 그리고 새로운 정면이 그 위에 덧씌워졌죠.
자, 저기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요? 맞아요, 산티아고입니다. 어떻게 입고 있을까요? 순례자처럼 옷을 입고 있어요. 이게 중요한 이유는, 원래 첫 번째 정면에서는 산티아고가 대주교 복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때는 그가 지도자이고 값비싼 옷을 입었다는 걸 보여줬죠. 그런데 이제는 산티아고가 순례자처럼, 더 겸손하게 옷을 입고 있어요. 교회의 이미지가 바뀐 거죠. 더 이상 권위적인 교회가 아니라, 순례자를 환영하고 그들의 집을 열어주는, 친근한 교회가 되고자 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이미지를 새롭게 바꾼 거예요.
4.
지금 11시 반이라 사람들이 미사를 보러 가고 있어요. 제가 팁을 하나 드릴게요. 산티아고처럼 관광 명소에 교회나 성당이 있는 도시를 방문할 때는 꼭 미사 시간을 확인하세요. 왜냐하면 성당에서는 아직도 미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사 시간에는 문을 닫고 방문이 불가능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이곳 성당은 하루에 4번 미사를 올리기 때문에, 미사 시간이나 그 전후로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서 미사를 보려고 할 거예요. 그래서 성당을 좀 더 한적하게 보고 싶으시다면, 오후 3시, 4시, 5시쯤이 좋습니다. 다음 미사가 7시 반에 있기 때문이죠. 오전에는 9시 반과 12시에 미사가 있어서 언제나 사람이 많아요. 이 팁은 다른 성당에도 적용됩니다. 어디를 가든 성당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미사 시간을 꼭 확인하세요.
이제 다시 설명을 마치고, 로마 숫자를 확인할 자원자를 구합니다. 누가 자원해 주실래요?
로마 숫자가 무엇일까요? 바로 당신이 맞춰보세요! 맞아요, 바로 그겁니다. 이 숫자는 복원 완료 날짜를 나타내고 있어요. 대성당은 10년 동안 복원 작업을 거쳤는데, 10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겠죠.
정면과 내부의 복원, 작업 과정, 그리고 그 결과인 영광스러운 모습이 모두 중요한데,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붕입니다. 보시면 두 가지 종류의 돌이 있어요, 어두운 돌과 밝은 돌이죠. 복도에 있는 어두운 돌은 18세기 때의 것입니다. 이 돌을 2021년에 다시 복원했어요. 왜 건물 전체가 18세기 때 그대로 보존되지 않았을까요? 그 이유는 화강암이 잘 닳지 않는 재료이긴 하지만, 일부 면에서는 마모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이곳 갈리시아에서는 기후 문제로 인해 오래된 돌들이 많이 닳아요. 그래서 방수 처리제를 바르기도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교체가 필요하게 되죠. 보시다시피 거의 모든 지붕이 새 돌로 교체되었어요.
하지만 중요한 점은, 교체된 건 발로 밟는 부분이나 외관 장식만이라는 거예요. 본래 이 지붕에는 기와가 없었어요. 1880년에 복원할 때, 다른 건물들과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기와가 추가되었죠. 하지만 그 아래에 있는 땅과 관련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어요. 그 땅은 아주 깊어서 문제가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새로운 기와로 교체되었습니다. 현재 성당에서 보이는 모든 기와는 복원 작업 중에 새로 설치된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 보시면, 반원형 구조가 기억나시죠? 그 옛날 여덟 채의 집들도 기억나실 거예요. 이곳이 성처럼 보였다는 점에서, 모서리마다 방어용 지점들이 있었던 거예요. 이런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과거의 흔적을 조금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창문 안을 보면 대제단과 보타푸메이로를 볼 수 있어요.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제 위층으로 올라가 볼까요?
5.
조금 전, 우리가 본 것은 중간 크기의 큰 향로였어요. 작지만 커다란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 향로는 16세기에 만들어졌고, 그 이유는 순례길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었어요. 그러니까, ‘여기 특별한 것이 있어요’라는 식으로요. 아마 ‘무덤이 가장 큰 매력 아닌가요?’라고 물으실 텐데, 맞아요, 그렇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홍보는 필요했죠. 그래서 16세기에 바티칸에서 이런 새로운 이미지를 제안했어요. 세계에서 가장 큰 향로가 여기 있습니다. 흥미롭죠? 여전히 가장 큰 향로예요.
