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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유 Nov 20. 2024

크리스마스, 리스에 담긴 이야기

크리스마스 시즌은 왔다. 이 시즌에는 가만히 있어도 어디선가 캐럴이 들려올 것 같고, 공기마저 반짝이는 듯하다. 이 시즌에는 왠지 마음이 바빠진다. 나는 좀 늦지만 인스타그램을 보면 다른 곳들은 벌써 크리스마스 시즌 클래스와 상품 준비 포스팅이 한창이다. 마음이 바빠져 나도 얼마전에 부지런히 올려본다. 지난 여름부터 어떤 디자인으로 클래스와 판매를 할지를 계속 생각해왔었다. 이 시즌에는 왠지 공방에서 계속 재료를 쌓아두고서는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고, 만들어야 할것 같기도 하다. 벌써 크리스마스 출강 문의도 오고 있고, 크리스마스 리스 주문도 들어왔다. 

대형 리스는 그 자체로 존재감이 있다. 크리스마스의 낭만을, 자연의 싱그러움을, 그리고 따뜻한 감정을 담기에 이보다 더 좋은 캔버스는 없다. 생화로 만든 리스라 처음에는 신선한 향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시간이 지나면 그 향기는 은은해지고, 리스의 모습은 드라이 플라워로 변해간다. 마치 자연의 한 조각이 천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이다.


이번에 주문 받아서 보내드린 대형 리스는 두 가지다. 하나는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빨간 리본을 단 디자인, 그리고 또 하나는 차분한 베이지 리본으로 꾸민 것이다. 빨간 리스는 따뜻하고 정겨운 느낌을 준다. 마치 벽난로 옆에서 마시는 핫초코 같은 분위기랄까. 반면 베이지 리본 리스는 조용하고 우아하다. 자연스러운 색감이 고요한 겨울 풍경과 닮아 있다.


매번 리스를 만들면서 리스는 인테리어 소품이라기 보다는 리스는 그 자체로 하나의 기억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작은 행복의 시작이 된다고 생각한다. 리스를 걸어둔 집에서는 가족들과 웃음소리가 더 크게 들릴 것 같고, 리스를 선물받은 누군가는 포장지를 풀며 크리스마스의 설렘을 느꼈을 것이다.


사실 대형 리스를 만드는 일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꽃을 하나하나 엮고 고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곡선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 일이 즐거운 이유는, 그 과정이 마치 크리스마스를 미리 준비하는 축제 같기 때문이다. 리본을 묶을 때는 누구의 집에 걸릴까 상상하고, 리스를 완성한 후에는 그 공간이 어떻게 바뀔지 그려본다. 그 생각들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번에는 리스 제작 수업도 얼마전에 진행되었다. 함께 리스를 만드는 시간은 늘 특별하다. 처음엔 너무 커서 언제 만드냐고 고개를 젓던 사람들이 완성된 리스를 손에 들고 환히 웃는 순간을 보면, 마치 그 웃음이 리스 속에 묻어나는 것만 같다. "내가 이런 걸 만들 줄 몰랐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면 어쩐지 뿌듯하다.

이 생화 리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변화한다. 처음엔 싱그럽던 꽃들이 조금씩 마르고, 그 마름 속에서 또 다른 아름다움이 피어난다. 마치 크리스마스가 지나간 뒤에도 그 따스함을 기억하게 해주는 존재 같다. 이 리스가 걸린 공간에서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추억하고, 그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이야기를 쓰다 보니 문득 궁금해진다. 누군가에게 이 리스는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그저 한쪽 벽에 걸린 장식으로 남을까, 아니면 그 안에 담긴 따뜻한 마음이 전해질까. 크리스마스는 사람을 기다리게 만드는 계절이다. 그리고 이 리스는, 아마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크리스마스 리스. 그 안에는 꽃과 잎, 그리고 나의 시간과 마음이 가득 담겨 있다. 올해 크리스마스엔 이 리스가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기를. 눈 내리는 어느 날, 따뜻한 집 한쪽에서 이 리스를 보며 웃는 누군가를 상상하며, 나는 오늘도 꽃을 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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