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플라워의 세계를 이야기할 때, 천일홍을 빼놓고는 말이 되지 않는다. 드라이플라워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가장 먼저 떠올리는 꽃이 바로 천일홍일 것이다. 동글동글한 꽃송이, 선명하고 사랑스러운 색감, 무엇보다도 생화에서 드라이로 변해도 그 모습 그대로인 천일홍은 드라이플라워의 마스코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일홍은 그 모양부터가 귀엽다. 동글동글, 말 그대로 작은 구슬 같은 꽃송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마치 작은 공처럼 살짝 탄력 있는 그 느낌이 매력적이다. 꽃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도, 은근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저 작은 꽃송이 하나인데 어쩜 이렇게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지, 그래서 드라이플라워를 만들 때마다 늘 천일홍을 빠트릴 수가 없다.
이 꽃이 더욱 사랑스러운 이유는 그 색깔에 있다. 핑크, 보라, 흰색 등 다양한 컬러가 있는데, 각 색이 또 어찌나 예쁜지, 어떤 꽃이랑도 쉽게 어울린다. 핑크는 사랑스럽고 로맨틱한 느낌을 주고, 보라는 신비롭고 세련된 느낌을, 흰색은 순수하고 깔끔한 느낌을 연출해준다. 색감이 다채로우니 작품에 사용할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천일홍이 들어간 작품은 항상 어떤 매력을 발산할지 기대하게 된다.
천일홍의 가장 큰 매력은 드라이플라워로 변신해도 생화 때와 거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생화였을 때의 싱그러움을 그대로 유지하며, 색감도 거의 그대로 남는다. 시간이 지나도 꽃잎이 말라버리거나 색이 바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천일홍은 드라이플라워의 천생연분이랄까. 이렇다 보니 천일홍을 드라이로 말려놓기만 하면, 몇 개월이 지나도 그대로 예쁜 상태로 작품에 사용할 수 있다. 사실 이거 하나만으로도 천일홍에 대한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는 꽃시장에 가서 천일홍을 볼 때마다 눈이 반짝반짝해진다. 가격이 괜찮다면 서너 단씩 사서 집으로 가져와 열심히 말려놓는다. 한 번 사서 말려두면 든든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게 참 매번 사서 말려놔도 금세 다 써버린다. 수업 때도 자주 사용하고, 개인 작업에도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천일홍이 없으면 허전하다. "이번에도 천일홍이 주인공이네!"라고 웃으면서 작품을 만들게 되는 날이 많다.
가끔 천일홍을 보면서 내 자신을 떠올리곤 한다. 다른 꽃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면서도 자기만의 매력을 뽐내는 천일홍의 모습이 참 부럽다. 천일홍은 어떤 자리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면서 그 특유의 귀여운 매력을 발산하는데, 나도 그렇게 매력을 발산하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저 무리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빛나는 것.
드라이플라워를 작업하다 보면 천일홍에게 계속 손이 간다. 특히, 꽃송이가 작고 둥글둥글해서 리스나 작은 꽃다발을 만들 때 참 유용하다. 천일홍 몇 송이만 넣어도 작품이 꽉 찬 느낌이 든다. 그 작은 송이들이 모여 만드는 그리 크지 않은 힘이, 생각보다 크고 아름다운 변화를 만든다. 어쩌면 드라이플라워의 매력은 그런 데서 오는 걸지도 모르겠다. 작고 단순한 것들이 모여 만드는 섬세함. 천일홍의 존재감은 바로 거기에서 빛난다.
꽃시장에서 천일홍을 한 단 사 와서 집에 두고 바라보고 있으면, 작은 행복이 쌓인다. 꽃을 말리기 위해 한 송이씩 매달아 놓고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치 기다림의 미학을 배우는 기분이 든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천일홍이 드라이 상태로 완성되면, 그 순간 작은 성취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천일홍을 다시 꽃다발이나 리스에 넣어 작품을 만들 때면 또 한 번의 기쁨이 찾아온다. 그렇게 천일홍은 나의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의 순간들을 선사해준다.
이제는 천일홍이 내 작업실에 없으면 허전하다. 그 자체로 나에게 위안이 되고, 작품에 영감을 주는 작은 존재. 천일홍을 만져보면 딱딱한 듯하면서도 부드럽고, 그 모순적인 감각이 재미있다. 드라이플라워의 매력은 바로 그 경계에 있는 것 같다. 딱딱하면서도 부드럽고, 마른 것 같으면서도 생기 있는, 그런 느낌. 천일홍이 드라이플라워 작업을 할 때마다 나에게 주는 것은 그런 상반된 매력들이 조화를 이루는 감동이다.
드라이플라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천일홍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조그마한 꽃송이들이 주는 힘은 예상보다 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도 참 많다. 나도 앞으로도 천일홍과 함께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그 작은 꽃송이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언제까지나 천일홍이 나의 작업실에서 환하게 빛나길 바라며, 오늘도 꽃시장에서 천일홍을 한 단 사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