제가 들은 바로는, 해외에서 온 사람들 중 일부는 이 향로에 반해서 자국에서 복제본을 만든 경우가 있다고 해요. 예를 들어, 워싱턴에 있는 한 대성당에 이 향로의 복제본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 대주교가 이곳을 방문하고 너무 감명받아서 하나를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세계 기록은 없을지 몰라도, 그 의도는 있었던 거예요. 물론 상표가 등록된 것은 아니라서 누구든지 만들 수 있었죠. 집에 큰 향로를 갖고 싶으신가요? 잘 만들면 됩니다. 결국, 모두 16세기의 원본을 모방하지만, 우리는 19세기와 20세기에 만든 두 개만 보존하고 있어요. 나머지 세 개는 녹여서 재사용됐습니다. 복제품이니까요. 이 향로의 높이는 약 1.5미터이고, 무게는 53킬로예요. 네, 맞습니다. 무겁죠. 저의 키가 약 170센티미터인데, 그러면 이 향로는 어느 정도 높이일까요? 제 허리쯤 일 거예요. 대략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이 향로는 무게가 53킬로나 나갑니다. 이 향로를 움직이는 사람들을 ‘티라볼레이로스’라고 부르는데, 보통 6명에서 8명이 필요해요. 이 향로는 최고 시속 70킬로미터로 움직입니다. 향로 뒤쪽은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고, 우리가 건물 중간을 지나왔듯이 이 향로는 교회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움직이죠. 교회의 넓은 공간을 가로지르는 거예요.
이 향로는 특별한 행사 때 움직입니다. 예를 들어, 부활절 월요일, 성모승천 대축일, 그리고 다른 중요한 절기들에 사용돼요. 아니면, 누군가가 향로를 움직이는 비용을 제공할 때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돈을 내면 향로를 사용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만약 다른 향로를 보고 싶다면, 20세기 박물관에도 하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곳에서는 향로가 너무 멀리 있어서 제대로 볼 수 없을 때가 많거든요. 이제 다른 쪽으로 가서 순례길의 전통에 대해 이야기할 거예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향로가 고장 났습니다. 오랫동안 여기저기 임시로 수리하고, 패치를 붙이고, 어떻게든 고쳐왔어요. 그런데 이번 겨울에 문제가 더 커졌죠. 그래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즉 고위 성직자들과 성당의 참사회원들이 ‘향로를 완전히 새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임시로 고칠 것인가’에 대해 6개월 정도 논의했습니다. 그들은 오래된 것을 없애는 게 아까워서 결국 임시로 패치를 붙이기로 했어요. 아주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죠. 향로를 고치러 온 사람도 ‘집 수리할 때, 일시적으로 고쳐주지만 결국에는 새로 사야 하는 것처럼, 이 향로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어요. 오래된 전통과 이미지를 잃기 싫어서 일단 임시로 고친 것이지만,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는 향로는 18세기 때의 그 모습과 같습니다. 나중에 투어가 끝날 무렵, 창문을 통해 구조를 볼 수 있는 곳이 있어요. 가까이 가서 보시면 좋을 거예요.
6.
