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해먹겠다.
다소 늦은 피플 매니저라는 알량한 타이틀을 얻는다는 목적 하나로 들어간 두 번째 직장에서 기대했던 역할과 많이 다른 취업사기 수준의 직무를 부여받고 지속적인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마이크로 매니징을 덕목으로 아는 워커홀릭 매니저를 모시며 5개월동안 버티다 이제 놓아주려한다.
누구든 회사가 100프로 만족스러워서 다니겠냐만은 새로운 회사에서 ‘이게 맞나?’ 싶은 애매한 포지션과 이 애매한 포지션에 해당되는 모든 일에 내가 리더가 되어야 하는 그 막중한 책임감, 중압감과 압박감을 나는 못 견뎌냈다.
"다 알고 있으셔야해요"
"린제이님이 이 품목의 리더시잖아요"
"로직이 없는데요? 전혀 미팅 준비가 안되어 계신데요?"
주말에도 일하며 회사가 정해놓은 데드라인에 맞춰 정신없이 달렸지만 잘해도 못해도 못한 부분만 들춰내어 지적질을 하니 자존감이 점점 낮아졌다. '내가 이렇게 형편없는 사람인가? 내가 이렇게 일을 못했나? 나는 지금 10년 넘게 이 업계에서 일해서 어느정도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 잘 못 살았네' 하는 부정적이고 우울한 생각에 자주 사로잡혔다.
결국, 이런 멘탈 컨디션으로 작년부터 이어져온 파트너사와의 타겟 조정 관련 세일즈 예측을 하는 미팅에서
"린제님 전혀 로직이 없는데요?"
"이렇게 생각하신 근거가 뭐예요?"
라고 언성을 드높이는 팀장의 말에 나는 무너졌다. 그 전 같았으면, "이렇게 생각하였는데 고치겠습니다" 라고 했을 일에
"그럼 팀장님은 어떤 근거로 그 숫자를 예측하신 건데요?"
최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그녀의 말을 맞받아쳤다. 얼굴이 빨개지며 횡설수설하는 팀장...
그 다음 날 관두겠다고, 내가 이 모든 업무와 책임을 담을 수 있는 내 그릇이 아닌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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