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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에게 Jan 18. 2022

[We are all Muse] 창조는 나의 힘

작사일기 2일 차



The BLANK shop - We are all Muse (Feat. 백예린)

Lyrics by 윤석철



나의 마음은 어두운 숲

가시가 돋아난 마음들과

외로움은 더 가까이

더 깊은 호수 속에

아무도 꺼내지 못한 감추고 싶었던

내 작은 모습

굳게 닫힌 문을 열어봐

멈춰버린 목소리들

끊어져버린 관계들 속에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보이는 것을 보지 못하네

이제는 알고 있잖아

작지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너의 한 마디에

나는 다시 태어나 살아가

어둠 속에도 빛이 되어줄게

차가웠던 마음 모두 녹여줄게

푸른 새싹이 자라

꽃이 되어 언젠가는

내게로 날아올 거야

불안한 마음에 손을 뿌리쳐도

내가 다시 잡을게

힘들어도 나 이제는 같이 할 수 있어

제발 두려워하지 마 슬퍼하지 마

너의 눈물은 뜨거웠던 지난날의

아름다운 보석이야



달과 6펜스를 썼던 서머싯 몸은 글쓰기가 중독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신의 삶에서 등장인물을 떼어내면 당신의 삶도 외롭고 쓸쓸한 삶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 구절에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실에 현실만 가득하다면 삶이 얼마나 회빛일까. 긴 출근길은 지겨울 것이고 버스 차장의 풍경도 특별할 것이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음악이 덧대어지고 나만 아는 등장인물이 함께면 세상은 얼마든 풍부해질 수 있다.


내 MBTI는 중학생 때부터 변한 적이 없다. 특이점이 있다면 모든 항목이 60대 40 수준으로 비슷하단 것인데, S(현실형)과 N(직관형)의 차이만은 크다. 즉, 나는 완벽한 N 인간이다. 취미는 일어나지도 않을 걱정하기, 풍선만큼 부푼 기대하기, 재밌는 상상하기. 이 특징은 쓸데없는 걱정이 많다는 점에서 단점으로 작용하지만 재미 측면에서는 확실한 장점이 된다. 원한다면 땅에 발을 붙이고 하늘 높이 뜰 수 있다. 종영한 드라마의 뒷부분을 이어 붙일 수도 있고, 슈퍼스타가 되어 런웨이를 걸을 수도 있다! 


가끔은 니나의 마법 서랍이란 웹툰 주인공처럼 상상이 현실세계를 뛰어넘을까 걱정도 했다. 물론 이조차 N형 인간의 쓸데없는 망상인 것이, 당연히 현실은 날 가만 두지 않는다. 각종 공과금과 복잡한 업무 및 인간관계 스트레스 속에 던져지면 꿈과 희망의 세계는 금방 모습을 감춘다.


여전히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평행세계가 산다. 대부분의 세계는 연결성이 부족하고 장면 전환도 지나치게 빨라 글감이 되지 못하지만, 3분짜리 음악 속이라면 말이 다르다. 나는 데모곡을 2번 돌리기 전에 소재를 떠올릴 수 있고, 빠르게 멜로디에 이미지를 입힐 줄 안다. 물론 그것이 세상에 나올만한 상품성과 아티스트 적합성을 가질지는 다른 문제긴 하나, 날 것의 데모에 입혀줄 근사한 가사거리를 찾는 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정이다. 구상만 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하지만 가사는 세세하게 스토리와 리듬을 재봉해 몸체에 맞춰놔야만 제출을 할 수 있다. 그 일은 지구력과 끈기, 검열이 끝없이 필요한 고통의 작업이다. 심지어 열에 여덟은 처음 구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그래도 어떻게든지 완성을 해서 보내고 나면 정말이지 개운하다. 거기에 중독되어 끊임없이 가사를 쓰는 것도 같다.


여기저기 날뛰는 내 머릿속을 쳐다보고 있으면, 나는 가사를 쓰지 않더라도 뭐라도 꼭 쓰거나 만들어야 하는 사람인 것 같다. 그렇게 시끄러운 머릿속을 비우고 잠들어야 하는 사람. 그 과정이 즐겁든지 괴롭든, 나는 본능적으로 창조해내고 기질적으로 그것에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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