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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다이앤 Oct 13. 2023

필요했던 건 퇴사가 아니라, "잠깐 멈춤"이었다

퇴사하려다 돌아온 사람으로부터


우리는 종종, 인생의 많은 문제가 회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힘들면 으레 말하죠. "아, 퇴사하고 싶다."  마치 퇴사하면 인생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요. 솔직히 일을 쉬면 몸과 마음이 확실히 가벼워지기는 합니다. 무겁게 짊어지고 있었던 짐을 내려놓는 기분이지요. 기적처럼 아팠던 몸이 안 아파지고요.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삶이 보다 풍요로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말 그대로 자유롭죠.


하지만 이런 것들은 좀 일시적이기는 해요. 결국은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게 되지요. 자기 사업을 하기 위해 퇴사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면, 또 어딘가의 직장으로 들어가야 하고요. 전 직장의 어떤 조건이 문제였던 경우에는 이직을 통해 아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아니었던 경우에는, 글쎄요, 이직만으로 우리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기는 어려울 겁니다.



퇴사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



그러니 퇴사 자체는 우리 인생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퇴사함으로써 여유로운 시간 선택의 자유 누릴 수는 있지요. 어떻게 보면 퇴사가 해결책은 아니어도, 우리가 스스로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베이스를 만들어주는 것 같기는 해요. 내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골라서  볼 수 있는 자유. 두 가지 모두 굉장히 중요한 가치인데, 직장생활을 하며 정신없이 사는 우리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이니까요.


저는 그중에서도 '선택의 자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실까요? B는 BIRTH(탄생), D는 DEATH (죽음), 그리고 C는 CHOICE, 선택인데요. 제게는 깨달음을 주는 문장이어서 오래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맞는 말이거든요. 인생은 선택. 우리는 선택을 통해 우리 자신의 인생을 만들지요.


살면서 그런 걸 느낀 적이 있어요. 나라는 사람은, 지금까지 내가 내린 선택의 결과물이라는 것을요. 전공, 취업한 회사, 살고 있는 곳, 함께 하기로 약속한 배우자까지. 나라는 인물을 설명할 수 있는 많은 항목들은 제가 택한 것들이었죠. 남이 하는 말에 혹해서 고른 것도 있었고, 그리 많지 않은 선택지 중 그나마 나은 것을 고른 적도 있었지만, 어쨌든 제 딴에 더 낫다고 생각하는 길을 골라 가며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인생에서 선택이렇게나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 정작 우리가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당신은 얼마나 고민하고 있나요?


"선택"에 시간을 쓰지 않을 때 일어나는 일


20대에는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이 길이 맞는지 고민하는 데에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30대가 되면서부터는 조금 달라집니다. 무언가를 결정해서 실행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아지지요. 이미 조금씩, 갖고 있는 것들과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생기는 나이니까요. 배우자, 자녀, 이미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직장, 대출을 받아 장만한 집 등. 새로운 선택이란 대부분 지금 가진 것을 내려놓는 일을 수반합니다. 그런데 30대 40대에 갖고 있는 어떤 것들은, 이미 내 맘대로 내려놓기 어려운 경우들이 많지요.


 그래서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 저는 선택할 때 많이 고민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기로에 서게 될 때면  좀 더 쉬운 길, 편한 길, 안정적인 길을 택하게 되고는 했어요. 도전하기가 어려워서 모험을 피하게 되었는지, 모험을 할 수 없게 되어서 도전을 꺼리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부러 길을 틀지 않고, 남들 사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고자 했죠.


그런 삶을 나쁘게 볼 수는 없습니다. 어쩔 수 없기도 하고요. 하지만 분명한 건, 그렇게 사는 건 재미가 없다는 겁니다. 제가 딱 그랬어요. 사는 게 순탄하기는 한데, 어느 순간 재미가 없어집니다. 내 인생에 더 이상 드라마란 없는 것 같고요. 나도 저렇게 살게 될까, 싶었던 직장 선배나 상사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지요. 이게 내가 원하던 삶인가? 싶기는 한데, 그렇다고 이 삶을 탓하기도 어렵습니다.  지금의 생활이 아주 나쁘다고도 할 수 없거니와,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도 알거든요.



당신께 "잠깐 멈춤"을 권합니다


지금 잘 살고 있는 느낌이 아닌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려우시다면.

사는 게 재미가 없고 회의감이 드는데, 돈도 벌어야 하고 육아도 해야 해서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 어느 날의 저와 똑같이,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시다면요. 꼭 퇴사가 아니더라도 바쁘게 흘러가는 당신의 인생을 잠깐 멈춰보시기를, 그리고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시기를 격하게 권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감히 당신께,
보다 '나답게' 살 것을 권해드리고 싶거든요.

나답게 사는 삶을 정의하고,
그 삶을 관철시키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을 쏟으세요.

한 번뿐인 삶이잖아요.
그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시간을 내어,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그려보셨으면 좋겠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들기 전까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행복할지를요. 그렇게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적어보셨으면 해요. 인생은 바뀔 수 있어요. 지금과 다르게 살 수 있어요. 간절하고도 치열하게, 당신이 원하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세요.


하루 이틀의 생각으로 끝내지 마세요.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고민해 보세요. 당신이 정말로 원했지만, 부끄럽고 자신이 없어서 마음속에서 쉽게 꺼내지 못했던 것에까지 닿아보세요. 어릴 때의 꿈도 생각해 보시고, 끊어내지 못한 미련들도 돌이켜보세요. 인생의 끝자락에서, 시도해보지 않아 후회로 남을 것 같은 일들을 건져 올려보세요. 인생은 생각보다 길고, 지금 당신이 안고 있는 제약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들일지도 몰라요.


당신 안의 빛나는 생각을, 지금 못할 것 같다는 이유로 버리지 마세요. 왜, 나이 70에 화가로 데뷔한 할머니 화가의 이야기도 있잖아요. 지금 당장 무엇인가를 실현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내가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를 계속 되새긴다면, 길은 정말 다양한 형태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여러분의 일상을 포기하지 않고도 그 길을 걸어가는 방법을 찾으실 수 있어요. 저는 그게 '나다운'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이 뜬구름 잡는 말처럼 들릴 수 있지요. 잠깐 멈추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어떻게 삶이 달라지느냐고요. 여러분께 굳이 이런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던 이유는, 제가 그런 과정을 거쳐서 지금 새로운 모습의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자랑할 만큼 대단한 삶은 물론 아닙니다만 저는 변화를 크게 느낍니다. 더 살만하고, 더 재밌고, 더 행복해요.  그래서 다른 분들도 이런 작은 변화를 쌓아가신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씁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 "잠깐 멈춤"이 어땠었는지를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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