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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전히 애송이 Jul 18. 2024

#3 일 년 동안 제주만 12번

월간 제주와 나의 도피처  


한때 나 혼자만의 프로젝트로 [월간 제주]라는 걸 했다.


[월간 제주]라니, 이름은 거창하지만 사실 매월 제주도에 가고 싶어서 시작했던 일이었다. 당시는 코로나 기간이었고 혼자 여행을 가기에 딱 좋은 때라 홀로 떠났다가 돌아왔다를 반복했다.   



왜 제주였을까.


제주처럼 확실하게 뭍과 다른 느낌이 나는 곳이 내륙에는 잘 없기도 하고, 여행을 하기에 인프라가 매우 잘 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사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제주에서의 삶을 꿈꿨었고, 비록 그 꿈은 이루지 못하고 상경하여 서울(정확히는 경기도)에 살고 있지만 언젠가 그 꿈을 이루리라는 생각을 하며 우선은 여행을 가는 걸로 만족하려는 생각도 있었다.(물론 여행을 가는 것과 삶의 터전으로 삼는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은 잘 알고 있다.)


[월간 제주]라는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매월 제주에 가면서 절반은 늘 가던 곳에 가고, 절반은 새로운 곳을 찾아다녔다. 바다도 가고, 오름도 오르고, 4.3의 흔적을 찾아 돌아다니기도 했다. 돌아서면 핫플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 마저도 꼼꼼히 챙겨 당시에는 이른바 '제주 별점 리스트'를 가지고 있기도 했었다. 주변 사람들이 제주에 간다고 하면서 리스트를 요청할 정도(ㅎㅎ)


내가 작성한 '제주 별점 리스트'는 대체로 내가 3번 이상 방문했던 곳과 단 한 번의 방문이라도 너무 마음에 들었던 곳, 그리고 가본 적은 없지만 평이 아-주 좋은 곳으로 구성했다. 매월 제주를 방문하면서 별을 하나 더 붙이기도 하고, 새로운 곳을 추가하거나 기존에 있던 곳을 삭제하기도 하면서 나름 최신의 상태를 유지시켰다. 아쉽게도 [월간 제주] 프로젝트는 딱 1년 진행하고 종료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연 2~3회 정도만 방문하고 있는 중이라 그 이후에 리스트 업데이트는 거의 없었다.  


아무튼 [월간 제주] 진행 초반,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되었고 그 일은 나에게 끊임없는 스트레스를 주었다. 그래서 그 일로 마음이 어지럽고 힘에 부칠 때마다 [월간 제주]를 핑계 삼아 제주로 떠났더니 어느새 나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제주행 티켓을 끊고 있었다. 불안하고, 부족한 것 같아 스스로를 괴롭히던 마음이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잔잔해졌고, 동서남북으로 쏘다니다 보면 어느새 다 정리되어 있었다. 혼자 움직이니 누군가와 보조를 맞출 필요 없이 내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고, 하루에 많게는 10군데 이상도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렇게 제주에서의 이틀 혹은 사흘을 보내고 나면 다시 일을 계속할 용기가 생겼고 스트레스가 꽉 찰 때까지 계속해서 내 몫을 해낼 수 있었다.




      

제주는 여전히 내 마음의 도피처다. 고민이 생기거나 걱정이 마음을 사로잡을 때면 자동으로 제주행 항공편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전혀 다른 환경에 나를 놓고, 하고 싶은 것들로만 가득 찬 곳을 마구 돌아다니며 스트레스를 가는 곳마다 조금씩 두고 온다. 조금 비싼 스트레스 해소법이었지만 그때 당시 나를 지탱하며 프로젝트 완료로 이끌었던 버팀목이었던 제주. 그런 덕분에 여전히 일 년에 두 번 혹은 세 번은 꼭 방문하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누구나에게 있는 케렌시아가 나에게는 아마도 제주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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