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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한 Mar 24. 2022

마주하는 고민-4. 현대판 모순

육아차차 육아 육아 #32

근래에 세상이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특히나 고전적인 의미의 남성성, 여성성에 대한 전혀 다른 차원에서의 논의가 이뤄고 있다. 성역할에 대한 담론은 늘 있어왔고,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느리나마 조금씩 나은 쪽으로 향 왔다. 하지만 그 속도나 격렬함 그 어느 때보다 거세 보인다. 비록 과한 부분도 상당하지만 분명 전체 흐름 자체옳다는 건 부정하기 힘들다. 이 시류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처음 딸아이를 낳고서 꽤 곤두선 채로 세상을 바라봤다. 벌써 10여 년 전이니 사회적 분위기도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매체에서 들리는 각종 흉악한 범죄는 아이 키우기, 특히나 여자 아이 키우는 게 너무 무서운 환경이라 여기게 했다. 마침 당시 조두순을 비롯한 흉악한 범죄자 대한 사회적 공분도 있었으니 두려움은 더 단단해졌다. 귀한 우리 아이가 자라서 자립하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까지 노출될 수많은 위험과 위협이 당장 눈앞에 있는 것 마냥 걱정이 가득했다. 당장 걷지도 못하는 갓난쟁이를 앞에 두고서는 몹쓸 녀석이랑 연애를 하다 험한 꼴을 당할까 하는 어이없는 기우에 시달린 적도 있으니, 아무래도 너무 나가긴 했었다.


아들 없이 딸아이 하나만 있었고, 나자마자 딸바보가 되어버린 그 상황에서의 내 관심과 우려는 그러했었다. 그러던 게 둘째가 태어났다. 확실히, 첫째를 낳고 했던 수많은 가정과 거기에서 오는 걱정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아니, 그런 류의 고민은 어디 가고 사라졌고, 대신 전혀 다른 방향의 사고가 이뤄졌다. 처음에는 가볍게 그래도 남자 녀석인데 어떤 연애를 하게 될지, 인기는 좋을지  하는 흰소리를 하 게 급기야 기왕이면 다양한 경험을 하고 멋지게 살면 좋겠다는 데에 이르렀다. 이런 사고가 꼬리를 물기까지 전혀 거리낌은 없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다다른 흐름이었다.


서로 다른 성별의 아이들에 대한 고민바람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건, 그이 서로 양립하기에는 너무 어긋나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부터이다. 마치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과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를 동시에 팔겠다고 큰소리치는 멍청한 상인이 된 기분이었다. 딸아이의 환경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 정작 아들은 자유분방한 삶을 살기를 원하는 건 어이없는 남성 우월적 폭력과 다르지 않았다. 나도 모를 무의식이 딸은 조신하고 주의하며 살기를, 아들은 더 자유롭고 마음껏 살기를 강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멍해졌다. 솔직히 이 깨달음은 꽤 부끄러웠다.


혹자들의 급진적인 주장에 동조할 생각은 없다. 그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정도의 과격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이제껏 생각했던 굳어진 생각을 조금은 유연하게 바꿔야 할 필요는 절실하다. 나아가서 아이들을 잘 가르쳐야 하는 부담도 늘어났다. 최소한 전혀 다른 잣대로 같은 사안을 바라보는 우는 범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건 분명했다. 금 더 욕심을 부려, 주변에서 뭐라 하든 자신의 옳은 기준이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도 생겼다.


물론 당장 쉽지는 않다. 우리 아이들을 조금 다른 가치관으로 키운다고 해서 환경이 호락호락 둘 거라는 보장도 없다. 어쩌면 딸아이는 선입견과 싸워야 할지 모르고, 한편 여전히 불안한 세상에서 몸을 사려야 할 수도 있다. 아들 녀석 또한 또래 혹은 집단의 거칠고 야만적인 문화에 몸 달아 옳은 생각이 흔들리게 될지 모를 일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니 더 조급증이 일어난다. 이제 차츰 부모의 전적인 통제를 벗어나게 되면 가치관이 어긋나는 것도 한순간일 거다.


당장 부모가 바른 생각을 가져야 할 거 같다. 지나치게 격하거나 앞서 나가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뒤처지지 않아야 시대에 맞는 옳은 것을 판단할 수 있을 거다. 어른이 먼저 중심을 잡아야 바르게 가르칠 수 있지 않겠는가. 늙고 뒤처진 감각으로 아이들에게 생각을 심어주기에는 세상은 너무 빠르고 위험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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