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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원 손기광 Jul 01. 2020

부모님께 권하는 우리아이
올바른 인문고전 읽기 습관

“SKY 입학만 인생 목표라면 학원과 개인과외를 시키라그러나  나아가 미래의  리더로 키우고 싶다면 인문고전을 읽혀라.”


  대학 강의실에서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아이들의 인생 목표가 뭔가?’라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입시지옥’이라고까지 말하는 고3 시절을 거쳐 대학에 입성해 놓고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한다. 다들 취직을 위해 영어에만 매달리고 있다. 명확하지 않은 인생의 목표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자신과 사회를 냉철히 바라보고 자신의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의사가 목표였다는 한 제자의 말이 떠오른다. 그 녀석은 정말 머리가 좋았다. 책 한 페이지를 읽기만 해도 그대로 머리에 입력되는 말 그대로 컴퓨터다. 그래서 입시에 성공했다. 의사가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날 찾아와 하는 말이 걸작이다. “선생님, 제가 뭐 하고 있죠?” “그냥 하루 하루 살아가는 기계 같아요.”


  이 학생에게 인문고전 한권을 내 밀었다. 세상을 보는 올바른 눈을 수천 년에 걸친 리더들에게서 배워 보라는 의미에서였다.


  워런버핏과 점심식사를 하는 데 중국의 자오딩냥은 211만 달러를 들였다. 비사야 몇 만원 몇 십만원이면 해결되는 점심을 위해 자오딩냥은 왜 40억에 가까운 돈을 썼을까? 물론 그만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리더를 배워야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리라.


  인문고전과의 만남은 워런버핏과 같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같다. 워런버핏과 만나 대화한 자오딩냥이 워런버핏의 말을 하나라도 흘려 들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인문고전도 마찬가지 입장에서 읽어내려 간다면 그 시대의 워런버핏을 아주 싼 가격으로 만나는 식사자리가 될 것이다.


 


자신의 수준에 맞게 시작하자



  ‘지피’를 위해서는 ‘지기’가 선행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책을 온전히 알기 위해서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책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유명한 고전이라고 해서 무조건 덤비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특히 어린 학생들의 경우는 책읽기 자체에 흥미를 잃어 버릴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쉽게 읽혀 내려가는 책부터 천천히 시작하자. 천천히 차근차근 하다보면 저만치 나아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려워도 정면승부하자.


  인문고전을 읽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 단어의 수준이 어렵고 문맥적 의미도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쉽게 풀이된 책을 읽는 것이 좋지 않을까? 간단히 핵심만 간추려 읽으면 되지 않나? 대답은 ‘절대 안 된다.’이다. 등산을 가면서 산 아래부터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면서 주위도 둘러보고 한 고비 한 고비 넘기면서 온 몸으로 산 오름을 경험해야 산에 관해 올바르게 알 수 있고 산꼭대기에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케이블카를 타고 가거나 모형 산을 보거나 동영상을 보는 것으로는 온전히 산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 어려워도 인문고전 원전과 정면승부해야 한다. 


 

분석독해가 길이다.


  살아가면서 접하는 많은 글들이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문학적인 글이 아니라 사실을 전달하거나 주장하는 글들이다. 이런 글들은 꼼꼼히 전체 맥락을 이해하면서 읽어야 한다. 부분만 읽을 경우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만약 계약 관계나 법률 관계에서 잘못 읽어 낸다면 커다란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책을 가까이 하는 학생의 경우는 당장 대입 수능 준비에서 분석 독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분석이란 부분을 따진 후 부분과 부분의 관계,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살피는 행위다. 대상을 바로 보기 위한 필수 코스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의 경우 전체를 속독으로 읽는 것보다 하루에 한 페이지를 보더라도 꼼꼼히 분석해서 읽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나무만, 돌만 보고 걸어간다고 산을 아는 것은 아니다. 나무도 돌도 보고 이들 사이의 관계도 보고 산과 나무, 돌의 관계도 보아야 산을 온전히 알 수 있다.


 

초등 4~6년에 문학적 감수성을 키워라



  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에 접어들면 대부분 학생들이 사춘기에 접어든다. 그만큼 감수성도 예민해지고 세상에 대해 자신만의 가치관도 형성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책은 이들의 가치관 형성에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일부 학부모님들은 학생이 무조건 책을 많이 읽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읽지 않는 것보다 낫다. 


  책은 음식과 같다. 모든 음식이 다 좋은 것이 아니듯 책도 다 좋다할 수 없다. 인스턴트보다 집밥이 낫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것은 자신의 몸에 이로운 음식을 잘 골라 먹는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은 문학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다. 사춘기의 감수성이 문학적 감수성을 계발에 시너지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문학적 감수성이 발달하지 않으면 평생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문학의 감동을 맛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문학만 읽혀서는 안 된다. 문학만 지나치게 읽히면 너무 감수성에 빠져 세상을 비관적 비판적으로만 바라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교 선생님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올바른 책을 선정하는 일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몸으로 가르치라



  사의제의 인문고전독서 시간은 정숙하다. 어느 한 사람도 시끄럽게 잡답하지 않는다. 누가 시켜서 그런 것도 아니다. 아이들 스스로 그렇게 한다. 내가 하는 일은 간단하다. 조용히 흐르는 음악 속에서 아이들 사이를 다니면서 책을 읽거나 한 시간 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옆에 앉아 책을 읽을 뿐이다. 처음에 아이들은 그걸 흉내 낸다. 그러다 책에 진짜 빠져든다. 참 귀엽다.


  아이들은 진심을 담아 몸으로 가르쳐야 한다. 집에서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은 부모가 시키기만 하기 때문이라는 점은 이 글을 읽는 부모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오늘부터라도 텔레비전을 끄고 아이 앞에서 보여 주어라. 달라지는 아이의 모습에 놀라게 될 것이다.  


 

                                       
                                       2014.5.21. 


              사의제 대표 손기광(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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