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시작과 함께 분주한 일상을 보냈습니다. 고3 작은 아이는 중간고사를 보았습니다. 학종을 준비하고 있는 아이에게 이번 중간고사는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기대했던 미적분에서 원하는 등급이 나오지 않아 실망한 모양입니다. 그래도 완전히 절망적이지는 않으니 기말고사에서 조금만 더 올리자고 격려합니다. 시험이 끝난 후에도 모의면접과 모의논술을 신청하고, 생활기록부에 넣을 실험도 준비합니다. 알아서 잘하고 있는 것 같아 기특합니다.
5월은 챙겨야 하는 날들이 많아 분주합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모처럼 친정에 다녀왔습니다. 취준생과 고3을 챙겨야 한다는 이유로 1시간 30분 거리의 친정을 가는 것이 녹록지 않네요. 지난 명절 이후 오랜만에 아버지가 계신 공원묘지를 찾았습니다. 작은 아이 모의고사가 남아 있는 상황이어서 남편과 둘이 다녀왔습니다. 남편과 함께 대천항에 들러 어머니, 동생들과 함께 먹을 회를 뜬 후 아버지에게 들렀습니다. 고향을 찾을 때마다 아버지를 찾는 것은 습관이 되었습니다.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자주 찾는 묘지는 잡초하나 없이 깨끗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봉분을 덮고 있는 잔디가 죽어 있었습니다. 보령시에서 관리하는 공원묘지는 규모가 상당히 큽니다. 그동안 관리가 잘 되어 안심하고 있었는데, 죽어 있는 잔디를 발견하니 몹시 속이 상했습니다. 어머니나 동생들이 보면 더 마음이 좋지 않을 것 같아 조급했습니다. 관리사무소에 보수공사를 신청했습니다. 문제는 상반기 공사가 끝났고, 10월은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좀 더 지켜보고 만약 상태가 더 심각해지면 잔디 씨를 사다 뿌려보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동생들이 근처에 있는 부여 C.C에서 골프를 치고 오는 동안 우리 부부는 집안 안팎을 청소했습니다. 형제들은 모이면 각자 역할이 있습니다. 요리에 취약한 저는 주로 청소와 설거지를 담당합니다. 연로하신 어머니가 미처 보지 못하고 치우지 못한 곳을 청소하면서 이렇게라도 해 드릴 수 있음에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저와는 달리 살갑고 정이 많은 여동생은 어머니가 드실 것들을 이것저것 장만해 가지고 왔습니다. 특히 요리에 재능이 있는 동생의 음식은 정말 최고입니다. 이제 어머니의 음식이 아니라 동생이 해주는 음식이 가끔 생각납니다. 살기 위해 음식을 하는 저와는 달리 동생의 음식은 수준급 요리입니다. 살림에 재능이 없는 저는 동생과 올케를 만나면 생활의 지혜를 많이 배웁니다.
어버이날 당일은 작은 아이의 5월 모의평가가 있었습니다. 내신에 비해 모의고사 등급이 높은 편이지만, 막상 수능은 수많은 N수생들의 유입으로 인해 등급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재학생들만 겨루는 5월 모의평가는 사실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시험을 보지 않기 위해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물론 중간고사가 끝난 직후였기 때문에 지칠 수도 있겠구나 생각은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의고사 시험 날인데, 학교에 오지 않는다는 것은 조금 의외였습니다. 아이도 농담 삼아 찍고 그냥 자고 싶었는데, 어버이날에 불효할 수 없어 열심히 풀었노라고 합니다. 글쎄요. 물론 5월 모의평가가 큰 의미는 없다고 하지만, 그리고 매달 봐야 하는 시험으로 인한 압박감이 큰 것은 알지만,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회피하는 것은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조금 일찍 퇴근한 남편과 함께 집에 들어가자, 아이들이 어버이은혜 노래로 맞아줍니다. 편지, 꽃다발과 함께……. 내년에는 좋은 선물을 주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아마도 자식이 있어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겠지요. 공부하느라 본인들도 힘들었을 터인데, 고맙습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가 많이 사랑합니다.
저는 그동안 시험 준비로 미루었던 세미나 발표와 원고, 독서모임 준비로 분주한 한 주를 보냈습니다. 역시 살림이나 요리보다는 공부를 할 때 마음이 편안합니다. 이번 주는 색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사실 5월에는 중요한 발표가 있습니다. 지난 3월, 연구재단에 연구계획서를 제출했고, 그 결과가 나오는 달이기 때문입니다. 일정이 조금 앞당겨져서 6월부터 시작되는 사업 발표 순간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긴장의 순간입니다.
