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그녀는 자꾸만 예쁘냐고 묻는다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본능인가 보다.

조끼를 입고서 자꾸만 예쁘냐고 물어 보는 그녀는 90세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본능인가 보다.

방을 옮기신 노인에게 본인이 입었던 조끼를 입혀 드렸다. 그런데 노인은 조끼가 본인 것인줄 모르시고 20번은 물어 보신다. 돈을 주고 사야 되는 것 아니냐고. 그리고 예쁘냐고...

"이거 내가 입어도 되는거여?" "네, 어르신 입으세요. 입으시니까 예쁘시네요." "진짜로 예쁜가?"

하시고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시며 웃으신다. 마치 소녀처럼.

그리고 3분 후,

"그런데 돈도 안주고 입어도 되나? 모르것네." "입으세요. 어르신거예요. 싫으세요?" "아니여. 딱 나한테 맞그만. 미안해서 그라제." "어르신, 입으세요."

그리고 옆자리 노인에게 자꾸만 예쁘냐고 물어 보신다. 당신은 마음에 드신다면서.

똑같은 패턴으로 오전 내내 직원은 시달리고, 오후가 되서는 옷을 벗겨서 노인의 옷장 안으로 넣어 드렸다. 본인 옷인줄도 모르시고 공짜로 얻어 입으신줄 알고 불편해 하시는 노인. 그런 와중에도 "본인 예쁘냐"고 자꾸만 확인하시는 노인.


인간의 본능인가? 대소변은 가리지 못하면서도 거울은 손에 들고 나오실 때는 항상 머리를 만지시는 노인.

90세. 그 나이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 치매가 앗아간 것은 기억뿐, 인간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은 지워지지 않았다.

노인은 남의 물건을 가져다 몰래 숨기시는 모습을 보이신다. 왜 그러시냐고 물으면 "우리집에 노인들 놀러 오면 줄거다"라고 말씀하신다. 누군가의 이야기로는 노인의 집안 살림이 넉넉하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행위는 아마도 어렸을적 트라우마 같은 것 아닐까.

하지만 그 행동에서도 나눔의 기쁨을 찾으시는 모습. "우리집에 노인들 놀러 오면 줄거다." 나눔의 즐거움도 잃지 않으셨다. 어쩌면 치매는 과거로의 여행이 아닐까.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나눔의 기쁨, 예뻐 보이고 싶은 소녀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여행.


모든 것들이 당신이 살아온 날들의 결과일 것이다.

우린 태어난 이상 모든 것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상처 받지 않는 관계가 있을까? 상처 받지 않는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있을 것이다. 내가 욕심을 버리든가, 상대가 욕심을 버리든가. 그런데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그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방법은 한 가지 있긴 하다. 나만 생각하고 상대는 무시하거나 아주 기본적인 관계만 겉으로 맺는 것이다. 아마 색깔이 없겠지. 살아가는 재미도 없을까.


요즘 내가 이렇게 살아간다. 나름 재미있다. 책도 쓰고 이렇게 블로그도 하고 요즘에 유튜브도 한다.

그리고 보니 모두 혼자 하는 작업들이다. 5년 후의 내 모습은 어떨까? 나름의 진한 색깔을 가지고 살 것이다. 당신도 한번 시도해 보라.

그리고 생각해 본다. 90세 노인의 일상에서 발견한 아름다움. 조끼를 입고 예쁘냐고 물어보는 순간들. 그 순간들이 보여주는 인간 본연의 빛나는 모습. 어쩌면 치매는 단지 껍질을 벗겨내 본질만 남긴 것은 아닐까.

내일은 모자 대신 예쁜 화장을 하고 외출해야겠다. 90세의 그녀처럼, 아름다움을 향한 욕구를 잊지 말자. 그것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니까.


사노라면 / 전인권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새파랗게 젊다는게 한밑천인데
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비가 새는 작은 방에 새우 잠을 잔데도
고운 님 함께라면 즐거웁지 않더냐

오손도손 속삭이는 밤이 있는 한
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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