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유 Oct 31. 2024

가을 하늘 아래, 작은 빗자루에 담긴 그리움과 위로


가을이 깊어갈수록, 내 작업실에는 작은 빗자루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채워간다. 이 빗자루들은 겉보기엔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하나하나가 긴 드라이플라워로 만들어진 자연의 조각들이다. 줄기가 길게 뻗은 드라이플라워들이 빗자루 모양으로 어우러지고, 그 위에 가을의 여운을 담은 작은 꽃들이 살포시 얹혀 있다. 팜파스를 사용해 수업으로도 진행했던 이 작품은 간단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이 있어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혼자 작업실에서 만들어가는 시간도 참 좋다. 가을과 할로윈의 분위기가 더해져, 올해의 빗자루들은 유난히 특별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할로윈 데이. 몇 년 전 이태원에서 있었던 사고 이후로, 할로윈은 단순한 장난과 축제를 넘어 마음 한편을 짙게 물들이는 날이 되었다. 그날 세상을 떠난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을날이 더욱 쓸쓸하게 느껴지지만, 이 빗자루 작품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드라이플라워의 길고 곧은 줄기들은 마치 부서진 꿈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무언가를 지켜내려는 의지처럼 느껴진다. 그 위에 올려진 작은 꽃들은 잃어버린 기억과 떠나간 사람들에 대한 조용한 기도처럼 보인다. 그들은 이제 우리 곁에 없지만, 이렇게 가을 하늘 아래서 그리움을 담아 잠시 우리 곁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완성된 빗자루들을 바라보니, 단순한 장식을 넘어선 깊은 의미가 깃든 것만 같다. 수업 중 학생들이 정성을 다해 하나하나 집중해 만든 시간처럼, 이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조용한 위로가 되고, 또 다른 이에게는 슬픔을 견디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 이 가을이 조용히 흘러가면서, 이 작은 꽃들이 우리의 마음속 기억을 따뜻하게 감싸주기를 소망한다.


오늘이 그날의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기도하며, 가을 하늘 아래 우리도 서로를 따뜻하게 보듬는 하루가 되기를, 그리고 마음의 무게를 조금 덜어내는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가을 감성 가득한 넛츠리스, 집에서 느끼는 작은 숲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