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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원 손기광 Jul 01. 2020

커피 그리고

잘 모른다.

아직 그렇다.

알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아니 알려고 하는 것이 욕심일지도...


커피란 놈을 오랫동안 곁에 두었지만 그런 벗이다.

벗이라 이름하는 이도 그렇다.

어느 정도 안다 싶다가도 어느 순간 후욱 멀어져 있다.

아무 소식 전하지 않다가 어느날 봄바람처럼 찾아 든다.



아메리카노 같은 벗이 있다.

언제나 손만 뻗으면 옆에 있어 부담없이 언제든 만날 수 있다. 무엇인가 결정하거나 고민하지 않고 그냥 훅 들어갈 수 있다. 그렇다고 뒷끝이 있지도 않다. 그냥 맑은 향이면 충분하다.

적으면 적은대로 많은면 많은대로, 따뜻하면 따뜻한대로 차가우면 차가운대로..

그런대로

그래도

좋다.



에스프레소 같은 벗도 있다.

강렬하다. 매사에 완벽하다. 정곡을 찌른다. 늘 칼처럼 살아간다. 그래서 뒷끝도 없이 깔끔하다.

달콤한 빵이나 과자를 곁드리면 그 맛을 더한다.

오래 만나도 질리지 않는다. 늘 그 자리에서 그 모습을 간직하고 살아 갈 듯하다.

그래서 믿음이 간다.

든든하다.



라떼 같은 벗도 있다.

강렬함에 부드러움을 더한다. 온유한 맛이 있으니 평안을 느낄만하다. 부드러운 맛과 고소향 향이 가득하다.

자고 일어나 모닝빵과 함께하면 더할나위 없다.

가끔은 너무 오랫동안 봐서 질리기도 하지만 추운날 함께하는 맛과 멋은 따라올 것이 없다.

첫눈 오는 날 그와 함께 한다면 오랜 추억이 될 듯하다.



카푸치노 같은 벗도 있다.

쓰고 날카로운 맛을 부드러운 우유 거품으로 감싸 안아준다. 언짢은 기분 뒤틀린 일이 있을 때 함께하면 상한 속을 달래 준다. 자주 마주하진 않지만 가끔 만나도 내 어깨를 잘 토닥여 준다.

입 가에 뭍은 카푸치노 거품을 보며 서로 웃을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좋다.



인스턴트커피 같은 벗도 있다.

막되 먹은 것 같다. 가볍다. 함부로 지껄인다. 아무에게나 누구에게나 다가선다.

가진 것이 없어 그런 것이 아니다.

겸손하다. 그리고 따스하다. 자기를 낮추어 다른 이를 따스하게 알기 때문이다.  

추운날 힘든이에게 미소와 함께 전해지는 따스한 이 한 잔만이 가질 수 있는 품성이다.

mbn캡처




커피는 맛보다 향이다.

몸에 오롯에 스며들어 은은히 풍겨 나오는 벗의 향기다.

오늘 내 옆이 커피향으로 가득하다.

......

함께하는 벗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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