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 이렇게 질문하고 이야기 나누는구나 (초등 저학년 대상)
옛날엔 한 집에 아이들이 참 많았죠? 보통 예닐곱 명은 당연한 거였으니까요. 작은 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자 밥을 먹는 모습이 그렇게나 보기 좋았나 봅니다. 호랑골에 갖 시집온 색시도 아이를 많이 낳아 키우고 싶었어요. 그런데 한해 두해 시간이 가도 아이가 생기질 않는 거예요.
처음엔 곧 생기겠지.. 하다가
“정성이 부족해서 그런가?”
색시는 날마다 새벽에 일어나 종지에 맑은 물을 정갈히 담아 놓고 하느님께 빌었답니다.
“하느님, 저에게 예쁜 아이들을 보내 주세요.”
그렇게 빌면서 하루 이틀 사흘
그러게 빌기를 한달 두달 세달
그러게 빌기를 한해 두해 세해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어요.
이러구러 시간은 흘러 눈이 펑펑 쏟아지는 어느 날이었어요.
유난히 새벽에 일찍 일어난 어느 날, 새색시는 그날도 물을 떠 놓고 빌고 있었어요. 그런데 대문 밖에서 고요히 목탁 소리가 들려 왔어요..
“똥 똥 똥”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스님 한 분이 대문 앞에 서서 목탁을 두드리고 서 있는 게 아니겠어요.
스님은 색시를 보더니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하며 시주를 해 달라고 인사를 했어요.
색시는 광으로 가서 가장 좋은 쌀 한 바가지를 떠 와서 시주 바랑에 넣어 주었어요.
그러자 스님은 감사하다며 절을 하고는
오이 세 개를 주면서
“이 오이 세 개를 모두 먹으면 아들 삼 형제를 낳을 것이오.”
“그러나 명심하시오. 반드시 마님 혼자 다 드셔야 합니다.”
색시는 두 손으로 공손하게 오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갔어요.
쟁반에 올려진 오이는 보암직도 싶고, 먹음직도 싶었어요.
색시는 오이 하나를 들고
“아들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하면서 오독, 와직하며 맛나게 먹었어요.
색시는 또 오이 하나를 들고
“아들을 주시니 고맙습니다.”
하면서 와작, 와작 맛나게 먹었어요.
색시는 나머지 하나를 들고는
“아들을 주시니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하고는 막 먹으려는데,
갑자기 문이 활짝 열리면서 남편이 들어오는 게 아니겠어요?
“여보 뭘 그리 맛나게 먹는 게요?”
색시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이 오이 나누어 먹어요”
하면서 반으로 나누어 맛나게 먹었어요.
어쩌죠? 그 순간 스님이 한 말을 새까맣게 잊고 말았네요..
시간은 흘러 색시의 배가 점점 불러 오기 시작했어요.
색시와 남편은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도록 조심조심 정성을 다 했어요.
드디어 날이 차고 달덩이 같은 아들이 태어났어요.
다음 해 색시는 또 배가 불러 오기 시작했어요.
색시와 남편은 첫째 아이 때처럼 정성을 다 했어요.
둘째로 태어난 아들은 첫째 아이보다 더 예쁘고 사랑스러웠어요.
그렇게 두 아들을 얻은 색시는 마음 속으로
‘이제 아들 하나가 더 태어날거야! 스님 정말 고맙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 어딘가 불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오이를 남편과 반으로 나누어 먹은 생각이 났거든요.
시간은 흘러 두 해가 흘렀어요.
“여보, 제가 아이를 가진 것 같아요.”
“그래!”
남편은 기다렸다는 듯이 풀쩍 풀쩍 뛰며 좋아했어요.
시간은 흘러 달이 차고 아이가 태어났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태어난 아이를 본 엄마와 아빠는 까무라치는 줄 알았어요.
“세상에 아이가 반쪽뿐이잖아!”
아이가 반쪽만 갖고 태어났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온 마을을 발칵 뒤짚어 놓았어요.
“반쪽이 반쪽이, 눈도 하나 반쪽이, 코도 하나 반쪽이”
“반쪽이 반쪽이, 팔도 하나 반쪽이, 귀도 하나 반쪽이”
아이들이 모여 놀 때도 이렇게 노래를 불러가며 놀았어요.