전문적으로 제가 하는 일은 여러분과 참여하며 질문을 던지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제가 직접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네요. 박물관에는 중정이 하나 있고, 그 중정 가운데에 분수가 있습니다. 원래 이 분수는 제가 오른쪽에 있는 이 광장에 있었어요. 혹시 못 보신다면, 그곳은 바로 산 마르틴 피나레스 수도원의 광장이에요. 이 광장은 순례자들이 도착하던 곳이었어요. 오늘날 오브라도르 광장에 도착하는 건 현대적인 것이죠. 실제로 순례자들은 이 광장에 도착했어요. 그들이 도착하면 제가 말한 이 큰 분수를 보게 되었고, 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분수는 매우 큰 크기로, 열한 명이나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잘 씻었죠. 그리고 바로 옆에는 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는 이 조각이 있었는데, 원래는 광장에 있던 것이에요. 제가 여러분께 질문을 드릴게요. 이 조각이 목욕 분수 옆에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옷을 어떻게 했을까요? 맞아요, 세탁했죠. 물이 흐르는 곳으로 옷을 가져가서 씻었습니다. 여러분은 못 보겠지만, 그 자리는 나름대로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그런데 만약 옷을 세탁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맞습니다, 옷을 태웠습니다. 순례자들이 광장에 도착하면, 말씀드린 대로 목욕하는 분수에 들어가서 몸을 깨끗이 씻고, 입고 있던 옷은 벗어던져서 이런 장소에서 태웠습니다. 병에 걸리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옷을 태웠던 거죠. 특히 흑사병이 가장 대표적인 문제였어요. 이렇게 해서 아무도 벌거벗은 채로 남지 않았습니다.
이 광장은 순례자들이 도착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점차 교환의 장소가 되었고, 결국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되었죠. 새 옷을 사거나, 음식을 사고, 마실 것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외국에서 온 순례자들은 화폐를 교환할 수도 있었어요. 순례자들이 필요한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유명한 장소가 되었고, 나중에는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까지 생겼습니다. 오늘날처럼 열쇠고리나 연필을 파는 건 아니었지만, 사도의 상이나 그 당시 교황의 이미지를 파는 곳이 있었죠. 우리는 이 사실을 ‘Cruz dos Farrapos(허름한 옷의 십자가)’ 덕분에 알 수 있어요. 여기 보시면, 'Farrapos'는 갈리시아어로 낡은 옷이나 헝겊을 뜻하는데, 이 십자가는 바로 그 기능을 나타내고 있답니다.
오늘날, 물론 이 모든 것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요. 분수는 박물관으로 옮겨졌고, 지금은 다른 것이 여기에 있어요. 순례자 숙소들이 아주 인기를 끌면서, 성당 앞에서 씻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죠. 그래서 이 십자가는 사도의 무덤과 일직선 상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사도의 무덤 위에 서 있는 거예요. 정확히 말하자면, 제단 위에 있는 겁니다.
7.
이제 탑으로 이동할게요. 우리는 '카라카 탑'으로 갈 겁니다. 여러분 중 일부가 '마트라카'라고 부르기도 했죠. 같은 것이에요,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그거요. 다만, 우리가 사용하는 것은 엄청 크고 나무로 된 십자가 모양입니다. 이 도구는 성주간 동안, 특히 금요일과 토요일에 소리를 내는 역할을 해요. 이 이틀 동안은 아까 들으셨던 성당 앞의 종들이 울릴 수 없어요. 그날은 빛의 날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종 대신 '카라카 마트라카'를 사용해 의식을 알립니다. 오늘날 우리는 두 개의 카라카 마트라카가 있어요. 하나는 2010년에 만들어진 것이고, 그게 지금 위에 있는 것, 곧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18세기 전시물을 볼 수 있어요. 여러분이 올라왔을 때도 이미 있었지만, 아마 너무 피곤해서 못 보셨을 거예요. 언제 보러 갈지는 여러분에게 달렸습니다.
성당이 자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특히 산티아고에서는 사람들이 축제에 꼭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죠. 예를 들어, 마지막 날 밤 12시나 저녁 9시 반에도 성당에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매일 일하는 사람들 중 일부가 성당에 온 것을 봤어요. 그래서 만약 순례자들에게 너무 많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이곳 사람들도 참여해야 한다는 거죠. 과거에는 교회에서 인정받은 센터에서 미사를 드릴 때, 미사를 보려면 돈을 내야 했지만 순례자들은 하루에 두세 번 무료로 미사에 참석할 수 있었어요. 순례자를 위한 미사는 여전히 오전 12시에 있어요. 하지만 저는 1993년에 이미 항상 그 전통이 살아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요. 이 또한 큰 영향을 미쳤죠. 20년 넘게 많은 블로그나 인터넷 자료에서 매주 일요일 미사에서 보타푸메이로가 사용된다고 되어 있었지만, 사실 그 미사는 무료가 아니었어요. 그것은 산티아고의 관광업계가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이에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였죠. 관광업계는 사람들이 보타푸메이로를 보러 올 것이라는 걸 알고, 그렇게 하면 그 사람들이 이곳에서 소비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COVID 이후로 그 비용 지불이 중단되었어요. 그래서 일요일 미사에서 보타푸메이로가 사용되는 전통도 사라졌죠. 예전에는 매일 아침과 저녁 두 번 미사가 있었어요. 이제 여러분이 믿어주셔야 할 때인 거예요.
