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에 눈물 흘리는 노인

선생님 한 분이 남자 어르신께 커피 한 잔을 드린다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 누군가는 퇴근 준비에 바쁘고 누군가는 떠나는 사람을 배웅하느라 바쁜 시간

선생님 한 분이 남자 어르신께 커피 한 잔을 드린다 하루종일 말 없이 쇼파에만 앉아 있던 노인은 어린아이처럼 입을 삐죽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두 눈에 눈물이 한가득이다

처음 보는 광경이다 "어르신 커피 한 잔 드릴까요?" 노인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신다 "한잔 드셔요"

노인은 받아들고서 옆자리의 노인에게 한 모금 하라며 권하신다 치매라고 하지만 그래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계시지만 그 마음 깊은 곳엔 그 옛날 이웃과 나누던 시절이 남아 있었다 괜시리 두 손이 부끄러워진다

"어르신 드세요" 옆에서 또 다른 관리인은 저녁에 어떻하라고 커피를 주냐고 소리를 지른다

노인은 커피를 손에 든 채 움찔한다 커피를 한 모금 드시더니 갑자기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아이고 또 감격해서 우시는거여"

아마도 그동안 이런 광경이 많았나 보다


커피 한 잔에 눈물 흘리는 노인의 모습은 마치 초콜릿을 받고 기뻐하는 아이와 같았다.

아기처럼 입을 삐죽이며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순수함. 그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을 본다.

가만히 보면 치매 노인들은 많은 부분에서 아이들과 닮아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며, 나눔의 기쁨을 잊지 않는다. 옆 노인에게 커피를 권하는 모습은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한 나눔의 정신이 아닐까.

노인은 울보일까? 아니다. 커피 한 잔에 감동받아 눈물을 보인 노인은 그저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뿐이다. 우리는 고독하고 외로울 때 가까이 다가오는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만으로도 눈물이 흐른다. 스치고 지나가는 손등마저 가슴 설레이게 하는 것이다.

함께 거주하는 다른 노인들이 관리인들의 눈길 한 번, 다정한 말 한 마디에 소리를 지르고 이상 행동을 하는 건 아마 지독한 외로움 때문일 것이다. "나 여기 있다고, 나도 한 번 봐달라"는 몸짓이겠지. 마치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장난치는 아이처럼.


가족들의 외면으로 맡겨진 그들. 그들을 보호하는 관리인들 또한 똑같은 인간이기에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그래서 이성보다는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으로 대할 때가 있는 것이다.

알면서도 한 잔의 커피를 권하는 것이 힘들고 알면서도 한번쯤 안아주는 것이 힘든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단순함으로의 회귀가 아닐까? 복잡한 사회 구조와 끝없는 경쟁 속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커피 한 잔에 감동할 수 있는 마음, 옆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여유, 눈물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솔직함.

치매 노인들이 보여주는 것은 단지 퇴행이 아니라, 우리의 원점이자 시작점이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시작했다. 순수하게, 솔직하게,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며. 그리고 언젠가 우리 모두는 다시 그 지점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모두가 함께 동행하는 세상 한 잔의 커피로 눈물을 보이는 어르신이 줄어드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며 출입문의 손잡이를 잡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우리도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복잡한 사회의 규칙과 체면을 잠시 내려놓고, 커피 한 잔의 따뜻함에 감동할 수 있는 그 순간으로. 아이처럼 웃고, 아이처럼 울고, 아이처럼 나눌 수 있는 그 마음으로. 어쩌면 그것이 치매 노인들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마지막 지혜일지도 모른다.

폰 사이로 들려오는 음악이 아련하다 눈가에 이슬이 흐르고 입술은 삐죽거린다 행여 누가 볼까 고갤 숙여보지만 심장이 쿵당 거리는 건 왜일까 갱년기는 지난 지 오랜데 슬픈 음악은 또다시 나에게 눈물이 마렵게 한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 안에 아직 살아있는 그 아이의 목소리일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가는 용기, 그것이 진정한 성장의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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