그래도 엄마는 반쪽이를 훌륭하게 키우려고 조금만 잘 해도 칭찬을 하며 용기를 줬어요.
어느 날 반쪽이가 친구들의 놀림을 받고 고개를 푸욱 쑥이고 돌아오자, 아빠는 반쪽이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반쪽아, 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널 놀려도 네가 훌륭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 세상을 까맣게 보는 사람은 하얀 백로를 보고도 까맣다고 해.”
“ 그리고 세상을 하얗게 보는 사람은 까만 까마귀를 보고도 하얗다고 한단다.”
“멋진 사람 눈에는 아무리 작고 초라한 것도 그것이 갖고 있는 좋은 점이 보이거든 그래서 그것을 귀하게 다룬단다.”
“우리 반쪽이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야! 기억해 둬”
반쪽이는 자신을 믿어주는 아빠가 멋지게 보였어요.
그리고 힘을 내어 멋지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사냥꾼인 아빠가 사냥을 나갔어요.
“여보, 어젯밤 꿈이 뒤숭숭했어요. 오늘은 사냥을 나가지 않으면 좋겠어요.”
“걱정 마시오, 내가 언제 사냥 나가서 손톱하나 다치는 것 보았소?”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으로 향했어요.
그런데 그만 아빠가 꿈대로 되고 말았어요.
깊은 산골에서 호랑이를 쫒다가 호랑이에게 물려 죽고 만 거예요.
“형, 우리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잖아!”
반쪽이가 큰형에게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며 형에게 먼저 말했어요.
“그래, 이대로 있을 수 없지, 아버지 원수를 갚으러 가자!”
“막내는 아직 어리고, 집에 어머니 혼자 두고 갈 수 없으니 막내가 집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있어!”
큰형과 둘째는 단단히 각오를 하며 떠날 준비를 했어요.
이 소식을 전해들은 어머니는 당장 큰아들에게 달려갔어요.
“안 된다. 훌륭한 사냥꾼이 아버지도 이기지 못한 호랑이다. 어린 너희들이 어떻게 원수를 갚겠느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들을 만류했어요.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둘째 아들은 어머니를 안심시키겠다는 듯 밖으로 나갔어요.
그러더니 밖에서 ‘쿵’하는 소리가 나는 거예요.
무슨 소리인지 놀란 어머니는 밖으로 나가 봤어요.
그런데 둘째 아들이 자기 덩치의 두 배나 되는 바위를 들고 와 마당 한 가운데 있는 장독대에 올려놓는 게 아니겠어요.
그런데 잠시 후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첫째아들이 그 바위를 한 손으로 들더니 담장 밖으로 휙 던져 버리는 거였어요.
그제서야 큰 아들과 둘째 아들이 아버지보다 더 신묘한 솜씨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조금 안심이 되었어요.
그래서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는 아들들을 더 이상 말리지 않았어요.
“어머니, 저희들 반드시 아버지의 원수를 꼭 갚고 돌아오겠습니다.”
그 때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던 반쪽이가 불쑥 나섰어요.
“어머니, 저도 형들을 따라 가게 해 주세요!”
이 말을 들은 어머니는 얼굴이 하얗게 되었어요.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너는 우리와 가면 짐만 될거야. 그러니 어머니를 모시고 집에 있어!”
형들은 어머니께 작별인사로 큰 절을 하고 집을 나섰어요.
반쪽이는 문 뒤에서 이 모습을 몰래 지켜보고 있다가 바로 따라 갔어요.
한참을 가다가 동생이 따라 오고 있다는 걸 눈치 챈 첫째형이
“안되겠다. 반쪽이를 묶어 두고 가자!”
큰형은 반쪽이를 마을 어귀에 있는 가장 큰 정자나무에 묶어두고 떠났어요.
“반쪽아, 형들을 너무 원망하지 마! 금방 돌아와서 놀아줄게”
“형, 형들이 가면 내 마음이 까맣게 된단 말이야! ”
반쪽이는 형들이 안 보이는 곳까지 가자 정자나무를 화악 뽑았어요.
‘집에 가져다가 그늘집이나 해야겠다.’
그러고는 집체보다 큰 나무를 번쩍 들고는
통 통 통
집 마당까지 가지고 가서는 담 밑에 푸욱 박아 심었어요.