그런데 재단으로부터 전공심사 평가 의뢰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심사를 받는 위치에 있던 제가 심사를 하는 입장이 된 것입니다. 사실 공부를 하면서 순간순간 회의가 몰려올 때가 있었습니다. 학위를 받고 막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는 말이 이런 거겠지요. 그러나 알면 알수록,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점점 늪으로 빠져들면서 자신감이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과연 이 길을 계속 가도 되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더닝 크루거 효과’로 설명됩니다.
더닝 크루거 효과는 1999년 코넬 대학교의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가 제안한 이론입니다. 이는 찰스 다윈의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가지게 한다”와 버트런드 러셀의 “이 시대의 아픔 중 하나는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무지한데, 상상력과 이해력이 있는 사람은 의심하고 주저한다는 것이다”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는 인지 편향 중 하나입니다.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잘못된 판단을 내려 잘못된 결론에 도달해도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로 인해 환영적 우월감으로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평균 이상으로 평가합니다. 반면에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과소평가하여 열등감을 갖게 됩니다. 능력이 없는 사람의 착오는 자신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하지만, 능력이 있는 사람의 착오는 다른 사람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한다고 합니다. -출처 : 위키피아 참조 -
더닝 크루거 효과
심사 의뢰는 이제 이 길을 가도 된다고 말해주고 있는 작은 시그널이 되었습니다.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공부해도 되는 전문가가 되었다고 말이지요.
마음 같아서는 모두 선정하고 싶었으나, 다른 평가 위원들과 논의 끝에 최종 선정을 하고 숙고하여 의견서를 썼습니다. 심사를 받는 입장을 잘 알기에 의견서를 친절하고 꼼꼼히 작성했습니다. 심사를 하면서 제 계획서에 보완해야 할 것들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른 경험을 통해 또 새로운 것을 배웁니다. 출장으로 인해 휴강한 수업을 보강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뿌듯하고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등산을 다녀왔습니다. 대전에 있는 계족산은 황톳길로 유명한 곳입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산책하듯이 올라갈 수 있어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옵니다. 조심스럽게 함께 가지 않겠느냐는 권유에 아이들이 흔쾌히 동의합니다. 큰 아이는 체력을 기본적으로 장착해야 하기 때문에 꾸준히 관리해야 하고, 작은 아이 역시 11월 수능까지 달리기 위해서 체력관리가 필수입니다.
김밥과 도시락을 사서 본격적으로 산에 올랐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계족산은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정상인 계족산성에 올라 맛있는 도시락을 먹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런데 계족산성 일부가 붕괴위험이 있어 보수공사를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할 수 없기 우회로를 선택해 올라갔습니다. 저는 그동안 아침에 일어나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에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동안 전혀 운동을 하지 않은 작은 아이가 힘들어 하긴 했지만, 아빠의 도움으로 드디어 무사히 정상에 올랐습니다.
정상에서 먹는 도시락은 꿀맛이었습니다. 바람이 불어 조금 춥기는 했으나 정말 상쾌했습니다. 역시 이 맛에 산에 오르는구나 생각합니다. 아이들도 매우 만족해합니다. 이 과정을 정말 즐기고 있었습니다. 하산을 하려는 우리 가족 눈에 클로버 군락지가 들어왔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아! 그런데 네 잎 클로버가 제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순간 저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르고 말았네요. 아이들은 엄마가 찾은 네 잎 클로버를 보면서 신기해하고 부러워합니다. 반드시 찾고야 말겠다면서 본격적으로 주저앉습니다. 이러다 날이 샐 것 같아 비를 핑계로 하산을 재촉했습니다.
올라가는 길보다 내려오는 길이 더 힘들었습니다. 무리하지 않고 남편에게 의지해 조심스럽게 내려왔습니다. 비냄새를 맡으며 서둘러 내려오던 중, 큰 아이의 외침이 들립니다. “파랑새다!” 장난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파란 깃털의 작은 새가 우리 주변을 날고 있었습니다. 산속에서 만난 파랑새로 인해 우리 가족은 또 흥분합니다. 아이들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파랑새 앞에서 두 손 모아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아이들의 기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파랑새와 네 잎 클로버가 행운을 가져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힘들었지만 기분 좋은 등산이었습니다. 다음을 또 기약하며 집에 도착해 부루마블 게임을 하고 맛있는 저녁으로 휴일을 마무리했습니다. 부루마블 게임에서는 큰 아이가 1등을 했네요. 파랑새의 좋은 기운과 게임의 승리에서 이룬 성취를 기억하면서 조금만 더 힘을 내주기를 응원합니다.