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랭이 물어갈 새끼들

"어르신, 누가 다녀가신 거예요?" "둘째아들." "좋으세요."

"호랭이 물어갈 새끼들..."

노인은 혼잣말을 하신다. 많이 서운하신가 보다. 슬하에 아들 셋을 두셨다 한다. 둘째아들이 면회를 왔다 갔다.

"어르신, 누가 다녀가신 거예요?" "둘째아들." "좋으세요." "다 필요 없어."

관리자는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얼마나 서운하실까. 평소에 자녀들 이야기를 하지 않으시고 하루종일 입을 다물고 계시는데, 그 분이 다 필요 없다 하신다.'

"어르신, 그래도 다녀 가시잖아요. 남들은 오겠어요? 내 자식이니까 다녀 가죠."

노인은 대답 없이 먼 곳만 바라보신다.

이곳은 자녀분들이 면회를 오시면 드시는 것이 부족한 곳이라 간식을 사오시곤 한다. 노인들은 그걸로 주변분들과 나누시면서 본인 어깨에 힘을 주신다. 그런 사정을 알기에 빈손으로 다녀간 자식들이 원망스러운 것이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엄마가 자식들 기 살려 준다고 반에 간식 넣는 것과 같다. 인간이 빈 손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명백히 틀린 말이다.


치매라는 질병도 다시 돌아가길 거부하는 인간의 욕심을 벌하기 위해 신이 만든 질병이 아닐까? 욕심 주머니에 끝이 없는 우리 인간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보내는 신호일지 모른다.

살아온 기억을 잃어버리고 망각의 세월을 살아가는 사람들. 하지만 전부가 아닌,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절망만을 기억하는 사람들. 그래서 치매 환자가 기억하는 언어는 대부분 거칠다.

상상도 하지 못하는 거친 언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가슴 한 켠에 얹혀져 있는 기억들이 만들어 내는 언어들. 그런데도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따스함을 전하는 손길이다.

두 손과 두 다리가 묶여져 있는 환자도 다가가 얼굴을 닦아 주고 어깨를 주물러 주면 아신다. 그게 진심이라는 것을. 그리고 두 눈가에 이슬방울이 맺힌다.

'누가 이들에게 이런 비극을 허락하였을까? 누가 이들에게 지옥을 허락하였을까?'

신이 나를 이들에게로 보낸 까닭을 찾기가 힘든 밤이다. 또다시 태양은 떠오르고 달은 지겠지.

그래도 노인의 눈빛 깊숙한 곳엔 아직 사랑이 있다. 자식을 향한 애끓는 마음. 서운함에 숨겨진 그리움. 빈손으로 온 자식이 원망스러운 것은 그만큼 그 자식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호랭이 물어갈 새끼들..."이란 투정 속에는 평생을 바쳐 키운 자식들에 대한 애틋함이 담겨있다.

치매는 기억을 앗아갔지만, 사랑만은 지우지 못했다. 그 사랑이 때로는 서운함으로, 때로는 분노로 표현될 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 그 따스한 온기가 전해주는 희망. 비록 말로 표현하지 못해도, 노인의 눈빛에서 우리는 그 희망을 본다. 사랑을 본다.

치매 환자... 기억상실... 그들에게 1프로의 소망이 생겨나길 바라며 두 손 모은다.



보고 싶은 얼굴 / 최백호

눈을 감고 걸어도
눈을 뜨고 걸어도
보이는 것은 초라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