그러고는 다시 형들을 따라 나섰어요.
형들은 한참을 걸어가다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걸 느꼈어요.
통 통 통..
그 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가까워 왔어요.
통 통 통.
“형! 이건 분명 우리 반쪽이 소리야.”
“안되겠다. 이번엔 정말 옴짝달싹 못하게 묶어두자”
그러고는 반쪽이를 길 옆에 있는 넓은 너럭바위에 묵었어요.
“형! 나도 같이 가게 해 줘!”
막내의 애원에도 형들은 귀를 막고 힘껏 뛰었어요.
“형, 나도 데리고 가, 나도 아버지 원수를 갚고 싶단 말이야”
“미안해! 금방 다녀올게”
형들은 반쪽이에게 미안해서인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어요.
반쪽이는 형들이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제 괜찮겠지?”
“으샤~!”
하고는 너럭바위를 한손으로 번쩍 들어 올렸어요.
그리고는 한쪽발로
통 통 통
너럭바위를 머리에 얹은 채 집으로 향했어요.
“집에 갖다 두면 곡식 널어 말리기 좋겠군!”
반쪽이가 집에 도착하자 이를 본 어머니는 깜짝 놀랐어요.
“어찌된 일이냐?”
“사실은 형들을 따라 갔는데 .. 이러구러 해서.. 어찌어찌 되었습니다.”
“형들이 깔고 앉기에 좋다고 이 너럭바위를 집에 갖다 두라고 해서 들고 왔어요.”
동생은 이렇게 저렇게 둘러댔어요.
반쪽이는 이렇게 어머니를 안심시키고는 다시 형들을 찾아 나섰어요.
통 통 통
이게 무슨 소리지?
통 통 통
“반쪽이 소리다!”
둘째 형이 반쪽이라며 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봤아요.
저 멀리서
보였다
숨었다
보였다
숨었다
반쪽이의 머리가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가까워지고 있었어요.
“너 정말 형들 말 안 들을 거야?”
둘째 형이 화가 나서 꾸짖었어요.
“형 사실은 나도 힘이 쎄단 말이야! 나무도 너럭바위도 거뜬이 들 수 있어!”
그러고는 길 옆에 있던 커다란 바위를 번쩍 들더니~
냅다 개울 건너 편으로 던져 버렸어요.
이를 본 형들은 이제야 안심이 되는 듯
“어쩔 수 없지, 그래 함께 가자!”
삼형제는 호랑이가 산다는 깊은 산을 향하여 근엄한 표정으로 힘차게 걸어 갔어요.
수 십리를
고개를 넘고
강을 건너고
또 산을 넘어
드디어 호랑이가 산다는 호랑골이 있는 커다란 산 아래 도착했어요.
형들이 호랑이를 찾으러 바로 산으로 들어가려는데
“형, 나 배고파, 저기 팥죽집에 가서 팥죽 먹고 가자.”
반쪽이가 배를 움켜 잡으며 형들을 잡았어요.
“그래, 우리도 배도 고프고,
해도 곧 서쪽 산으로 넘어 가려고 해, 저 집에서 하루 자고 가자.”
“어서 오세요.”
배가 고파 돌이라도 먹을 것 같은 삼형제를 주막집 할머니가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할머니, 저희 팥죽 세 그릇.. 아니 여섯 그릇 주세요.”
삼형제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팥죽을 싹 비웠어요.
“에고,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구나.”
“여기 한 그릇씩 더 먹으렴.”
할머니는 삼형제를 친손자처럼 걱정해 주었어요.
“그래, 이 깊은 산골엔 무슨 일로 찾아 왔누?”
“저희 형제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고 왔어요. 저 호랑골에 있는 호랑이를 반드시 잡아 한을 풀겠어요.”
이 말을 듣자, 할머니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저 호랑골의 호랑이는 여느 호랑이와는 다르단다.”
“자기를 잡으러 오는 사냥꾼을 잡기 위해 요술을 부린다는구나.”
“글쎄, 어여쁜 색시로 변해서 사냥꾼을 속인 후 잡아먹는다니 얼마나 무서워.”
이 말을 들은 삼형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할머니, 혹시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할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호랑이를 잡는 방법을 일러주었어요.
