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사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에게 Jan 16. 2022

[꿈] 작사가 N수생

작사일기 1일 차


김윤아 - 꿈 

Lyrics by 김윤아



때로 너의 꿈은

가장 무거운 짐이 되지

괴로워도 벗어 둘 수 없는 굴레

너의 꿈은

때로 비길 데 없는 위안

외로워도 다시 걷게 해 주는

때로 다 버리고 다 털어버리고

다 지우고 다 잊어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어


때로 너의 꿈은

가장 무서운 거울이라

초라한 널 건조하게 비추지

너의 꿈은

때로 마지막 기대어 울 곳

가진 것 없는 너를 안아주는

간절히

원하는 건 이뤄진다고

이룬 이들은 웃으며 말하지

마치 너의 꿈은 꿈이 아닌 것처럼


소중하게 품에 안고 꿈을 꾸었네

작고 따뜻한 꿈

버릴 수 없는 애처로운 꿈



2016년 겨울, 지나가듯 '작사가 같은 걸 해봐라'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 나는 대학 졸업예정인 취업준비생이라 당연히 콧방귀를 뀌었다. 작사가라니. 입에서 굴려본 적도 없을 만큼 낯선 단어였다. 그 정도로 내게 작사가는 선택받은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문을 통과한 베일에 싸인 존재처럼 보였다. 나와는 거리가 먼.


그런 나를 작사 학원으로 이끈 계기는 뜬금없게도 동생의 삼수 선언이었다. 동생은 다니던 학교가 적성에 맞지 않아 반수를 했지만 또 삼수를 할 상황에 놓였다. 집에서는 일절 지원해줄 생각이 없었고 독학으로 수능 공부를 하기에 그녀는 베이스가 무척 부족했다. 학원비가 없다면 또 다른 실패가 어렴풋이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당시의 나는 수습 월급을 받고 있는 사회 초년생이었는데, 가진 것도 없으면서 동생에게 재수 종합학원을 등록해주겠다고 말해버렸다. 1년에 천 단위가 드는, 나 자신에게는 단 한 번도 투자해본 적 없는 돈이었다. 동생은 미안한 얼굴로 학원을 등록했고, 잔고가 쑥 빠져나가자 그제야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뻔히 버려질 1년에 비하면 이 돈은 적다. 미래에 투자하는 돈은 아껴서는 안 되니까. 그럼 난 왜 그동안 아까워했지?

 

그 순간 머릿속에 번쩍 '작사가'가 떠오른 건 왜 였을까. 휴학생 시절에 토익 학원보다 먼저 등록했던 피아노 학원. 하루 종일 재생되는 노랫소리. 대사 쓰는 걸 좋아했던 드라마 작가 교육원 시절. 매일 끄적이던 메모장. 그 모든 것이 하나의 단어로 조합되는 순간이었다. 기적처럼 예비 번호가 빠져 동생은 기껏 낸 학원비를 무르고 대학교를 등록했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안도를 느꼈고, 고난이 비껴간 자리에 결심이 섰다. 나에게도 지원을 해주자. 하고 싶은 걸 시켜주자. 그런 마음으로 2019년 4월 처음으로 분당에 있는 작사 학원의 문을 두드린 것이 시작이었다.


나갈 돈은 결국 나가게 되어 있는 걸까? 시간은 흘러 2022년 1월이 되자 결국 1년치 재수종합학원 비용은 고스란히 내게서 빠져나갔다. 삼수생은 동생이 아니라 내가 되었다. 해가 3번 바뀌는 동안 내 이름으로 나온 곡이 아직도 없으니 삼수생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첫 시작쯤만 해도 디지몬 어드벤처에 나오는 선택받은 아이들처럼 빛이 뿜어질 것만 같았다. 발만 들이면 내 운명인지 아닌지 판가름이 날거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고, 이 세계는 생각보다 매우 치열했다. 수 많은 데모곡이 다른 가사로 발매되자 이제는 칭찬에도 입안이 쓸 지경이다. 슈퍼 루키란 말을 매년 듣는다는 무명 가수의 설움이 과연 이런 것인가! 하긴 나는 데뷔조차 하지 못했으니 그들과 비할 바도 아니다.


그럼에도 오늘의 나는 관성처럼 워드를 켜고, 자수를 따고, 가사를 쓴다. 어느새 무거워진 꿈이 나를 외롭게 하고 또다시 일으키는 시간 동안 내내 그랬다. 지금 당장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지쳤으면서 일상처럼 가사는 쓰인다. 기대와 실망의 굴레가 끝이 나지 않을까 두렵고, 끝이 날까 봐 무섭다. 그러니 이것이 나의 꿈인 것은 맞나 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