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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횬 Jun 04. 2024

주유하다 하늘 보기


오늘도 학교에서의 하루는 쉴 틈이 없었네요. 이번달 종합 감사를 앞두고 있거든요. 오전 내내 감사 서류 준비하고, 그 사이 공문 두 가지 기안 올리고 오후 풀 수업을 끝내니 퇴근시간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8시간이란 시간을 알뜰하게 잘 쓴 걸까요? 애쓰고 애쓴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최인아 작가님의 말씀처럼 애쓴 저의 8시간이 저에게 고스란히 남은 걸까요?


솔직히 말해서 학교의 업무는 저에게 업무숙련으로 인한 시간단축, 틀리진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함이 줄어들게 하는 것 이외에는 무언가를 남겨주지 않습니다.

오늘 오전 시간이 딱 그랬네요. 학교의 종합 감사 자료 준비 방법은 그래도 배웠네요.


수업은 조금 다릅니다. 수업의 상황들이 다 다르니 그날그날의 수업을 통해 무언가를 배웁니다. 자료를 들여다보고, 서적을 살피며 연구를 하는 시간들은 저에게 무언가를 남깁니다.


8시간을 쉴틈이 없이 보낸 뒤 주유등 불이 들어와 학교 바로 앞 주유소에 잠시 들렀습니다. 차 문을 열고 주유구 버튼을 누른 뒤 내립니다. 예전처럼 주유소 직원이 주유를 해주는 시스템이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각들을 온 마음에 담습니다. 해가 낮아지고 있는 시각, 쨍하지만 따갑지 않은 햇살, 그 햇살이 닿아 반짝이는 나뭇잎들, 그리고 시원한 바람, 맑은 날씨에 선명한 색감,뚫어져라 그것들을 보고 있으니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러다가 생각했죠. 이 순간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 그것은 쉴 틈 없이 보낸 8시간이 준 선물이 아닐까? 하고요


주유하다 하늘을 보며 알게 됩니다. 치열한 삶이 있으니, 순간의 장면이 소중해진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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