할머니께 방법을 들은 삼형제는 씨익 웃더니
“요놈의 호랑이 두고 보자”
도대체 할머니가 어떤 방법을 가르쳐 주었길래 삼형제의 얼굴이 환해졌을까요?
다음날 아침, 할머니가 차려준 맛있는 팥죽을 먹은 삼형제는 호랑골로 향했어요.
참, 출발하기 전에 큰형은 할머니께서 싸준 팥죽 한 그릇을 준비해 갔어요.
둘째 형은 가는 도중에 칡덩쿨에서 빨간 칡 한 줄 빼서 옆구리에 차고 갔어요.
막내인 반쪽이는 통 통 통 형들을 열심히 따라가며 씨익 웃었어요.
마침내 호랑이가 산다는 호랑골 근처에 도착했어요.
그런데 저 멀리 나무 아래에서 어떤 어여쁜 아낙네가 형제들 쪽으로 허겁지겁 뛰어 오는 게 아니겠어요.
“여보세요, 사냥꾼님들 저 좀 도와주세요.”
형제들에게 다가온 아낙네는
“호랑이에게 당했어요. 저 저만 겨우 도망쳐 내려 왔어요.. 저 바위 위쪽에 저희 가족이 있어요. 호랑이가 잡아먹으려 해요.”
이 말을 들은 삼형제는 급히 바위 쪽으로 달려가는 척하다가
첫째형이 아낙네를 향해 그릇 속의 팥죽을 화악 뿌렸어요.
그러자, 아낙네의 겉 모습이 물에 씻긴듯 호랑이의 모습으로 바뀌었어요.
이를 본 첫째 형이 빨간 칡줄기를 호랑이에게 던졌어요.
그러자 그 실이 호랑이를 휘익 휘익 감싸더니
꽉 묶어 버렸어요.
이를 지켜보던 반쪽이가 호랑이를 집어 들고는
바위 언덕 아래로 휘익 던져 버렸어요.
언덕 아래로 떨어진 호랑이는 그대로 죽고 말았어요.
삼형제는 죽은 호랑이가 살던 굴에 가 보기로 했어요.
산꼭대기에 있는 호랑이의 굴은 방이 다섯 개 정도 되게 넓었어요.
그런데 분명 호랑이 여러 마리가 함께 산 흔적은 있는데 호랑이는 보이지 않았어요.
좀 찜찜하고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괜찮아, 다른 호랑이는 없나봐. 이제 내려가자!”
큰형의 말에 동생들은 그러자고 했어요.
큰 호랑이를 죽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은 형제들은 기분 좋게 할머니가 살고 있는 주막으로 내려왔어요.
“애들아, 큰일 났구나!”
“왜요. 할머니?”
“너희들이 죽인 호랑이는 아빠 호랑이란다. 그런데 어미 호랑이와 다 자란 새끼 호랑이가 사라졌단다.”
“분명히 그 놈들은 너희 가족을 해치러 갔을 거야.”
“네? 어떡하죠? 여기서 집까지는 걸어서 석 달하고 열흘이나 걸리는 먼 곳에 있어요.”
“호랑이라면 금방 가겠지만 저희 걸음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두 형이 어머니 걱정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어요.
“형들, 걱정 마! 내게 맡겨”
“눈도 하나 반쪽이, 코도 하나 반쪽이, 팔도 하나 반쪽이, 다리도 하나 반쪽이지만 집까진 한 나절이면 갈 수 있어.”
형들은 깜짝 놀라며
“네가 그런 재주가 있단 말이야?”
하고는 반쪽이를 보는데 반쪽이는 벌써 저만큼 달려가고 있었어요.
통 하고 뛰니 밭을 넘고
통 한번을 뛰니 논을 넘어요.
통 두 번을 뛰니 강을 넘고
통 세 번을 뛰니 산을 넘어요.
통 통 통 반쪽이는 한나절도 못되어 어머니께서 계신 집 앞까지 왔어요.
“어머니! 어머니!”
방에 있던 어머니는 반쪽이를 보고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우리 아들, 다친덴 없어?”
“형들이랑 힘을 합쳐서 호랑이를 죽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았어요.”
“그런데 넌 왜 혼자 왔니? 형들은?”
“죽은 호랑이의 가족들이 어머니를 공격한다고 해서 제가 먼저 왔어요. 형들은 모두 괜찮아요, 지금 집으로 오고 있어요,”
반쪽이는 그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어머니께 상세하게 말씀해 드렸어요.
