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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다이앤 Oct 25. 2023

마흔 즈음의 워킹맘에게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일상을 잠깐 멈춘 뒤, 돌아보니


이전 글에서 "잠깐 멈춤"에 대해서 썼습니다.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서는, 중간에 멈춰 서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요. 내가 잘 살고 있는지, 나답게 살고 있는지 물어보고 답하기 위해서요.


저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습니다. 어어, 이만큼 살았으니 잠깐 멈춰서 생각해 봐야지, 한 것은 아니었어요. 넘어진 김에 쉬어가자고, 육아휴직 기간이 그런 멈춤의 시간이 되어주었지요.  기간, 가장 큰 소득은 지금의 나에게 중요한 가치들이 무엇인지를 다시 정의 내렸다는 것이었어요.


가정과 아이 둘이 있는, 직장 십몇 년차의, 마흔이 가까워 가는 '나'를 붙들고, 참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지가 좀 더 잘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복직 후 근무시간을 줄이게 된 것도, 이때 열심히 고민한 결과물이었습니다. 제게 중요한 가치들을 지키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지요.



내 인생에서 놓고 싶지 않은 것들



1.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지금의 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입니다. 조금 뜬금없지만, 잠깐 사랑에 대해 얘기해 보자면요. 저는 이왕 사랑을 한다면, 할 수 있을 때 후회 없이 아낌없이, 다 쏟아부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한창때에 연애를 그렇게 하고 나니, (비록 이불킥 역사를 남겼을지언정) 내 인생을 온전히 살고 있다는 충만감도 확실히 남더라고요.


아이들을 사랑할 때도, 저는 똑같이 하고 싶었어요. 아이들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사실 그리 길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아이들에게 엄마아빠가 1번인 이 시기에, 저도 제 아이들을 1번으로 두고 뜨겁게 사랑해주고 싶었습니다. 이 시기에만 볼 수 있는 아이들의 귀여움과 예쁨을, 여유로운 시간 속에서 마음껏 누리고 싶었고요.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으로 인생이 충만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지금이 제 리즈시절인지도 모르니까요. 한 남자와 한 여자에게 뜨겁게 사랑받는.


2.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의 유지


또 한 가지 저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내가 가꿔온 세상과 연결되어 있을 것'입니다. 직장, 커리어, 내가 가진 스킬, 네트워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제가 퇴사를 깊게 고려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사직서를 들이밀 수 없었던  주된 이유는 이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제 삶에서 아이들과의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것들을 완전히 놓아버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스물몇 살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열심히 쌓아온 것들이 아깝기도 하고, 한번 놓아버리면 다시 복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너무 느꼈거든요. 그전처럼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저에게는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먹고살 수는 있어야 하니까요. 아니 정말 만의 하나라도, 이혼이라도 하면 어쩝니까... 배우자와의 신뢰가 잘 유지되고 있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빈털터리가 되는 건 너무 무서운 일이잖아요?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저에게 자신감과 자긍심을 불어넣어 주는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적은 돈이라도 여전히 돈을 벌 수 있다는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했어요.


 3.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돌보 


빼놓을 수 없는 마지막 한 가지는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일들을 계속해서 하는 것이었어요. 엄마로서의 나, 직장인으로서의 나 말고, 그냥 나를 위한 일들이요. 책을 읽고 차를 마시고, 운동을 하고 글을 쓰는 일 같은 것. 쫓기지 않고 병원에, 은행에, 미용실에 가고, 때로는 친구를 만나고  쇼핑도 하는 것.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이지만, 그 사소한 것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한이 되는 그런 일들이요.


저도 이런 일들을 '배부른 소리'여겼던 적이 있었어요. 그럴 시간이 어딨어?일 끝나면 애들 데리러 기 바쁜데, 그렇게요. 그런데요, 속으로는 그게 참 억울하고 아쉬웠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모든 빛나는 것들을 쥐어주고 싶어 하면서, 스스로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고 방치하는 것이요. 그래서 과감하게 결심을 합니다. 나를 위한 시간을 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겠다고요. 




사실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해서 아직도 고민이 많아요. 아이들도 잘 키우고 싶고, 일 욕심도 있고, 그렇게 잘하고 싶은 건 많은데, 시간도 에너지도 충분하지 않아서요. 큰 결심을 하고 근무시간을 줄였지만, 이렇게 사는 게 맞다고 100프로 확신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저에게 정말 중요한, 이 세 가지를 떠올릴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조금은 안정을 얻습니다. 그래 이거였지, 내가 이걸 위해서 이렇게 살기로 했지, 역시 나에겐 이게 필요해, 하고요. 어차피 모두들 인생의 지향점도 다르고, 그를 향해 가는 속도도 다르니까요. 그러니까, 나 하나쯤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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