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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에게 Feb 13. 2023

[Anywhere But Home] 번아웃쟁이

작사일기 11일 차


슬기 - Anywhere But Home


Lyrics by 서지음


I’m here in the city

이 느낌이 좋아

더 낯설어지는 거리

Gloomy weather no direction

날 괴롭힌 Bad memories 되돌아보면

I can see 아무것도 아니란 걸


잠들 수 없어 뒤척일 때면

R-r-r-ride 휙 올라타

언제 온단 약속은 없이

바람을 갈라 속도를 올려

R-r-r-ride 꽉 붙잡아

여기서 난 조금 더 빨리


Baby 그런 적 없니 넌

아무런 계획 없이 떠나고 싶은 밤

Please take me anywhere but home

Take me anywhere

Please take me anywhere

Gotta take me anywhere

Take me anywhere but home



대단히 많은 직업을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작사가는 슬럼프가 매우 자주 오는 직업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원인과 양상은 아래와 같다.


1) 쏟아지는 마감양과 수면 부족 (적게는 주 2회에서 많게는 10회까지도..) 

2) 그 마감을 못 쳐냈다는 자책감 -> 누군가의 발매 시에 2배가 된다. 

3) 그 마감을 해냈다는 기대감 -> 채택이 안 됐을 경우 기대만큼 큰 실망감

4) 발매 후 발매 증후군

5)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오는 내 가사 구려 + 쓰기 싫어 병


나 또한 데모를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일상처럼 번아웃에 시달리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그러나 3년 이상 작사를 하며 터득한 깨달음이 있다면, 그럴수록 작사에게 너무 매달려선 안된다는 사실이다! 작사는 열 번 찍어도 잘 넘어가지 않는 나무라 자기 체력에 맞게 야금야금 두들겨야 오래간다. 특히 나처럼 성질이 급하고 섣부른 기대 잘하는 타입은 몰입할수록 More 힘들어진다. 폭발적으로 에너지를 쏟는다고 크게 응답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가 작사에 집착하고 있단 것을 느낄 때마다 작사가 아닌 어떤 것에 열중하는 법을 택한다. 줄여서 Anything but 작사. 운동, 사교활동, 명상, 본업에 집중하기 등이 효과가 있지만, 무엇보다 강력한 것은 무언가를 열렬히 덕질하는 것이다. 내 모든 애정과 질투가 오롯이 작사에 향하지 않게끔! 푹 빠져서 정신없이 작사에 소홀해 주면 거짓말처럼 작사가 덜 얄미워진다. 덕질거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때는 간단하게 드라마를 정주행 하거나 소설, 웹툰 등을 헤매보기도 한다. 작사에 꽁꽁 묶은 발을 떼어서 잠깐이라도 다른 곳으로 떠나야만 하니까. 그랬는데. 그랬는데도 도저히 안될 때가 있다. 정말 너무 힘들고 가사 한 줄 쓰기가 사막을 기는 것 같을 때는 과감히 멈춘다. 이전 작사일기에도 썼다시피 나는 정말 작사를 관둘 생각으로 접어본 적이 있다. 강낭콩만큼의 미련만 남겨 놓고. 세 달 가까이 작사 없는 일상을 무료히 보내다 끝내 다시 돌아갔다. 아무래도 없으면 안 되겠어서.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쓴 가사가 채택이 됐다. 


작사를 할수록 반짝이는 영감과 현란한 글솜씨보다 잘 버티고 잘 견디는 것이 가장 큰 재능임을 느낀다. 작사는 자잘한 단거리가 모인 장거리 경주이다. 잠깐 한눈 판다고 해서 절대 도망가지 않는다. 자꾸만 조급해지는 내 마음과 그에 비례해 소멸되는 에너지를 잘 조절해 보자. 이왕 몸 담은 김에 가능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작사를 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이상 가사가 안 써져서 이틀 밤새고 몸살이 난 사람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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