“이제 곧 호랑이들이 이곳으로 올 거예요. 제가 그 호랑이들을 처리하는 동안 어머니는 절대 집 밖으로 나오시면 안되요.”
반쪽이는 어머니를 안심시키고 곧장 집 앞을 나갔어요.
저 멀리서 호랑이 네 마리가 성큼 성큼 집으로 달려오고 있는 게 보였어요. 호랑골에서 죽인 호랑이보다는 덩치가 작았지만 보통 호랑이보다는 훨씬 큰 호랑이였어요.
반쪽이는 지난번 집에 갖다 둔 나무와 너럭바위가 생각이 났어요.
‘나무 아래로 저 놈들을 유인해서 잡아야겠다.’
반쪽이는 나무 위에 올라가 호랑이가 오는 것을 기다리다가 나무 밑으로 지나가는 호랑이를 불러 세웠어요.
“이 놈들 어디로 가고 있느냐?”
호랑이들은 나무 위에 있는 반쪽이를 보고 공격하려고 나무 주위로 모였어요.
반쪽이는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너럭바위를 냅다 호랑이들에게 던졌어요.
그러자 호랑이들은 너럭바위에 깔려 모두 죽고 말았어요.
반쪽이는 호랑이들의 가죽을 집 앞 울타리에 널었어요.
반쪽이의 집 앞에 호랑이 가죽 다섯 개가 널려 있다는 소문은 하루가 다르게 퍼져 나갔어요.
반쪽이네 집에서 20리 쯤 떨어진 동네엔 욕십이 많은 부자가 살고 있었어요. 하루는 집안의 노비들이 쑥덕 쑥덕 하는 소리를 듣고는 자세히 물었어요.
“호랑이 가죽 다섯을 널어둔 집이 있다구?”
“네 마님, 저 윗동네 반쪽이네 집 울타리에 걸려 있다 하옵니다.”
욕심 많은 부자는 그날밤부터 잠이 오지 않았어요.
‘그 호랑이 가죽을 어떻게 하면 빼앗을 수 있을까?’
그런데 그 욕심 많은 부자집에는 어여쁜 딸이 하나 있었어요.
늘 호기심이 많고 영민한 딸은 반쪽이 소문을 듣고 궁금해 하던 중에 아버지의 욕심을 알아차리곤 아버지께 찾아 갔어요.
“아버님, 제게 호랑이 가죽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도가 있습니다.”
“그래?”
어둡기만 하던 부자의 얼굴은 곧 꽃같은 얼굴로 밝아 졌어요.
“여봐라, 저 윗동네에 사는 반쪽이를 지금 당장 불러 들여라.”
반쪽이를 불러 온 욕심 많은 부자는
“너는 혼인을 하였느냐?”
“아닙니다. 아직 못하였습니다.”
“너희 집에 호랑이 가죽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이냐?”
“네, 어르신.”
“그럼, 내기를 해서 자네가 이기면 내 사위로 맞이 하겠네. 하지만 자네가 지면 집에 있는 호랑이 가죽을 모두 나에게 주어야 할 것이야.”
반쪽이는 속으로 ‘씨익’웃으면서도 겉으론 사뭇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네 나으리,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후훗, 걸려 들었구나! 이제 호랑이 가죽은 내 것이다!’
“반쪽이는 들어라. 사흘 내로 우리 집에서 딸을 훔쳐 간다면 네가 이긴 것이고 못 훔쳐 가면 내가 이긴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반쪽이는 부자 영감과 약속을 뒤로 하고 집으로 갔어요.
통 통 통
“여봐라, 지금 당장 마을 사람들을 모두 우리 집으로 불러드려라.”
부자는 말이 떨어지자 집안의 노비들에게 명령을 내려 마을 사람들을 모두 모았어요. 그러고는 사흘 동안 집안을 지키며 쥐 한 마리도 못 들어 오게 지키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만약 사흘 동안 반쪽이가 우리 아이를 훔쳐가지 못한다면 호랑이 가죽 하나 값을 모두 치러 잔치를 베풀겠소이다.”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 가죽이 웬만한 집 한 채 값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모두 눈을 부릅뜨고 집을 지켰어요.
