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회식 주간이었다. 사실 참석하지 않으려했다. 갈거냐고 팀원들이 물었지만 불편해서 가기 싫다고 말한터였다. 하지만 전무님께서 “ 에이, 안 오면 안되지. 와야지. 일부러 자리 만든건데~~” 하셔서 저항없이 바로 따라 나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갔으면 많이 후회할 뻔 했다.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입사 후 6개월만에 나가게 됐다는 말을 차마 면목이 없어서 못하고 있었는데 영업부 지점장님들께 직접 얼굴보고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 많이 힘들었지?“ “ 고생만 하고 가네.“ ” 뭘 하든 응원합니다. “ 하는 진심어린 얘기들을 해주셨다. 올 해 들어 회사때문에 계속 지옥같았던 마음이 저절로 힐링 되는 것 같았다. ‘아,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었지. 내가 혼자 고군분투했던 순간들이 다 헛된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코 끝이 찡해졌다. 한동안 퇴사 얘기를 꺼낸 후 관계가 껄끄러웠던 팀장님도 “워낙 진심이었어서 지점장님들께서도 너무 아쉬워하는 것 같아요“ 라고 했다. 한 순간도 진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대부분 진심이었다. 흔한 말이지만 조직에 도움이 되고 싶었고 성과를 내서 기여하고 싶었다.
1차를 족발집에서 막걸리를 먹고 2차로 복집으로 갔다가 치킨집으로 이동하며 서서히 회식의 밤은 깊어졌다. 3차부터는 솔직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술 취한 날 집으로 가는 택시를 태워 보내준 최근 입사한 직원이 다음 날 출근하니 기억을 잃었던 그 날의 추억들을 모조리 꺼내어준다.
“ 사실 이런 주사는 제가 처음 봐서요.. 술을 조금씩 조금씩 먹으면서 기분이 계속 업되고 텐션이 높아지더라고요. 나중엔 돌고래 소리를 내며 엄청 달려가셔서 잡느라 혼났어요.“
진상을 제대로 떨었구나 싶으면서 이미 내 실체를 알게 된 마당에 내가 예전에 술마시고 엄청 취해서 그걸 챙겨 준 동료가 ‘천년의 사랑도 짜게 식을 주사’라고 내 주사를 평했던 얘기를 들려주었다.
술을 먹으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인 것도 맞다. 하지만 진실은 팀장님과 편하게 얘기를 나누니 정말 거짓말처럼 다운되고 위축되었던 마음이 편해진 게 이유였다. 퇴사하는 것 때문에 팀장님 눈치가 엄청 보였고, 그로 인해 여러 업무들에 대해 부딪치고 안 좋은 얘기들도 오갔었는데 나는 술기운과 분위기를 빌어 넉살 좋게 팀장님께 “ 언제든지 부르시면 달려 올게요. 꼭 성공하세요. ” 라며 한 잔 드리고 팀장님은 “ 너무 아쉬워요. 왜이렇게 사람이 단호해요~” 라며 서로 웃으며 진솔한 대화를 나눴던 그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 될 것 같다. 그래서 술 취한 나에 대한 얘기를 해주는 그 동료에게 농담삼아 수치스럽다며 진절머리를 쳤지만 나는 내가 왜 그렇게 그날 기분이 좋았었는지는 얘기하지 않았다. 첫 이직한 회사의 퇴사의 추억이 따뜻하게 남을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