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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전히 애송이 Jul 11. 2024

일이 너무 많은 vs 일이 너무 없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것이 곤욕인 예비 퇴사자


할 일 없이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8시간을 보내는 것도 곤욕이다.


3월 말에 퇴사를 말했고, 4월 초에 결론이 났지만 퇴사 이후 계획이 따로 없었기에 후임자를 뽑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회사에 주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퇴사일은 한없이 밀리고 밀려 6월 중순으로 겨우 확정되었는데 퇴사가 정해진 것이 진작이었기 때문에 인수인계 관련 해야 할 일을 모두 끝낸 상황이었다. 지금부터는 새로운 담당자가 왔을 때 인수인계를 진행하며 함께 해보기 위해 미뤄도 되는 업무들을 미루고 있으니 당장 해야 할 일이 마땅치 않은 거다. 게다가 비정기적으로 생기는 일마저도 요청이 들어오는 즉시 해치워버리니 오히려 매니저가 업무 처리가 끝난 뒤에 확인을 하고 되묻는 일까지 있을 정도.


사실 인수인계라는 게 그렇다. 내가 아무리 인수인계서를 뾰족한 모서리 하나 없을 만큼 다듬고, 업무 폴더와 파일을 더할 나위 없이 가지런히 정리하더라도 짧게 이뤄지는 인수인계 과정에서 후임자가 알맹이를 100% 흡수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나마 절반 이상 흡수하고 인수인계서나 메일, 업무 자료의 도움을 받아 일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정도면 감사한 일이고, 대부분은 이런 업무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다는 말을 하기 십상이니 말이다.(막상 그렇게 말은 하지만 어찌어찌 일을 처리하고 나면 '아, 그러고 보니 인수인계할 때 들었던 내용 내지는 인수인계서에 작성된 부분이 바로 이거구나' 한다.)


덕분에 요즘은 근로 시간 중 실제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은 1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그 외 7시간은 업무 관련 트렌드나 사례들을 찾아보거나 야구 기사 따위를 읽거나 궁금한 것을 나무위키에 찾아보고 거기서 연쇄적으로 찾고 읽고, 찾고 읽고를 반복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쯤에서 드는 질문 하나.

일이 수없이 많은 직장인
vs
일이 하나도 없는 직장인


얼핏 보면 무조건 전자일 것 같은 질문이지만 겪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후자가 얼마나 괴로운지 잘 안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기에 오히려 마음의 추는 후자 쪽으로 기울었다. 사실 일이 많으면 힘들어하면서도 만족감을 느끼는 편이기 때문에 일이 하나도 없을 때 바쁜 동료들, 상사들의 눈치를 보며 뭔가를 '하는 척'하는 일은 너무 괴롭다.


일단 일이 수도 없이 많은 데다 후임자도 뽑히지 않은 상태라 퇴사하는 그날까지 일에 쫓기느라 사직서도 퇴사 당일에 간신히 올리고 나온 내 입장에서는... 확실히 후자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문득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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