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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횬 Jun 06. 2024

나의 아침 시간

"엄마 내일 6시 30분에 깨워줘. 꼭 그때 깨워야 해"


그 말을 밤 11시에 엄마에게 한 뒤 침대에 누웠는데 12시가 넘어 겨우 잠이 들었다. 그 사이 엄마의 "일찍 자, 어서 자, 빨리 자" 란 말을 5번 넘게 들은 것 같았다. 엄마의 잔소리가 나를 잠들지 못하게 한건 아닐까? 괜히 엄마 탓을 하며 잠이 들었다. 내 꿈은 요란스럽다. 엄마의 일어나라는 목소리를 들으며 살짝 잠에서 깨고 나면 그 요란스러운 꿈의 기억은 흩어져 버린다. 눈이 떠지지가 않아 엄마를 겨우 부르고 10분 뒤에 깨워달라는 말을 하고 다시 꿀잠을 잔다. 다시 잠든 10분은 정말 꿀잠이다. 사실 매일 다시 잠든 시간은 10분이 아니라 30분쯤 된다. 엄마의 다급하게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일어나면 30분이 금세 지나가 있다.


겨우 일어나 내가 가는 곳은 바로 거울 앞이다. 얼굴이 부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아뿔싸' 얼굴이 퉁퉁 부었다. 찬물로 세수를 하고 요즘 핫한 깐 달걀 패드를 세장 꺼내 이마와 두 볼에 붙였다. 분명 효과가 있을 거라고 자기 암시를 하고 잠시 누웠다. 그 사이 엄마는 밖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며 나를 부른다.


"준비 안 하고 뭐 하고 있어"

"준비하고 있다고"


얼굴이 부었다는 이야기를, 그래서 패드를 잠시 붙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이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괜히 또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대꾸를 했다. 우리 집은 아침시간 휴대폰 금지다. 엄마 몰래 살짝 휴대폰을 가지고 방으로 왔다. 들킬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 해졌지만 인스타그램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그 조마조마함을 잊게 했다. 중학교 1학년인 나에게 요즘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다.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실 공부는 시켜서 겨우 하는 시늉만 하고 있다. 어른들의 이야기가 나에게는 듣기 싫은 '잔소리'다. 학교 진로 시간에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뭐지?'라는 걱정이 들긴 한다.

나는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입학하고 학교에서 밴드부를 모집해서 오디션을 보았는데 보기 좋게 오디션에서 떨어졌다. 그때부터 자신감이 떨어졌다. 엄마에게 보컬 학원을 보내달라고 하고 싶지만 그 사건 이후 입에서 말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나는 중1이다.


엄마는 아침에 무척 바쁘다. 바쁘게 움직이고 말도 바쁘게 하신다. 나는 그게 마음에 안 든다. 오늘도 역시나 바쁘게 나를 재촉하고, 늦겠다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내 마음에는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와 괜히 얼굴을 붉히다가 엄마가 넣어 준 하얀색 텀블러를 보고 그 마음이 미안해졌다. 어제 물을 가져가지 않아 하루종일 걱정을 했다는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서 미리 물을 넣어둔 엄마의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엄마 학교 갔다 올게"


예쁜 말투는 아니었지만 엄마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했다. 엄마가 문 앞까지 배웅해 주며 엉덩이를 토닥토닥했다.


"엄마"


아직도 엄마는 나를 초등학생으로 보나보다. 엉덩이를 토닥하는 엄마에게 또 화를 내며 집 밖으로 나왔다. 순간 화가 사라졌다. 내 마음은 시소다. 내려갔다 올라갔다 좀처럼 잡을 수가 없다. 시소 중앙에 앉아 나를 보고 있는 엄마는 얼마나 어지러울까? 학교를 마치고 오면 엄마를 안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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