한 시간이 지나고
한 나절이 지나고
하루가 지나도 집안으로는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또 한 나절이 지나고
오후가 지나고
밤이 지나는데도 개미 한 마리 지나지 않았어요.
사흘째가 되자 집안을 지키던 사람들은 하나씩 둘씩 눈이 감기기 시작했어요.
하루도 아니고 사흘이나 밤을 샜으니 당연하겠지요?
그 즈음 반쪽이는 무엇을 하느라 오지 않았을까요?
반쪽이는 부자와 약속은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사흘 동안 부잣집으로 갈 생각은 하지 않고 벌레만 찾으러 다녔어요.
“이 한 마리”
“이 열 마리”
“벼룩 스물 마리”
“오! 빈대 한 대롱째”
반쪽이는 잡은 벌레를 들고는 앞으로 있을 일을 상상이나 하는 듯
씨익 웃어 보였어요.
“드디어 약속한 마지막날이 다가 왔군!.”
반쪽이는 미리 잡아 놓은 벌레를 보자기에 꼬옥 싸들고 부잣집으로 향했어요.
톡 톡 톡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요?
부잣집에는 대문부터 안채까지 사람들이 널부러져 자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사흘이나 잠을 못자고 반쪽이를 기다리며 밤을 샜으니 어떻게 견디겠어요.
반쪽이는 이미 예상한 듯 여유롭게 집 안으로 들어 갔어요.
먼저 대문을 지키고 있는 순돌이 형제의 머리를 문에 묶었어요.
담 밑에서 자고 있는 막순이네 형제들은 담에 머리를 묶었어요.
마당을 지나자 부자의 아들이 자고 있기에 가마솥을 쉬워 놓았어요.
부엌을 지나다 보니 며느리가 자고 있기에 쾡과리를 엉덩이에 달아 놓았어요.
안채에 들어 가보니 부자의 부인이 잠들어 있기에 소매에 성냥을 달아 놓았어요.
마지막으로 방에 들어 가 보니 부자 영감이 입을 쩍 벌리고 자고 있기에 수염에 유황을 발라 놓았지요.
그러고는 살금 살금 딸의 방 앞으로 가서는
벌레를 잔뜩 잡아 간 보따리를 살짝 풀었지요.
잠시 후
“앗 따거! 으앙”
딸의 소리를 치며 방문을 화득짝 열고는 뛰쳐 나왔어요.
이를 놓칠세라
반쪽이는 딸을 달랑 등에 업고는
“반쪽이가 딸을 훔쳐 간다!”하고 큰 소리로 외쳤어요.
“반쪽이 사위가 나간다!”
“앗 저기 반쪽이가 도망간다”
“반쪽이를 잡아라”
그런데 자세히 보니 난리 법석을 떨고 있어요.
“으앗, 내 머리 좀 놔!”
“아니 네가 내 머리를 잡고 있잖아”
순돌이 형제는 서로 잘못이라며 소리를 질렀어요.
이 광경을 지켜보던 막순이 형제가
“내가 가지”
“으아!”
“콰당”
막순이 형제도 담에 묶인 머리 때문에 뒤로 벌러덩 넘어 졌어요.
“아니, 세상이 왜 이리 캄캄하지?”
“우당탕 소리는 나는데 하나도 보이지 않아.” 마당에서 가마솥을 뒤집어 쓴 아들이 소리쳤어요.
이 소리를 듣고 부엌에서 며느리가 달려 나오려는데
“때댕 땡떼 댕떼대댕” 엉덩이에서 쾡과리 소리가 나서 놀라 허우적 대기만 했어요.
바깥 소리에 잠이 깬 부인이 놀라서 부자 영감을 깨우느라 수염에 손을 대는데 손에 있던 성냥개비에 불이 붙어 영감 수염을 훌러덩 태우고 말았어요.
“앗 뜨거! 불이야, 사람 살려!”
반쪽이는 부잣집 밖을 나오면서 씨익 웃으며
통 통 통
집으로 돌아 왔어요.
집에 도착해 보니 그제야 형들이 집에 도착해 있었어요.
반쪽이는 데려온 부잣집 딸과 혼인하여 멋진 딸과 지혜로운 아들을 많이 낳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혼인날 욕심 많은 부자는 사위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내가 자네 겉모습만 보고 욕심을 부렸네. 미안하네. 하지만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은 날이야!”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고 힘쎈 사위를 얻었으니 말이야.”
