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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쌍미음 Sep 22. 2022

내일모레 마흔 살의 장래희망

스무 살 이후부터의 유일한 장래희망을 꼽자면, 좋은 할머니가 되는 것이었다.


처음엔 그저 막연히 좋은 할머니였다.

맛있는 빵과 쿠키를 구워서 이웃과 나누어 먹고, 흔들의자에 앉아 각 계절과 어울리는 뜨개질을 하며, 동네 어린이들과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는 따뜻한 동네 할머니.


한 살씩 더 먹어가며 꿈에 그리던 그 장래에 한 발씩 더 가까워질수록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동네 좋은 할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나부터 건강해야 한다.

그러려면 젊어서부터 건강을 챙겨야 하고, 교양을 잃지 않아야 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간직하며, 어느 정도 베풀고 나누어줄 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 그리고 심리적 여유가 필요하다.


나이만 먹는다고, 오랜 세월을 겪었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할머니가 되었을 미래의 그 순간에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단시간에 이룰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젊었을 때부터 차근차근 좋은 할머니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해두어야만 이룰 수 있다.




서른 전후로 결혼 및 출산을 하고, 다시 또 십여 년이 흐른 지금은 예전에 꿈꿔오던 장면 위로 몇몇 장면이 더해졌다.


동네 좋은 할머니는 물론이거니와,

할머니가 되어서도 너와 함께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거닐고 싶다.

두 아들과도 여전히 사이좋은 부모 자녀 지간이고 싶다.


어서어서 세월이 흘렀으면 좋겠다.

하루라도 빨리 그 장면 안에서 살고 싶다.




마흔을 목전에 둔 지금은 삶이 그저 고달파서, 애가 타서, 시간이 빨리 흐르기만을 바라는 내 마음이 지루해서, - 너의 눈을 한 번 더 들여다보기에도, 아이들의 요구에 한 번 더 응해주기에도 마냥 버겁다.

겪어내야만 하는 세월이 고단하고 마음이 지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루고 싶은 소망을 위해서는 지금이 꼭 필요한 시간이다.

세월에 지치고 고달파하는 이 마음과 또 그 안에서 우리가 서로 주고받는 위로와 다정은 장래희망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겪어내야만 하는 단계다.  

그 길고 긴 시간 속에서 모진 세월 속에서 그저 너와 나는 우리의 믿음을, 다정을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  


그 끝에서 마주한 미래는 바로 내가 꿈꿔오던 장면이기를. 

- 바라면서, 오늘도 힘들었던 나의 하루를 정리해본다.


너의 눈빛에서, 아이들의 미소에서,

내일도 힘내 볼 힘을 얻어본다.



장래희망을 이루기 위하여 - 건강한 자아를 지키며 단란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분투하는, 내일모레 마흔 살의 보통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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