*** 이렇게 투어의 모든 설명이 여기서 마무리 되고 모두 가이드를 따라 카라카스 타워로 올라가게 된다. 카라카스 타워는 좁기 때문에 오분에서 십분 정도 개인적으로 내려다보고 사진을 찍는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이 순간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투어가 끝난다. ***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했었던 지붕 투어
탑 위에서의 십여분 정도의 자유 관람 이후에 내려가며 지붕 투어는 끝, 우리가 지붕 투어 티켓을 살 때 자동적으로 포함된 성당 박물관은 개인의 일정에 맞게 투어 전 후 여유로운 시간대에 당일에 한해 이용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작지만 예쁜 성당 도서관도 볼 수 있어 좋았고, 이 도서관 안에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는 두 개 중 한 개의 대형 향로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기에 박물관도 잊지 말고 살펴보시길 바란다. 나는 두 번의 방문 모두 가이드가 산드라라는 30대 여성으로 같았는데 외국인 방문객의 빈도가 높을수록 스페인어로 설명하는 양이 줄어드는 걸 느꼈다. 첫 투어에는 설명 15분 정도, 두 번째 설명은 35분 정도 했으니 차이가 꾀나 난다고 할까. 가이드 역량과 기분에 따라 설명을 더 많이 하는 날도 있고 적게 하는 날도 있다니 역시나 자유로운 유럽이구먼 그래 싶었지.
한 가지 주의하셨으면 하는 부분은 스페인어 설명을 뭐라도 들으려고 가이드를 바짝 따라다니다 보면 의외로 사진을 찍을 시간이 정말 없다. 지붕에서 한번 멈추고, 탑에 올라가 한번 멈추는데 모든 설명은 지붕 위에서 진행되고 탑에서는 자유 관람 정도가 되는데 사진은 지붕 위에서 찍는 게 더 예쁘게 나온다는 거! 내가 두 번째로 투어를 들으러 갔을 때 미국인 영국인 사람들은 어차피 스페인어 못 알아듣는 거 그냥 포기하시고 멀리 떨어지셔서 사진을 엄청 자유롭게 많이 찍으셨다. 내가 다시 간다고 해도 한글로 번역된 이거 대강 한 번 읽고 올라가서 여기저기 사진이나 많이 찍어올 것 같으니 사진에 무게를 많이 두는 분들이라면 꼭 번역한 거 읽고 가셔서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시길 바란다.
우리 같은 돈 내고도 설명 못 들으면 너무 억울하잖아. 내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우리 예비 순례자분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조금 더 순례길 이후의 산티아고에서의 시간이 의미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족하겠지만 만들어 보았다. 언젠가 우리가 이 설명들을 영어로, 또 한국어로 들을 날도 오겠지? 왜 삼성이 루브르 박물관에 한국어 오디오와 안내책자를 지원했듯이 한국 가톨릭 단체에서나 뭐 기업들이 지원할 수 있는 길도 있지 않을까 혼자 한 번 생각해 본다. 그런 날이 오길, 그래서 조금이라도 그대의 산티아고가 더 기억에 남길!
산티아고 대성당 뮤지엄 웹사이트에서 예약할 수 있는 지붕투어 Decks and Carraca's Tower
https://visitas.catedraldesantiago.es/en-GB/informacion-recinto/4/torre-carraca
*** 당일 현장 예매는 금방 솔드아웃이 되기에 산티아고에 입성하는 날이 정해졌다면 미리 인터넷 예약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