낱말의 의미나 상징적 의미를 묻는 질문
- 반쪽이는 무슨 뜻인가요?
- 숫자 3과 관련된 것들이 많이 나오는데 왜 3이 많이 나오죠?
- 예닐곱이 얼마죠?
- 시주가 뭐예요?
- 자초지종이 무슨 뜻인가요?
- 신묘하다가 무슨 뜻인가요?
- 이십리는 거리가 어느 정도인가요?
느낌에 대한 질문
- 의시소침한 반쪽이는 아버지에게 들은 용기의 말을 듣고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요?
- 아버지를 호랑이에게 잃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 반쪽이를 처음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 “우리 반쪽이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야 기억해 둬”라는 아버지의 말은 무슨 뜻인가요?
내용으로 유추할 수 있는 질문
- 반쪽이는 어떤 옷을 입었을까요?
- 스님은 어떻게 미래를 잘 알고 있죠?
- 형들이 처음부터 반쪽이의 능력을 알았다면 어땠을까요?
- 반쪽이의 선택을 받은 부잣집 막내딸은 기분이 어떨까?
- 반쪽이가 나중에 낳을 자식도 반쪽이일까?
- 스님이 준 오이가 과연 세 형제의 신묘한 능력을 주었을까?
아이에게 의견을 묻는 질문
- 네가 반쪽이라면 어떻게 살았을 것 같아?
- 아빠가 나쁜 사람에게 큰 일을 당한다면 넌 어떻게 할 것 같아?
- 반쪽의 친구라면 어떤 놀이를 하면서 놀거니?
아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질문
- 반쪽이처럼 신체의 일부가 부족한거나 아이큐가 조금 떨어지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와 어떻게 지낼 건가요?
- 너는 삼형제처럼 용감하게 살고 싶니?
만약 ~라면 형식의 질문
- 만약 네가 누군가를 구하고 영웅이 된다면 어떤 어떤 보상을 받고 싶니?
- 너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다른 사람이 흉을 보거나 싫어한다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를 포함하여 종하하는 질문
- 편견에 대한 너의 생각을 말해 보겠니?
- 어떻게 하면 세상 사람들이 편견에서 벗어나 서로 존중하면 살 수 있을까?
반쪽이를 읽고 무슨 생각이 가장 먼저 드시나요? 반쪽이는 반쪽밖에 없으니 온전한 사람이 아니지요? 그렇다면 혹시 장애인을 떠올리셨나요? 괜찮은 아이디어예요. 온전하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힘을 가진 사람,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아버지의 따뜻한 한마디에 힘을 얻어 스스로 멋진 모습으로 자라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지요. 어린이를 위한 성장소설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아요.
반쪽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에 옛적부터 전해오는 많은 이야기와 닮았어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우리나라 건국 신화인 단군신화나 고구려의 건국 신화인 주몽 신화예요. 신화에 나오는 주인공은 모두 타고난 능력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승리하죠? 특히, 주몽의 이야기는 신비롭게 태어나고 뛰어난 능력을 갖춘 것이나 고난을 이겨내고 나라를 세우는 모습은 반쪽이 이야기에 잘 녹아들어요. 반쪽이가 부모님의 정성으로 신비롭게 태어나고 호랑이라는 어려움과 욕심 많은 부자와의 내기에서 이겨 멋진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여기서 반쪽이의 능력을 자세히 보면 신기한 점을 발견할 수 있어요. 영웅은 단순히 힘만 세다고 되는 건 아닌가 봐요. 힘과 지혜 두 가지 모두 필요하겠지요? 반쪽이는 겉으로 보기에 부족해 보이는 몸으로 태어났지만, 형들과의 힘겨루기, 호랑이 잡기에서는 힘을 보여주고 부자와 내기에서 이기는 모습에서는 지혜와 지략을 보여준답니다.
종합해 보면, 겉으로 부족해 보이는 반쪽이가 정신적 육체적 역경을 딛고 성장하면서 실재론 힘과 지혜를 가진 진정한 영웅으로 자라는 멋진 이야기예요.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도 모두 반쪽이일 수도 있어요. 사람들은 모두 조금은 부족한 점을 갖고 태어나니까요? 그런데 이런 모습에 의기소침해서 주눅이 들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작품에 나타난 아버지의 말처럼 “멋진 사람의 눈에는 아무리 작고 초라한 것도 그것이 갖고 있는 좋은 점이 보이거든. 그래서 귀하게 다룬단다. 우리 반쪽이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귀한 사람이야. 기억해 둬!”라는 말을 기억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신체적으로 조금 불편한 장애인이나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 경제적으로 낙후된 곳에 사는 사람들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차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편견에 일침을 가하는 쓴소리로 들을 수 있는 마음의 귀를 가지면 좋겠어요.
반쪽이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들은 세계 곳곳에 있어요. 인도 펀자브, 이란, 팔레스타인, 북부 아프리카 등에서 전하는 설화와 매우 비슷하답니다. 그런데 대부분 이슬람 문화권의 설화가 많아요. 이 이야기들은 우리 설화와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어요. 과일을 먹고 아이를 가진다는 점, 주인공으 괴롭히는 형이 등장한다는 점, 사람을 잡아먹는 동물이 등장한다는 점은 비슷해요 하지만 반쪽이가 엄청난 힘을 가졌다는 점, 그리고 반쪽이와 색시의 결혼하는 과정이 중요하게 서술된 점, 무엇보다 반쪽이가 색시를 훔쳐올 때 일어나는 흥미진진진한 일이 달라요. 특히 마지막에 나오는 색시 훔치는 장면은 마치 판소리 춘향가의 암행어사 출도 장면을 연상하게 하지요. 봉산탈춤에서 양반을 놀리는 말뚝이가 생각 나기도 하지요. 이것은 한국 문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웃음을 내포한 비판 즉 풍자를 통해 사회를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랍니다.
- 아이가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세요.
- 아이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그 말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 칭찬해 주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에 이어질 질문을 끌어내 보세요.
다음은 아이와 엄마가 함께 나누는 상황을 가정한 예랍니다.
엄마! 반쪽밖에 없는데 어떻게 걸어 다녀?
그래, 좋은 질문이야!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럼 반쪽으로 한번 걸어 볼까? (아이가 한 발로 걷고 한 눈으로 보게 하기 등)
그런데 우린 이렇게 쉬운 것도 반쪽으로 하기 어려운데 반쪽이는 우리보다 더 뛰어나네? 어떻게 가능할까?
우리가 생각하기에 반쪽이는 분명 부족해 보이지?
그런데 반쪽이는 우리보다 더 잘해.
우리 주위에 보면 우리가 이런 편견으로 많을 것을 보고 있지 않을까?
장애인이라고 해서 모두 불쌍한 사람이라 미리 생각해 버리는 생각
못사는 나라에서 노동자로 온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 우리보다 능력이 떨어질 거라는 생각 등..
맞아 엄마! 우리 학교에도 한쪽 다리를 못 쓰는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를 놀리지는 않지만 지나치게 도와주려고만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
그래 그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해~
그리고, 엄마 아빠가 동남아에서 온 아이가 있는데 처음엔 한글을 잘 몰라 글도 잘 못 읽었는데, 지금은 잘 적응해서 우리 반에서도 수학은 꽤 잘하는 편이야.
편견은 나쁜 것 같아.
그래, 그럼 <반쪽이> 이야기에서 더 이야기해 보고 싶은 건 없을까?
-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에서 아이들만 답하지 말고 엄마 아빠도 답을 함께 찾아 나서면 아이들의 사고가 더욱 확장된답니다.
- 질문하기를 하면서 메모하는 것도 좋아요.
- 질문하기가 끝나면 메모한 내용을 보면서 이 이야기를 통해 함께 주고받은 이야기들을 다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이 때는 모두 함께 참여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나눌 수 있으면 좋겠네요.
- 가족이 함께하는 이러한 질문 나누기는 아이에게 사고력을 길러 주는 것은 물론, 부모님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지고 아이의 자신감도 높아진답니다.
@ 중요
위의 이야기와 이야기에 관한 설명 및 이야기 나누는 방법들은 모두 곧 출판하려고 쓰고 있는 원고의 일부랍니다. 다른 곳에 무단 인용 및 끌어 쓰시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그냥 재밌게 읽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